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배달원이 잘못 배달한 음식 먹어도 될까?
2021-06-02 14:26:07 , 수정 : 2021-06-03 12:01:28 | 김윤미 변호사

[티티엘뉴스] 코로나 19로 인해 예전보다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의 매출이 1조 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는 2019년에 비해 94.4% 늘어난 수치라고 합니다. 
 

음식 배달뿐 아니라 새벽 배송, 당일배송 등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빠른 시간에 주문한 물품을 받아볼 수 있기에 배달이나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잘못 배송된 것인 줄 알면서 남이 주문한 음식을 먹어버리거나, 택배 물품을 수령 후 사용하는 사례가 왕왕 발생하고 있습니다. 
 

강서구에 사는 A씨는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먹기 위해 치킨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배달 예정시간이 지나도 치킨이 도착하지 않아 가게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이미 배달이 완료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배달 라이더가 주소를 착각해 같은 아파트 다른 동으로 배달을 한 상황이었는데, 치킨을 잘못 배송받은 B씨는 외출한 아내가 주문해준 것으로 착각하고 이미 자녀들과 배달된 치킨을 먹어버린 것입니다. 결국, 치킨 가게는 A씨에게 다시 치킨을 배달해 주었는데 이런 경우 B씨는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요?
 

대부분의 사람은 주문하지 않은 음식이 집에 배달된 경우 다시 확인해보라며 되돌려보낼 것입니다. 그러나 B씨처럼 가족 중 다른 사람이 주문했을 것이라고 착각하여 고의 없이 잘못 배달된 음식을 먹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배달음식은 상법상 운송물로 운송물이 도착지에 도착한 때 수하인(배달시킨 고객)과 송하인(음식점주)가 동일한 권리를 취득하고, 도착지에 도착하여 수하인이 이를 수령하면 수하인의 권리가 우선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판례도 도착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배달음식의 소유권은 송하인에게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8.3.15.선고 2017다240496판결). 따라서 고객이 주문한 음식물이 고객에게 전달되기 전까지는 음식점 주인의 소유이며, 음식점 주인은 고객이 주문한 음식물을 통상의 상태로 받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배달에서 실수가 생긴 경우 음식점주는 ‘자신 또는 배달원이 음식의 수령이나 운송에 관해 주의를 게을리한 경우’에 해당하여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배달은 담당한 배달원이 식당에서 직접 고용한 사람이든, 배달 업체에서 파견된 인력이든 A씨의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사람은 1차적으로 음식점주입니다. 보통 이런 경우 가게 주인은 A씨가 받지 못한 치킨을 다시 배송해주는 것으로 그 책임을 면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A씨가 원하던 효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 가게 주인은 치킨값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A씨가 배달음식을 주문하며 카드결제를 한 경우뿐 아니라, 음식물 수령 후 음식 대금을 지불하는 경우에도 결론은 같습니다. 음식 주문을 하면서 청약이 있었고, 주문을 받고 배송을 시작하면서 승낙한 것으로 당사자 간에 계약이 성립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가게 주인은 A씨가 요청한 시간과 장소로 치킨을 배송해 줄 의무가 발생합니다. 치킨을 수령한 후 A씨는 치킨값을 지불할 의무가 있는데, 위의 사례처럼 배송이 잘못된 경우 A씨는 치킨값 지급의무를 면하고, 치킨주문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B씨는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요? 법리적으로 B씨는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성립하게 됩니다. 부당이득반환책임의 상대방은 A씨가 치킨값을 지불하고 끝까지 치킨을 받지 못한 경우 A씨가 되나, 가게 주인이 새로운 치킨을 A씨에게 배송한 경우 가게 주인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게 됩니다.
 

또한, 위의 사례처럼 고의 없이 착오하여 치킨을 수령한 경우가 아니라, B씨가 주문한 적이 없는 것을 알면서 자신의 집에 배달된 것을 기회로 다른 사람의 치킨을 먹은 경우라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B씨가 “치킨 주문하셨죠”라는 배달원의 질문에 부정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받았다면 B씨는 배달원을 착오에 빠트려 자신을 주문자로 오인하게 하는 행동을 하여 재물의 교부 또는 재산상 이익(치킨)을 취한 것입니다. 자신이 주문하지 않은 음식이 배달됐다면, 자신이 주문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으며, 그런데도 자신이 주문한 것인 듯 음식을 받았다면, 묵시적 기망행위 또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을 속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자는 법규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와 달리 여러 집의 택배를 맡아 보관해주는 아파트 관리실에서 자신에게 온 것이 아닌 택배를 고의로 가져가면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절도죄는 타인이 점유하는 재물을 절취한 경우로 아파트 관리인의 점유를 타인의 점유로 보아, 타인의 소유인 다른 집 택배를 가져가면 절도죄가 성립합니다. 절도죄는 법규상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파트 동호수를 착각하는 등 실수로 다른 집 택배를 가져온 경우,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의 문제와는 별개로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아 절도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별것 아닌 일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한 일이 경찰서에 출석해야 하는 심각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택배 주문과 배달음식이 일상화된 요즘, 사소한 거짓말로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양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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