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동차보험 자기부담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2021-07-05 10:57:55 , 수정 : 2021-07-05 16:19:00 | 김윤미 변호사

[티티엘뉴스] 자동차보험은 의무가입보험입니다. 이렇게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자동차보험에는 사고로 생긴 손해 일부를 스스로 부담하는 사고부담금과 자기부담금 제도가 있습니다. 사고부담금은 대인, 대물배상 보험에서 가해 운전자가 무면허 운전이나 음주운전, 뺑소니한 경우 손해배상금 일부를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제도이고, 자기부담금은 자차보험에서 사고로 발생한 내 차 수리비 일부를 차주가 스스로 부담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보험사에서는 차주에게 손해액 일부를 부담시킴으로써 안전운전과 사고 예방을 유도하고, 보험사에서도 소액 사고를 면책시켜 손해사정 비용을 절감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자동차사고가 발생한 경우 자기부담금은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기 때문에 지불하고 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년부터 자차보험 자기부담금을 상대차 보험사에 청구해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와 보험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없는 단독 사고나 100% 일방 과실 사고에서는 자기부담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이전과 같습니다. 그러나 쌍방과실 사고 중 과실비율이 확정돼 양측 보험사가 각각 자차보험과 대물배상으로 교차 처리하였는데, 과실비율이 정해지지 않아 자차보험으로 먼저 차를 고친 경우 문제 됩니다. 법원은 이런 사건에 대해 1, 2심 판결에서 자차 보험사가 상대 보험사로부터 받을 돈에서 자기부담금을 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험가입자가 상대 보험사에 자기부담금을 청구하면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일례로 A가 교차로에서 교통사고를 냈는데, 자차 보험사와 상대차 보험사 사이에서 과실비율이 확정되지 않아 일단 자차 수리비 100만 원을 보험으로 처리했다고 가정합니다. A는 자기부담금으로 20만 원을 냈고 자차 보험사가 80만 원을 내서 차량을 수리하였습니다. 이후 자차 보험사에서 상대차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과실비율이 A 10%, 상대방 90%로 정해졌습니다. 과실비율에 따르면 상대차 보험사는 수리비용 100만 원 중 90%인 90만 원을 자차 보험사에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법원은 나머지 20만 원은 A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이유로, 상대차 보험사에 자차 보험사에 70만 원만 돌려주라고 판결을 한 것입니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4다46211)을 근거로 합니다. 사고가 발생해서 손해가 생겼을 때, 제3자의 책임(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이 인정된다면 자차 보험사는 운전자(피보험자 또는 보험가입자)를 대신하여 상대차 보험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상법 제682조). 상법 682조에 따르면 자차 보험사가 보험가입자의 손해를 전부 보전해준 경우에는 상대차 보험사에 대한 청구권을 모두 갖지만, 보험가입자의 손해를 전부 보전하지 않았던 경우(자기부담금을 부과시킨 경우)에는 보험가입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상대차 보험자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 역시 “피보험자는 보험자로부터 받은 보험금으로 전보되지 않고 남은 손해에 관하여 제3자를 상대로 배상 잭임을 이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바, 전체 손해액에서 보험금으로 전보되지 않고 남은 손해액이 제3자의 손해배상책임보다 많을 경우에는 제3자에 대하여 그의 손해배상책임액 전부를 이행할 것을 청구할 수 있고, 위 남은 손해액이 제3자의 손해배상책임액보다 적을 경우에는 그 남은 손해액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에 제3자의 손해배상책임액과 위 남은 손해액의 차액 상당액은 보험자대위에 의하며 보험자가 제3자에게 이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서울중앙지법 제7-1민사부는 자동차사고 피해에 대한 보험사 간의 구상금 분쟁을 다룬 '2019나25676 구상금' 판결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한 뒤, "보험자(보험사)가 제3자(상대방 보험사)에게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제3자의 손해배상책임액과 남은 손해액(자기부담금)의 차액 상당액에 한정되고, 구상에 있어서는 보험자가 아닌 피보험자(가입자)가 우선하게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험가입자가 자기부담금에 대해선 상대방 보험사에 우선적으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보험가입자가 낸 자기부담금은 나중에 가입자가 달라고 요구할 때를 대비해 손대지 말고 상대방 보험사가 온전히 보관하고 있으라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상대방 있는 자동차사고로 자기부담금을 지출했던 보험가입자는 과실비율을 따져 상대방의 배상액이 자신이 지불한 자기부담금 이상일 경우 상대차 보험사에 부담했던 자기부담금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상대차 보험사는 보험가입자의 청구가 있는 경우 이를 지급하여야 하고, 자차 보험사에 지급했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이에 대해 알고 있는 소비자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청구하더라도 "자기부담금은 보험사와 가입자 사이의 계약에 따른 것이어서 가입자가 반드시 부담해야 하고 반환 청구를 할 수 없다", "자기부담금 제도는 자기 차량 사고 수리 시 발생하는 손해액을 일정 비율로 가입자가 부담함으로써 과잉 수리 등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도입됐기에 자기부담금을 보험사가 지급할 책임이 없다"는 핑계로 돌려주지 않는 보험사가 대부분입니다. 
 

이에 2020.4. 금융소비자단체가 10개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사고 상대차 보험사로부터 받은 구상금에서 원고가 낸 자동차보험 자기부담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나, 기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다면 법원은 금융소비자단체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판단됩니다. 보험사는 대규모 자기부담금 청구가 있는 경우 “도덕적 해이” 뿐 아니라 “경영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고, 금융감독원도 “현재 법원 판결대로라면 보험사기 예방 등의 효과를 가진 자기부담금 제도 자체가 훼손될 수 있어서 개선안을 찾아보겠다”라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대방 있는 자동차사고로 자기부담금을 지출하고 3년(소멸시효)이 지나지 않으신 분들은 과실비율이 어떤지, 상대방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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