[아트옥션] 시공간의 흐름을 뒤집는 테넷의 ‘인버전’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만난 스케이트파크
구정아 작가, 국제무대서도 러브콜 쏟아져
2020-11-05 14:43:25 , 수정 : 2020-11-05 16:52:10 | 이린 칼럼니스트

[티티엘뉴스] 나는 미술관을 좋아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의 주요 도시를 방문할 때도 많은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내겐 커다란 행복을 주는 장소다. 시간적 여유와 금전적 자유가 부족할 땐 책과 영화 등을 통해 미술 작품 속 스토리를 여행하고 상상하며 꿈을 꾼다.
 

어떤 공간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 작품은 물론 작가의 인생을 만날 때면 나는 그저 작품 앞에 존재하고 있지만, 또 한 명의 타인의 삶과 또 다른 우주에 둘러싸인 듯한 느낌을 받는다. 미술관 건축부터 공간의 연출 분위기와 걸려있는 작품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열정으로 만들어진 이 모든 것들을 나는 진심으로 사랑한다. 멈출 수 없는 호기심으로 금주엔 PKM갤러리의 구정아 작가의 작품을 만났다. 

 

#갤러리_정원 #인스타맛집

▲ PMK갤러리 스케이트 파크의 낮 풍경

 

▶PMK갤러리 스케이트 파크의 밤 풍경

 

구정아 작가의 신작 ‘스케이트파크’는 ‘인스타맛집’이 됐다. 삼청동에 위치한 PKM갤러리의 정원에 설치한 작품이 소위 취미이자 예술활동인 ‘스케이트보더 덕후’ 사이에 회자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페인트를 사용해 작품이 밤에는 야광 빛을 발하는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포토스팟 ‘인스타맛집’이 된 것이다. 갤러리 개방시간이 평소와 달리 저녁 9시까지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케이트 보더들이 사용하는 스케이트장이자 아트작품으로 개방성과 소통, 하이컬처와 서브컬처의 경계를 오가는 접점을 마련한 매력적인 공간이 탄생했다. 
 

2012년 프랑스에서 처음 선보인 스케이트파크는 작가의 트레이드마크다. 리버풀 비엔날레와 상파울루 비엔날레를 비롯, 지난 2월 폐막한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도 건물 내부를 야광 스케이트보드장으로 꾸민 바 있다. PKM갤러리 김민수 팀장은 “보더들이 작품위에서 리드미컬하게 움직일 때는 아름다운 공연 작품이 된다”고 설명했다.

 

#갤러리_본관 #인버전 #시간의_벽_허물기

 

▲ PMK갤러리 Seven Stars

 

갤러리 본관으로 들어가면 밋밋해 보이는 연두색 회화 연작과 마주하게 된다. 순간 불이 꺼지고 암흑에 잠기면 그림은 최근 크리스토퍼 놀란감독의 영화 ‘테넷’처럼 시간의 경계를 허문다.

 
어제 밤이었는지, 다가올 오늘 밤일지 알 수 없는 별빛 가득한 새로운 시공간과 마주하게 되는 마법의 3분이 12분마다 펼쳐진다.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으로 시간의 벽을 허무는 마법의 3분이다. 
 

느슨한 연대, 강요는 없으나 외로울 땐 힘이 되어주는 벗의 존재와 같이, 별빛으로 어루만지듯 영혼을 위로하며 새로운 초록별 우주에 존재한다.

 

 

#갤러리_별관 #개념미술_건축_역사 


 

▲ PMK갤러리 마그네틱 시리즈

 

갤러리 별관으로 이동하면 작가의 2020년 작 ‘88’, ‘518’, ‘625’, ‘911’ 등 숫자로 이름이 붙은 자석 조각 4점을 만날 수 있다. 자석 유닛의 개수와 제목이 동일하다 작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역사적 순간들에 대해 관람객과 교감하고자 했다. 자석이 서로 ‘밀당’하는 속성에 비유한 세드릭 프라이스의 개방형 건축을 이론에 관심을 가지고 이 작업을 계속해왔다. 
 

가로 세로 1cm크기의 자석으로 미니멀하게 표현하면서 개념미술의 속성과 건축, 역사를 모두 버무린 작가의 비범성을 엿볼 수 있었다. 

 

▲ PMK갤러리 Your Tree My Answer, 2020

 

작가가 흔들리는 기내 안에서 명함 크기의 한지에 그린 나무 드로잉 작업도 흥미롭다. 현관에 3작품을 연작으로 걸어놓으면 현관 복도가 무척이나 빛날 터, 탐나는 작품이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뉴노멀’이 되는 요즘, 전시 관람 후 PKM갤러리의 카페도 들러 고요한 가을빛 정취를 만끽한다면 행복한 마무리가 될 것이다. 낮과 밤, 빛과 어둠 다채롭게 변화하는 공감각적 쾌감을 제공하는 전시는 11월 28일까지다.

 

 

이린 칼럼니스트 we_together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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