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친화·힐링·여유, 도호쿠의 미야기·이와테·아오모리 테마 즐기기
2022-01-28 17:06:25 , 수정 : 2022-01-28 18:37:55 | 김종윤 기자

[티티엘뉴스] 아오모리현, 아키타현, 이와테현, 야마가타현, 미야기현, 후쿠시마현이 있는 일본 도호쿠(동북) 지역은 아름다운 자연과 천연온천으로 유명해 힐링 여행지로 대표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도호쿠 지방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검색률, 방문률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세계적인 여행 가이드북 <론니플래닛 Lonely Planet>은 2020년 최고의 여행지역 중 도호쿠를 3위로 선정한 바 있다. 일본국토교통성 도호쿠 운수국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누적 숙박주수는 2018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 성장세는 일본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다. 
 

 

도호쿠는 자연친화, 힐링, 한적한 등의 키워드로 위드 & 포스트 코로나19시대에 다시 인기를 끌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도호쿠 각 지역 관광기관에서는 현지에 거주하는 에디터,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다시 방문할 관광객들에게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에디터, 인플루언서 등이 도호쿠 각 지역을 여행하며 눈에 띄는 여행코스와 테마를 선정했는데, 그중 김현철 동북대학 교수가 여행하며 추천한 주요 내용을 발췌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보물창고: 미야기현

 

 

하이틴 배구를 소재로 한 <하이큐(ハイキュー!!)>는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미야기현 센다이시가 자주 등장한다. 작가 후루다테 하루이치(古舘春一)가 이와테현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미야기현 센다이시의 디자인 전문학교를 다녔는데, 하이큐에는 자연스럽게 미야기현 센다이시가 자주 배경으로 등장한다. 

 

 

하이큐 팬이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성지가 바로 ‘카메이아리나 센다이(센다이시 체육관)(カメイアリーナ仙台(仙台市体育館))’이다. 센다이시 체육관(仙台市体育館)은 지하철 남북선(南北線)을 타고 종착역인 토미자와역(富沢駅)에서 내려서 걸어갈 수 있다. 천천히 걸어서 15분정도 가면, 한적한 공원과 주택가 사이에 체육관이 자리잡고 있다.

 


하이큐 팬이라면 바로 체육관의 입구부터 ‘와아-!’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다. 바로 만화 속에서 봤던 체육관이 눈 앞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체육관 로비로 들어가면, 호리구치 타이조(堀口泰造)의 《태양(燦, sun)》이라는 거대한 작품도 인상적이다.

 

 

하이큐의 찐팬이라면 배경 속에 나왔던 조각작품을 바로 알아 볼 수 있다. 실제 이 조각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표정이 화가 난 듯, 때로는 웃는 듯한 느낌도 주는 특이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체육관 제1경기장(第一競技場)으로 들어가면, 금방이라도 하이큐 선수들이 “화이팅!”하고 소리치며 등장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미야기현에는 부모님 세대인 50대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이시노모리 만화관'(石ノ森漫画館)이다. 미야기현 북쪽에 있는 이시노마키시(石巻市)에 있는 만화박물관으로, 만화가 이시노모리 소타로우(石ノ森 章太郎)의 기념관이다.

 

센다이역에서 전차를 타고 1시간 30분정도 해안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이동을 하면 JR 이시노마키역(石巻駅)에 도착한다. 이시노마키역에서 걸어서 만화관까지 이동하는 길을 '이시노마키 만화로드'(石巻マンガロード)라고 부른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사이보그009'(サイボーグ009), '가면라이더'(仮面ライダー)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거리 곳곳에서 귀엽고 재미있는 만화 캐릭터를 만나게 되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어린 시절 일본 만화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과거의 기억 속으로 추억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외관도 우주선처럼 생긴 특이한 모양이다. 바닷가에 우뚝 솟은 건물은 의외로 주변환경과 멋지게 어우러진다. 붉은 노을이 질 때에는 더욱더 아름답게 보였다. 

 

 

힐링하기 좋은 길:
 

미야기 올레(宮城オルレ)와 미치노구 시오가제 트레일(みちのく潮風トレイル)

 

 

관광객들이 가볍게 걸으면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트레킹 여행지는 미야기올레(宮城オルレ)와 미치노구 시오가제 트레일(みちのく潮風トレイル)이 있다. 

 

그중에서 '미야기올레 도메 코스'(登米コース)는 한적한 시골길을 걸으면서 시작하는데, 길을 걸으면서 사람들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호수에서 이름 모를 철새들을 자연스레 만나게 된다. 먹이를 찾아 열심히 자맥질을 하기도 하고, 우아하게 날개짓을 하는 새들의 모습이 그저 여유롭기만 하다. 코스 중간에 있는 사찰도 고요하고 한적하다.

 

도메 코스는 걷는 내내 바쁜 도시생활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일상의 한가함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또한 일본 시골의 풍경은 한국과 비슷하면서 왠지 다른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익숙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낯선 오묘한 느낌을 준다.

 

 

일본의 해안길을 걸어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미치노구 시오가제 트레일'(みちのく潮風トレイル) 코스를 추천한다.

 

미치노구 시오가제 트레일(みちのく潮風トレイル)은 아오모리현(青森県)에서 시작하여 이와테현(岩手県), 미야기현(宮城県)을 거쳐 후쿠시마현(福島県)까지 이어지는 약 1,000km의 해안경관을 즐길 수 있는 도보길이다. 초심자도 걷기가 편하고 아름다운 해안경관으로 유명한 코스는 '미치노구 시오가제 트레일 오후나토 중남부 루트'(みちのく潮風トレイル 大船渡市中南部ルート)이다. 



이 코스는 걸으면서 탁 트인 태평양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또 해안가를 걷다 보면 여기저기 아름답게 피어있는 야생화를 만나게 된다. 거센 바닷바람을 피해 바위 그늘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는 야생화의 생명력에 감탄하며 걷다 보면, 어느덧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이 잘 보이는 전망대에 다다르게 된다. 

 

오랜 세월 동안 파도에 부딪혀 만들어진 멋진 바위들. 투명한 에메랄드빛을 띠는 바닷물. 이 모든 것이 아름답기 그지 없다. 끊임없이 부딪히는 흰 파도와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빚어내는 멋진 경관은 아무리 보아도 지겹지 않다. 한 동안 넋을 놓고 파도소리를 감상하다 보면,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어버리는 것이 다반사다.

 

여행을 하다가 시장하면 꼭 '떡 정식'을 맛보자. 이와테현에는  한국인이라면 낯설면서도 왠지 익숙한 정식 메뉴가 존재하는데, 바로 '떡 정식'(もち膳)이다.

 

 

이와테현의 이치노세키(一関)・히라이즈미(平泉) 지역에는 에도시대부터 계절행사나 중요한 일이 있을 경우, 떡을 먹는 풍습이 있었다. 이런 전통때문에 현재 이와테현에는 300종류 이상의 다양한 떡을 먹는 '떡 식문화'(もち食文化)로 전승했다. 일본 떡은 특유의 식감과 맛 때문에 완전히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한입에 먹을 수 있는 크기에, 화려한 모양, 게다가 맛있는 국물의 완벽한 조화. 한번 먹어본 사람을 도저히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석회암 동굴 류센도

 

이와테현에는 신비로운 석회암 동굴도 볼 수 있다. 이와이즈미초(岩泉町)에는 일본 3대 석회암 동굴로 유명한 류센도(龍泉洞)가 있다.
 


이 석회암 동굴에는 ‘드래곤 블루’라고 하는 깊고 푸른빛이 나는 거대한 지하 호수가 있다. 좁은 동굴 속을 10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상상하기 힘든 크기의 거대하고 신비로운 호수를 만나게 된다. 너무 아름다운 푸른 빛이라서 처음에는 조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신비로운 색깔은 자연이 만들어 낸 빛깔이었다. 또한 최대 수심이 98m나 되기 때문에 투명한 지하 호수를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으면 뭔가 엄청난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석회암 동굴 속의 온도는 계절과 상관없이 항상 일정하게 10-15도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곳이 바로 류센도 동굴 속이다. 그리고 자연재해로부터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최근 동북지방에는 몇 번의 큰 지진이 있었지만 동굴 속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동굴 속을 구경하고 있던 관광객들은 밖으로 나와서야 지진이 있었다는 사실을 뉴스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년중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가장 안전한 곳이 동굴 속이라고 가이드는 설명한다. 수백만 년에 걸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석회암 동굴은 이렇게 신비한 체험거리를 여행객들에게 선사한다.  

 

 

아오모리현 힐링 투어: 오이라세 산책길과 미술관 투어 등

 

아오모리현은 도호쿠 지방의 최북단에 있다. 한국 드라마 <아이리스>로도 유명해진 지역이다. 아오모리현은 일본에서도 웅장한 자연풍경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한국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명승지와 문화체험 코스가 있다.  

 

 

오이라세 계류(奥入瀬渓流)는 도와다호수(十和田湖)에서 시작하여 야케산(焼山)까지 이어진 14km정도 강가를 걷는 코스로 국가지정 명승지이다. 경사가 완만한 강가를 걷는 것이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처음 알았다. 은은하게 흐르는 물 소리. 그리고 작은 폭포 소리. 도로 옆으로 이어진 좁은 길이 운치있다. 힐링 여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우리의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는 미술 투어도 아오모리현에서 가능하다. 아오모리현에는 꽤 다양한 미술관들이 있다. 아오모리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은 아오모리 현립미술관(青森県立美術館)이다.

 

이곳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마르크 샤갈(Marc Zakharovich Chagall)의 원화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샤갈의 원화 4점을 동시에 전시하고 있다. 발레 <알레코>(Aleko)의 무대 장막으로 쓰였던 샤갈의 원화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다. 특히 이곳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샤갈의 원화를 마음껏 찍을 수 있다. 일본의 미술관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오모리 미술관은 이러한 관습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감상하고, 생생한 감동을 추억의 사진으로도 남길 수 있게 배려해준다. 

 

이곳에서는 나라 요시토모(奈良美智)의 조각작품인 거대한 '아오모리 개'(Aomori-Gen)도 유명하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히로사키 벽돌창고미술관(弘前れんが倉庫美術館)」은 근대산업유산인 벽돌창고를 그대로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아름다운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입구에 들어서면, 일본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조각가인 나라 요시토모(奈良美智)의 작품인 가 관람객을 반갑게 맞이해 준다.

 

 

옆 건물에는 전시회를 보고 나서 맛있는 커피와 케익 맛볼 수 있는 멋진 카페도 있다. 커피를 마시면서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면서 또 한번의 힐링 시간을 갖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아오모리현은 여름에는 열정적인 축제의 도시로 변한다. 올 여름, 일본에 갈 계획이 있다면 축제를 즐기러 아오모리현에 가보자. 대표적인 축제는 네부다축제(ねぶた祭り、ねぷた祭り)다. 음력 7월7일이 되면, 아오모리현에서는 연중행사로 다양한 네부다 축제가 거행된다. 아오모리현의 다양한 지역에서 행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명칭도 다양하다.

 

그중 고쇼가와라시(五所川原市)에서는 '다치네푸타'(立佞武多)라고 부른다. 다치네푸다는 거대한 크기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높이는 23m, 무게는 약 19t정도이다. 5층에서 사진을 찍어도 제대로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한다. 

 

 

축제가 시작되면, 역 앞에서 70명의 젊은이들이 이걸 끌고 퍼레이드를 한다. 약 7층 높이의 빌딩과 비슷하기 때문에 멀리서도 화려한 다치네푸다를 쉽게 볼 수 있다. 

 

 

아오모리의 체험거리: 램프공방 & 사과농장

 

아오모리현에서는 다양한 체험거리를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한적한 시골 동네에 있는 오이라세 램프공방(奥入瀬ランプ工房)은 공방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와- 너무 멋진데…‘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수 많은 램프들이 쏟아내는 따뜻하고 환상적인 빛이 무척 인상적이다. 

 

램프공방에서는 판매용 램프도 구입할 수도 있지만 직접 나만의 램프를 제작할 수 있다. 램프 제작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몰두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램프공방에서는 램프뿐만 아니라 귀엽고 특이한 '공모양의 이끼'(moss ball)도 특산품으로 판매한다. 공모양의 이끼는 '작은 오이라세 계류'(小さな奥入瀬渓流)를 표현한 것이다. 




오이라세 계류(奥入瀬渓流)는 300종류 이상의 이끼가 서식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2013년, 오이라세 지역은 일본 선태류 학회(日本蘚苔類学会)에 의해 '일본의 귀중한 이끼 숲'(日本の貴重なコケの森)으로 인정받았다. 공방에서 사용하는 이끼는 계약 농가에서 특별히 재배한 이끼만을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에서 본 듯한 귀여운 공모양의 이끼는 사진만 찍어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 수 있다. 

 

 

 

아모모리현의 특산품 중에는 사과가 유명하다. 일본에서 '사과'하면 아오모리현이 손꼽힌다. 

 

스가루유메 사과 농장(津軽ゆめりんごファーム)에서는 사과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넓은 과수원에서 1시간 동안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과를 따서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데, 이 농장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아오모리현 인증 특별재배농산물'(青森県認証特別栽培農産物)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나무에서 딴 사과를 껍질 채 바로 먹을 수 있다.

 

이 농장은 9월초부터 11월말까지 사과 따기가 가능하다.
 

 

 

자료 협조= 일본 도호쿠운수국, 김현철 일본 동북대학 교수 

김종윤 기자 yoons35@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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