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물괴' 괴이한 짐승과 어두운 현실을 담은 조선판 잔혹 동화
2018-09-04 02:08:01 , 수정 : 2018-09-04 06:53:39 | 이민혜 기자

[티티엘뉴스] 조선왕조실록에는 '중종 6년 1511년 6월 밤, 개 같은 짐승이 궁 안을 뛰어다녔다'는 기록이 있다. "밤에 개 같은 짐승이 문소전(文昭殿) 뒤에서 나와 앞 묘전(廟殿)으로 향하는 것을, 전복(殿僕)이 괴이하게 여겨 쫓으니 서쪽 담을 넘어 달아났다. 명하여 몰아서 찾게 하였으나 얻지 못하였다"는 글귀는 실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부분이며 실록에 따르면 괴물의 형상은 삽살개 같이 생겼고 크기는 망아지 같다고 적혀있다. 추석 기대작으로 12일 개봉을 앞둔 영화 '물괴'(감독 허종호)는 이러한 기록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만들어졌다. 사물 物 괴이할 怪 '물괴'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역사적 고증에서 시작된 팩트에 현대의 기술과 함께 더해진 픽션은 많은 이의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감독은 이 기이한 괴물의 존재를 실체로 그려내고 싶었고 우리나라 전설의 동물인 '해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중종 22년, 거대한 '물괴'가 나타나 백성들을 공격하기 시작, '물과'와 마주친 백성들은 그 자리에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거나 살아남아도 역병에 걸려 끔찍한 고통 속에 결국 죽게 된다. 한양은 삽시간에 공포에 휩싸이고 모든 것이 자신을 몰아세우는 '영의정'(이경영)과 관료들의 계략이라 여긴 '중종'(박희순)은 옛 내금위장 '윤겸'(김명민)을 궁으로 불러들여 수색대를 조직한다. '윤겸'과 오랜 세월을 함께한 '성한'(김인권)과 외동딸 '명'(이혜리), 그리고 왕이 보낸 '허 선전관'(최우식)이 그와 함께하며 물괴를 쫓게 된다.

'물괴'의 정체는 존재에 대한 진위 여부를 떠나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점이 허를 찌른다. 판타지를 그려낸 '크리처 사극액션'이라는 장르인 만큼 전통 사극보다는 퓨전 사극, 코미디 사극에 더 가깝다. 전통 사극 '불멸의 이순신'(감독 이성주, 한준서), '육룡이 나르샤'(감독 신경수)를 통해서는 무게감 있는 카리스마를, 퓨전 사극인 '조선 명탐정'(감독 김석윤) 시리즈에서는 유쾌한 웃음을 안겨준 배우 김명민은 새로운 사극 액션에 도전했다. 그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와 화려한 액션에는 배우 김인권, 혜리, 최우식이 현실적인 캐릭터와 달달한 케미로 소소한 웃음을 더해주면서 영화를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서로 균형을 잡아준다.

'물괴'는 국내 최초 크리처 사극액션으로 괴물의 등장으로 인해 현실적이고 어두운 사회가 드러나기 시작하며 그 안에서 표현되는 가족애를 담아내 영화 '괴물'(감독 봉준호)의 조선판 느낌이 나기도 한다. 가족 영화이기도 하지만 어두운 현실 속 잔혹한 장면이 많으니 추석에 가족과 함께 본다면 의견을 잘 나누길 권장한다. 15세 관람가.

 

이민혜 기자 cpcat@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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