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여행시장 "거래할 여행사와 물량이 없다"… '기존 거래 사수에 총력' 랜드사 영업 트렌드마저 변모
2020-01-15 16:57:41 , 수정 : 2020-01-16 17:15:51 | 정연비 기자

[티티엘뉴스] 장기화되는 경제불황에 여행업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여행시장의 세일 형태가 보수적이면서 소극적인 형태로 고착화되가는 양상이다.

 

 

일단 여행사를 이용하는 수요가 줄면서 과거만큼 패키지여행사로부터 여행객을 받을 수 없는 랜드사(현지 전문여행사; 한국 패키지여행사들의 현지 행사업체)들은 이제 패키지여행사들에게 기대감은 바닥에 가깝다는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유럽 현지에서 랜드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그동안의 관계로 거래를 지속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며 "예전보다 덜해졌다고 해도 대형 팩사(패키지여행사)들은 물량을 준다는 이유로 수익에 비해 갑질에 가까운 요구도 많고 오피(OP)들의 잡일만 많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여행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쿠폰이나 할인 이벤트도 결국은 랜드에서 부담하는 비용으로 돌려지기 때문에 요즘같이 특가가 난무할 때는 물량을 받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오히려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의견도 대두될 지경이다. 

 

랜드사들이 세일에 소극적이면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변화된 시장 흐름에 따라 랜드에게 요구되는 부담이 커진 탓도 있다. 기존에 없던 신개념 상품, 테마상품, 단품 상품 개발이 시급해진 상황에서 대형 여행사들이 일제히 플랫폼 사업에 사활을 걸게 되자 거래 랜드 입장에서는 트렌드에 발맞춰야 한다는 명목으로 기존 판매 상품을 갈아치우거나 그에 걸맞는 상품을 개발해 내놓아야만 하는 숙제 아닌 숙제가 주어지게 된 것이다. 

 

경력 6년 차의 한 랜드 OP는 "신규 상품 개발이란게 말이 쉽지 기존 상품을 갈아엎는다는 것은 항공 세팅부터 현지 인프라 점검까지 소규모의 랜드차원에서 쉽사리하기 어려운 작업이다"라며 "그래도 현지 랜드를 일제히 바꾸거나 쓰고 있던 호텔 성급을 올리기도 하고 하다못해 상품명을 포함 전반적인 일정을 가다듬는 작업을 통해 작지만 꾸준히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B2B여행시장이 활기를 잃은 배경에는 중소규모의 여행사들이 영향력을 잃거나 사라지면서 랜드들이 신규 거래처를 뚫을 수 없거나 그럴 필요가 없게 된 것도 큰 영향이 있다. 거래 여행사들이 도산하거나 기존 사업영역을 버리고 소위 돈되는 지역이나 상품으로 사업을 갈아타게 돼 하루아침에 거래처를 잃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미수 몇건 깔리는 것쯤은 예삿일도 아닌 랜드들에게 업계의 허리 역할을 하던 여행사들의 빈 자리가 커짐은 회사 존폐 위기감으로 이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랜드에서는 "이제는 거래가 없던 여행사에서 갑자기 팀을 보낸다고 할 때는 의심마저 든다"며 "모든 문의든 환영해왔고 환영해야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랜드가 이 여행사를 믿고 팀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다"라고 조심스럽게 속내를 밝혔다. 

 

한편 기존 사업 영역 대신 수익이 나는 지역을 메인으로 바꾼 랜드의 영업 전략으로 인해 여행사를 둘러싼 랜드 간의 요금 경쟁도 과거보다 줄었고 이에 따른 상품 경쟁력 저하마저 우려되는 실정이다. 여기에 여행사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여행사로 오는 예약 대다수가 대형 여행사로 쏠리다보니 상대적으로 브랜드 파워가 약해 모객량이 저조한 중소여행사들은 랜드들에게 거래시 우선순위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허니문 전문 랜드의 한 세일즈는 "허니문의 경우 특정 여행사들에게 거래 쏠림이 심한데 연간 1~2쌍 보내는 신규 여행사의 물량 받을 시간에 대형 여행사들의 지점들을 한번 더 챙기는 것이 더 큰 도움이라는 판단이 든다"라고 말했다. 

 

 

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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