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故 조양호 회장의 발자국
2019-04-10 13:51:53 , 수정 : 2019-04-10 17:06:10 | 강지운 기자

[티티엘뉴스] 故(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미국 LA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조양호 회장에 대한 평가는 명암이 갈리지만, 항공업계를 출입하는 기자로서 조양호 회장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려 한다. 조양호 회장에 대해 평가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항공업계에서 '조양호'라는 이름의 무게는 한국 항공산업 역사에 묵직한 자취를 남길 정도라고 본다.

 

▲한진그룹 고 조양호 전 회장

 

고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을 이끈 45년 동안 오일쇼크와 IMF 금융 여러 위기를 겪었지만, 조양호 회장의 위기경영 노하우를 통해 감원 압박을 이겨내며 위기에도 성장했다. 반면, 조양호 회장의 가족사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최근 연이어 터진 한진 오너 일가에 대한 사건뿐 아니라 형제의 난을 겪기도 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경영에 담고자 한 가치를 돌아봤다.

 

오일쇼크, 가동률에서 답을 찾다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에 입사한 1974년에 1차 오일쇼크가 발생했으며, 1978년부터 1980년까지 2차 오일쇼크로 연료비 부담이 상승했다. 당시 조양호 회장과 선친인 조중훈 창업주는 원가를 줄이고, 시설과 장비 가동률을 높이는 선택을 했다. 감원보다 효율성을 높여 오일쇼크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에 대비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를 통해서 중동 노선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실제로 오일쇼크 당시 여러 항공사는 인원 감축을 통해서 위기를 넘겼다. 조양호 회장은 위기 상황에서 감원이 아닌 다른 길을 통해 구성원과 함께 위기를 돌파했다. 조양호 회장은 43주년 창립기념일 기념사에서 “구조조정의 진정한 의미는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한진그룹이 지향하는 구조조정의 정의입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위기에는 역발상 경영으로 대처

 

외한위기 당시에 대한항공은 1998년에 보잉737 NG(Next Generation) 주력 모델인 보잉737-800 및 보잉737-900 기종 27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보잉은 계약금을 줄이고, 금융까지 주선했다. 2003년에는 이라크 전쟁과 9·11 테러의 영향으로 항공시장이 침체된 시기였지만, 조양호 회장은 A380 항공기의 구매계약을 진행했다. 2006년 항공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자 여러 항공사가 신형 항공기를 앞다퉈 신규 기재를 주문해서 도입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대한항공은 적기에 신규 기재를 도입할 수 있었다. 조양호 회장은 2009년 신년사에서도 “이제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응만 해서는 부족하며, 미리 변화의 흐름을 예측하고 더 나아가 능동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추어야만 합니다”라고 밝히며 선도적인 위기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보고 먼저 움직였다

 

위기에서 역발상으로 극복하는 조 회장의 결단과 저력을 통해 대한항공은 성장했지만, 대한항공은 위기 상황뿐만 아니라 시장을 선도했다. 대한항공은 원월드, 스타얼라이언스와 함께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항공동맹체 스카이팀을 창립했다. 대한항공은 스카이팀을 통해서 20개 항공사와 코드쉐어(공동운항) 및 마일리지 적립을 통해 국제적인 노선망을 확충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델타항공(DL)과 조인트벤처를 통해 미주노선에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항공업계의 무한 경쟁 속에 유수의 항공사와 함께 규모의 경제로 대응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또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의 성장을 예상하고 2008년 진에어를 설립해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조양호 회장은 44주년 창립기념일 기념사 “미래의 변화 방향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할 일을 다 하고 정도를 걷는다면 어떠한 경영환경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나날이 새롭고 더욱 새로워 진다는 ‘신우일신’의 자세로 항상 변화하면서 어려움에 대비한다면 우리의 비전과 목표는 반드시 달성할 것으로 확신합니다”라고 밝혔다.

 

 

 

공동체에 대한 기여 강조

 

“우리 회사의 사훈은 ‘창의와 신념’, ‘성의와 실천’, ‘책임과 봉사’ 입니다. 그 중  ‘책임’과 ‘봉사’가 하나로 묶여 있는 이유는 우리 각자가 주어진 임무에 ‘책임’을 다할 때 그것이 고객과 국민에 대한 ‘봉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입니다”라며 봉사를 중시했다. 대한항공은 그간 미얀마 홍수 이재민 위한 구호품 지원, 몽골 사막에 나무심기 녹화활동, 스리랑카 홍수 피해복구 활동 등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다. 조중훈 회장부터 이어진 ‘사랑의 일기’와 인연도 남다르다. 조양호 회장은 IMF 금융위기 때에도 한국에 초청된 중국 용정의 신안소학교 예술단에 항공권 100장을 지원할 정도로 어린이 사랑을 실천했다. 한진그룹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사랑의 일기’ 제작에 3억원을 지원하여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료로 배포하여 아이들이 꿈을 갖도록 지원했다. 

 

故 조양호 회장은…

 

고 조양호 회장은 인하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및 인하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 후 1999년 대한항공 회장으로 취임했으며, 2003년 한진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고 조 회장은 45년 동안 항공·운송 산업에 몸담은 항공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유족으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 등이 있다.

 

강지운 기자 jwbear@ttlnews.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