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애(悲哀) 품은 비경(秘境)의 섬 모리셔스
2016-06-09 21:13:09 | 편성희 기자

포트루이스, 샤마렐, 일로셰프…, 세계지리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모 교수님도 금세 기억해내기 어려워했다. 모리셔스(Mauritius)가 그렇다.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르>가 뜨면서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가 세이셸로 신혼여행을 가면서, 모리셔스는 우리의 좌뇌에 ‘근처 휴양지 모리셔스’라는 색인을 심었다.


▲모리셔스 근처 이웃 섬 지도, 구글맵 캡처

 
#1_ 덤을 천국으로 정정한다

마치 ‘덤’으로 알려진 듯했다. 죽은 마크 트웨인(본명 Samuel Langhorne Clemens, 1835~1910년)이 통탄하게 여겼을 상황이다. 마크 트웨인은 우리에겐 <톰소여의 모험> <왕자와 거지>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 작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저명한 여행기자로 활동했다. 마크 트웨인은 자서전에서 “신이 모리셔스를 창조했다. 그리고 천국을 만들었다”며 모리셔스를 찬미했다. 젊은 시절 “금광을 찾겠다!”며 서부지역 곳곳을 헤맸지만 결국 실패한 그가 말년에 만난 ‘지상 천국’이 모리셔스였다.
 

▲모리셔스는 '지상 천국'으로 불린다(에어모리셔스 제공)
 
 
#2_ 발길 닫는 족족 다른 매력의 섬

마크 트웨인은 아름다우면서도 발길 닫는 곳마다 다채로운 모리셔스의 환경에 심취했던 게다. 해변에선 낡은 해적선장이 썼을 법한 모자를 기울여 쓰고, 유구한 동·서양 교류의 역사를 품은 인도양을 바라보며 럼(Rum)을 홀짝거렸을 법하다. 그렇다고 콧수염 기른 잭 스패로우(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를 상상하지는 말자.

날갯짓 대신 몸을 뒤뚱거리는 새를 보며 당시에도 찾기 힘든 도도새의 흔적을 찾지는 않았을까. 조금만 내지로 들어서면 장대 사탕수수밭 사이로 땀 흘리는 농사꾼을 보면서 새로운 글감을 떠올렸을 게다. 남쪽으로 내려가서 사자, 사슴, 얼룩말을 봤을 수도 있다. 화산섬을 증명하는 듯 우뚝 서 있는 누아르 산을 배경으로 잘 꾸민 유럽풍의 수도 포트루이스에서 글쟁이의 오감을 발동하며 사람 향기를 맡았을 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서로 다른 종교와 인종을 인정하며 자신만의 문화를 정착하는 모리시안의 매력에 빠졌을 것 같다. 
 

▲사탕수수밭은 보통 2m를 넘는 높이를 자랑한다, 터키항공 제공
 
 
#3_ 모리셔스의 동쪽 천국의 뱃놀이

카타마란(Catamaran, 사진▼)은 요트 크루즈 여행으로 ‘천국의 뱃놀이’라고 부른다.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남쪽을 제외하고 동쪽, 서쪽, 북쪽 바다를 항해한다. 모리셔스를 알고 찾은 여행자는 동부 해안의 선착장을 이용하는데, 일로셰프(Ile Aux Cerfs) 섬으로 우리나라 말로 해석하면 ‘사슴’ 섬이다. 섬이 사슴 모양으로 생겨서 이름 붙였다는 말도 있지만, 네덜란드인들이 식용으로 사슴을 섬에 들여와서 생긴 이름이라는 얘기가 마음을 울린다.
 

▲카타마란은 '천국의 뱃놀이'로 불린다. 트래블팩토리코리아 제공
 
카타마란은 일로셰프에 정착하면, 배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던 승객들이 하나둘씩 나와서 해변을 거닐고 눕거나 섬을 돌아본다. 모리셔스의 동쪽 해변은 서쪽보다 넓고 라군(Lagoon)을 잘 형성했다. 고운 모래는 어찌나 하얀지 흔히 말하는 ‘찍는 대로 작품’인 사진 촬영장소인 셈이다. 스노클링, 페러세일링은 기본이고 스피드보트와 제트스키의 짜릿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시카트(Seakart)도 탈 수 있다.


#4_ 서쪽은 '천국의 동물원'

모리셔스의 서쪽은 다양한 동물이 눈에 띈다. 물론 수도인 포트루이스가 서쪽에 있어 유럽풍 도심에서 근사한 쇼핑센터나 전통시장을 둘러볼 수 있다. 그곳에서 모리시안 전통 생활문화를 체험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모리시안의 정서를 담은 크레올 음악을 듣거나 현지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와인과 진한 말티알레(Malty Ale)를 머금는 재미가 있다. 프랑스풍의 야외카페에서는 카레요리나 요크셔푸딩을 먹는 사람을 많이 본다.
 
▲모리셔스의 수도 포트루이스는 유럽풍의 건축양식으로 다양한 인종, 문화, 종교가 공존하고 있다. 에어모리셔스 제공
 

하지만 서쪽 지역의 이색적인 매력은 사파리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서쪽에서 약간 남쪽으로 향하면 카셀라 네이쳐 앤 레저파크(Casala Nature & Leisure Park)가 있다. 쿼드바이크나 세그웨이를 타고 초원을 활주하거나 짚라인에 몸을 맡기고 활공하며 사슴, 얼룩말, 거북이, 새와 친해질 수 있다. 밀림의 왕 ‘사자’도 생활한다. 사자의 컨디션을 봐서 1시간 정도 꼬리를 잡고 걷는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한때 배우 고아라 씨가 모리셔스에서 사자와 어울린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진 적도 있었다. 참고로 이곳의 동물은 철저하게 존중받고 있다. 현지 관계자는 “학대와 분간하기 어려운 그런 조련이 아닌, 어릴 적부터 사람과 교감하는 생활을 한다”고 말한다. 조련사의 눈빛과 손놀림, 먹이를 보면 사실임을 금세 알 수 있다.


▲사자와 교감하는 Walkin with Lion program. 트래블팩토리코리아 제공

 
바다에서는 돌고래를 볼 수 있다. 수십 마리의 병코·스피너 종류의 돌고래 무리가 유영하면 그 뒤를 사람들이 헤엄치며 따라간다. 다이빙을 좋아한다면 모리셔스에서 가장 다이빙하기 좋은 장소 ‘플릭 언 플락’(Flic en Flac)이 서쪽에 있다는 걸 기억하자.


#5_ 절망과 천국이 공존하는 르몬

남서부 지역에는 르몬(Le Morne) 산이 있다. 아름다운 절벽을 가진 ‘르몬’의 의미는 공교롭게도 프랑스어로 ‘슬퍼하다’, ‘절망하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르몬(Le Morne) 산의 전경, 트래블팩토리코리아 제공
 
1505년 해상무역의 강국 포르투갈이 나는 법마저 잊었다던 모리셔스의 터줏대감 도도새를 잡아먹었다. 1598년 네덜란드, 1715년 프랑스는 모리셔스 근처의 마다가스카르 섬과 아프리카 곳곳에서 노예를 데려와 사탕수수를 재배했다. 모리셔스에 정착하는 인도 무역상인도 늘어났다. 크레올(Creole) 문화는 이렇게 생겨났다. 백인과 흑인 노예의 혼혈아가 성장하며 만든 고유의 문화를 크레올이라고 부른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 종교가 어우러졌지만 신분은 극복할 수 없었다. 많은 노예가 거친 돌산인 르몬에 숨었다. 이후 노예제도가 사라지자 군인들이 소식을 알리려고 르몬을 찾았지만 숨어있던 무리는 자신들을 잡으러 온 줄로만 생각하고 절벽을 뛰어내렸다. 지상 천국에서 절망스런 삶을 살아온 그들은 최후에도 비경(秘境)의 절벽에서 비애(非哀)의 생을 마감했다.

현재 르몬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유산으로 크레올의 정서를 가득 담은 문화공연이 이뤄지고 있다.       


#6_ 조물주의 창조 예술터 세븐 컬러드 어스

모리셔스는 화산섬이다. 같은 화산섬인 제주도와 면적도 비슷하다. 섬 중앙 부분이 고원인 것도 그렇고 ‘오름’ 같은 언덕도 볼 수 있다.

남부의 샤마렐(Chamarel)에서는 화산이 분화해 흘러내린 용암이 굳어 생긴 이색적인 지형을 볼 수 있다. 샤마렐의 세븐 컬러드 어스(Seven Coloured Earth ▼사진) 언덕은 현무암이 진흙으로 변하는 오랜 세월동안 일곱 빛깔의 색을 얻었다. 햇빛의 각도에 따라 색도 약간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남동쪽에는 블루베이(Blue Bay) 해양공원이 있다. 38종의 산호, 72종의 어류가 생활하는 바다정원이다. 스노클링을 하며 블루베이를 구경하거나 바닥이 투명한 유리인 보트를 타고 블루베이를 둘러볼 수 있다.


글= 편성희 기자 psh4608@ttlnews.com
취재협조= 에어모리셔스, 에미레이트항공, 트래블팩토리코리아(TFK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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