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Talk] '명당' 유재명 - '관상' 단역으로 시작해 '명당' 주연까지
2018-09-26 16:15:26 , 수정 : 2018-09-26 16:24:44 | 이민혜 기자

[티티엘뉴스] '관상'(감독 한재림), '궁합'(감독 홍창표)에 이어 역학 3부작의 피날레를 장식할 마지막 시리즈 '명당'(감독 박희곤)이 추석을 앞두고 19일에 개봉했다.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4시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예매율 15.3%로 여전히 실시간 예매율 2위를 하지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위치한 남연군 이구의 묫자리에 관한 일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명당'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이 명당을 이용해 나라를 지배하려는 '장동 김 씨'(백윤식, 김성균) 가문의 계획을 막다 가족을 잃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13년 후 복수를 꿈꾸는 '박재상' 앞에 몰락한 왕족 '흥선'(지상)이 나타나 '장동 김 씨' 세력을 몰아낼 것을 제안하고, 뜻을 함께하여 '김좌근' 부자에게 접근한 '박재상'과 '흥선'은 두 명의 왕이 나올 천하명당의 존재를 알게 되고 서로 다른 뜻을 품게 된다.

개봉을 앞두고 극 중 수완과 말재주가 뛰어난 '구용식' 역을 맡은 배우 유재명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시사회하고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어떤가?

A.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잘 나왔으면 좋겠다. 재미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커서 기대가 두근거렸다. 지금은 조금 차분해졌다. 조화롭게 잘 나온 것 같다. 영화가 가지는 여러 가지 매력이 큰 이야기, 절대 이대 천왕이 나온다는 정치의 암투, '박재상'과의 우정, 비운의 '흥선'대원군 등 다양한 이야기와 빠른 편집으로 볼거리와 풍성해 흡사 명절 때 밥상 같다. 그중에 내 역할은 조기인 거 같다. 잘 말려진 쫀득쫀득하고 간이 잘 밴 캐릭터를 한 것 같아서 좋다. 그런 자리에 생선 없으면 심심하다.

Q. 극 중 톤을 올려주고 발란스를 잘 잡아주는 캐릭터인데 부담은 없었는지?

A. 튀는 순간 발란스가 깨진다. 큰 이야기가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날줄처럼 교차하는 지점인데 그게 목표였다. 조화롭게 분위기를 잘 받쳐주기 위해 노력했다. 다들 세고 강력하고 신념 있고 절대적인데 그 사이에 서민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것이 뭐가 중헌데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냐. 우리끼리 잘살자"고 말하는 게 서민들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신념 어린 인물 같다. 그 얘기 듣고 부담감이 있었다. 큰 역할, 중요한 역할인데 그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구용식'만의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조력자로 남는 역할 아니다. 연구해달라고 잘해줄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는 말에 용기를 얻엇다.

 

Q. '구용식'의 강한 신념은 뭐가 있었나?

A. 동지다. 전사 베이스에는 염장이 구 씨 아들로 잡았다. 천민이고 아주 천대받는 직업인데 '박재상'이라는 친구에게 우연히 도움을 받고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어려움을 보고 받은 도움을 갚고 싶다는 의지가 있는 운명을 공유하는 관계가 되었고 늙을 때까지 그의 영원한 친구이자 조력자로서 살아가는 동지 같은 인물이다. 때론 방정맞고 행동대장 같고 임무를 수행하고 말재주로 끌어모으는 수완도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Q. 말재주에서 사기꾼 같은 재밌는 부분도 있다. 평소에는 어떤 편?

A. 일상에 그런 말재주가 없고 진지한 편이다. 이름이 유재명이라서 '유잼 노잼'이라고 한다. 재미없다고 소문났는데 '용식'은 직접적인 인물이다. 시대를 다시 타고났으면 재벌이 되서 큰 부자였을 거 같다. 그것들에 그치지 않고 나중에는 독립운동에 쓰고 통 큰 인물이 됐을지도. 시대를 읽고 땅을 읽는 '재상'과 함께 운명의 소용돌이에 들어가고 과감히 벗어던지고 떠날 수 있는 낭만적인 인물인 것도 같다.

 

Q. 노잼이라고 했는데 코믹하다.

A. 신기한 게 '응답하라 1988' 때 내가 재밌는줄 몰랐다. 나는 그냥 열심히 했는데 어떤 저런 사람이 저런 연기할 줄 몰랐다는 의외성들이 있었다고 한다. '구용식'에 너무 포인트를 줬으면 발란스가 깨졌을 것 같다. 진지함을 가진 상태에서 조금 넘어서니 웃음이 나온 것 같다. 연극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일상에서 재밌는 소제를 재밌게 하다 보면 재미없고 웃기려고 하는 거 같다. 슬픔의 끝으로 가서 박장대소는 웃프다 그게 진짜 코미디 같다. 재미있는 일화가 응답하라 때 학생들 잡으려고 뛰는 모습에 사람들이 웃는데 나는 진짜 죽어라 뛰었다. 스탭들이 육상 했냐고 했다. 달리기 진짜 못하고 술 좋아한다. 그분들이 볼 때는 웃겼던 거다. 그런 것들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Q. 극 중 인물이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웃음이 되는 캐릭터는 조력자 역할만 할 수 있는데 자기 신념을 표현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자기의 모든 거를 털어서 하는 모습이 보인다. 노하우가 있었나?

A. 배우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하는 얘기가 가장 궁극적인 건 코미디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작정하고 의도가 들키는 순간 놓쳐버린다. 약간만 타이밍 놓치면 안 되니 부담감이 있었다. 다른 동료들과 하면서 그 믿음이 생겼다. '용식'이 이 역할을 하니까 자유로워진 것 같다. 내가 하는 웃음을 유발하는 건 의도되는 것이 아닌 믿는 것에 바탕이 있는 것이다 보니 현장에서 감독님도 믿음을 주셨다. 하고 믿음을 받으니 자의롭게 했던 것 같다. 최초에는 잘하고 싶어서 이런 연구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무수히 많은 양념을 했는데 어느 날 현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나온 것 같다.

Q. 영화 '관상'에서 단역으로 나오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같은 시리즈의 주연이 되었다. 소감은?

A. '관상'할 때가 서울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고 큰 역, 작은 역의 기준은 없지만 짧게 나온 역이었는데 영화에서는 편집이 된 것 같다. '관상'과 '명당' 사이에 인생을 바꿔서 그런 작품이 되어 버렸다. 요즘에 처음 겪고 신기한 일이 많다. 전생에 좋은 일을 했는지 살아오면서 좋은 일이 생기니까 어벙하고 낯설기도 하고 그렇다.

Q. 이렇게 크고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특별한 이유가 뭐였을까?

A. '명당', '관상', '궁합' 등 영화적으로는 처음 있는 시리즈이다. 너무 많은 기대를 하시다 보니 부담감이 생겼는데 감독님과의 미팅을 통해서 확실해진 것 같다. 모든 배우는 프러포즈 받을 때 감사한 느낌이 제일 먼저 들고 이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부담감이 온다. 그 뒤 몇 번의 미팅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하고 싶다는 프로포즈 받았을 때 설렘과 동시에 부담이 생겼는데 '용식'이 어느 순간 떠오르고 가이드를 주시니 확신이 생겼다. 마음껏 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가족들이 모이면 언제 장가갈 거냐고 물어볼 때 외삼촌들이 "놔둬요. 얘가 알아서 해"라고 말하는 이런 느낌으로 오픈되어 있고 길잡이가 되어 주셔서 맞는 좋은 합을 맞춘 것 같다.


Q. 그런 면에서 '명당'은 어떤 의미?

A. 명당이 지금 현재로 나에게는 가장 완성이 담긴 것 같다. 연극을 오래 했고 영상 매체에서 처음 알아준 게 '응답하라 1988' 신원호 피디였다. 그다음으로 알려지게 된 건 '비밀의 숲'도 있었다. 적응을 할 수 있었고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단계에서 현재로 '명당'이 또 다른 완성의 단계이자 새로운 시작인 것 같다. 백윤식 선생님같이 존경하는 선배님, 동료인 멋진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서 인사를 드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때인 것 같다. 현재로서는 완주를 해서 100m를 앞둔 느낌인데 이게 닿으면 다시 돌아야 한다. 10바퀴 중의 5바퀴 전쯤인 거 같다.

Q. 명당이나 풍수지리를 믿나?

A. 잘 모른다.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 정도만 읽어본다. 알게 모르게 우리들 속에는 그게 남아있는 것 같다. 따진다면 바람 좀 잘 통하는 거 중요시하고 수압 중요시 여긴다. 물이 콸콸 나와야 좋다. 숙소에 물이 쫄쫄 나오면 너무 힘들다. 그런 거 말고는 전혀 모른다.

지금 사는 집은 산동네인데 너무 예쁘다. 할머님들 도란도란 얘기 나누셔서 택했다. 확실히 벌레가 많다. 요즘 많은 이가 딱딱하지만 정돈된 집을 선택한다. 본능적으로 인간적인 걸 선택했는데 그만큼 단점은 있는 것 같다.

 

Q. 본인만의 징크스가 있는지?

A. 특별하게는 없는 것 같다. 대신에 꼭 공연 전 화장실에서 20분 정도는 혼자 가만히 있어야 되는 게 있다. 다들 날 찾는다. 공연의 어떤 부분을 수정하거나 조명을 바꾸거나 위치를 바꿨는데 또 화장실에 있나 하고 찾는다. 불안해서 그런 거다. 배우마다 다 있다. 꼭 담배를 피워야 하거나 뭘 먹어야 하는 것도 있고 아예 안 먹는 분도 계시고 각자의 긴장감을 풀기 위한 나름의 것이 있다.

Q. 혼자만 할 수 없는 캐릭터이고 호흡이 중요한데 조승우라 더 잘 맞은듯하다. 호흡 어땠나?

A. 영화가 곧 여러분을 만날 텐데 단언컨대 이 케미를 보시는 재미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둘이서 닮은듯 전혀 안 닮았다. 연기도 외모도. 근데 잘 맞는다. 둘 다 무대를 경험해서 그런가 상대방의 리액션만 받아도 내 연기가 도드라지게 보이게 해주고 그거를 중요시하는 배우다. 앙상블이라고 하는데 모든 씬들이 그런 게 중요했다. '명당'은 조화에 대한 얘기라 지금 생각해보면 특별한 고민 없이 맞춰진 것 같다. 리허설하고 나서 "좋은데?"라고 서로 했던 것 같다.

 

Q. 김성균 배우와는 '응답하라 1988'에서 이웃집 아빠로 같이 나왔었다.

A. 성균이랑은 '범죄와의 전쟁'(감독 윤종빈) 때 먼저 같이했다. 성균이가 흔히 말하는 조폭이었고 나는 형사 쪽이었다. '응답하라 1988'에서 이웃집 아버지 친구로 나왔는데 인연이 깊다. 7~8년 됐는데 정말 순수하다. 시골스러운 부분도 많고 연기할 때는 눈빛이 달라진다. 이번에 놀랐다. 숨겨진 본성을 벗는다는 느낌이 있었다. '삼천포'의 이미지를 생각하는데 야망가의 눈빛이 제대로 나온 것 같다. 좋았다. 일상은 털털 술 좋아하고 동네 아저씨 같다.

 

Q. 지성 배우의 칭찬이 빠질 수 없겠다.

A. 성실 그 자체이다. 말리고 싶었다. 쉬라고 말하고도 싶었는데 그런 만큼 모든 배우에게 소중하지만 지성 씨에게도 소중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묵묵히 지켜봤다. 연습하는 사람 못 이긴다. 정말 성실히 연습하고 합을 짜고 그런 역할이고 그걸 정말 잘하고 싶다는 느낌도 들었다. 나이차가 많지는 않은데 배우에게 자기에게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고 우리 작품에 나온 전부 다가 이 작품이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누구에게 안 소중하고 덜 소중한 게 아니라 그런 것 같다. 특히 나는 더 어떤 부분에서는
'하루'(감독 조선호) 이후로 이런 큰 역할은 처음이다.

Q. 연기할 때 지성처럼 노력하고 성실하게 하는 편인지?

A. 카메라 울렁증이 좀 있다. 매번 떨리고 매번 연습을 죽어라 해서 간다. 단역 하면서 만들어진 습관인데 기회가 많이 없다 보니 크고 작고 역은 없지만 주어진 역을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연습하는 게 몸에 배서 되내고 되 내여서 현장 가는 게 습관이 돼서 지금도 그렇다. 역시 '명당'도 그런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현장에서 편하게 연습이 진행되면서 즐길 수 있었던 첫 번째다. 내가 나한테 말할 때 여유가 생긴다고 했던 것 같다.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어줬기 때문에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Q. 최근에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면?

A. 작품 섭외 받으면 그 작품이 너무 좋아서 계속 머릿 속에 맴돌아버리면 한다. 그래서 다작을 한 것 같다. 어떤 분이 볼 때는 매력적이지 않은데 내 눈에 매력 있으면 해버린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다. 경계를 두지 않고 "이거야"라고 정하지 않고 내가 느낀 매력이 있다면 독립, 단편 뭐든 내가 선택할 듯 하다. 지금의 내 경험이 만들어낸 노하우로 정확하게 해낼 수 있다면 "또 생기겠지"라고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구용식'은 즐거운 작업이었다.

Q. '명당'이 관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면?

A. 관객분들 영화 정말 좋아한다. 영화가 일상이 되었다. 다양한 영화들이 다 재밌기도 하고 진지하기도 하고 스릴러물도 많은데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해서 권력을 쟁취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허망한 야욕들을 큰 서사를 영화적 재미, 드라마적 재미로 볼 수 있다. 그 바탕에는 정서적 특유에 땅에 대한 것들도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땅은 얼마 되지 않는다. 원룸 한 칸만 있어도 행복하겠다 싶을 때가 있는데 어느 순간 때부터 큰 곳 넓은 곳 멋진 곳을 찾게 되는 우리 본성에 대해서 작게나마 화두를 던져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대는 그런 게 민감한 시대가 되었다. 나 역시 그런 곳에 살고 있고 정말 놓치고 있는 건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재성'과 '용식'의 대화처럼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내 마음가짐이 어떤 땅을 찾고 싶어 하고 어딜 가고 싶어 하는지, 큰 것이라기보다 소박하지만 그들만의 여유가 있는 곳 좋은 사람들과 핏튀기면서 허망한 것을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영화적 재미가 맥주 한잔하시면서 그 정도의 환기를 시원한 바람을 들일 수 있다면 관객분들에게 감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결혼 앞두고 있는데 소감은?

A. 되게 행복하다. 그리고 어벙하다. 처음 하는 거라서. 두 번째 하면 알 텐데 처음 하는 거라서 어떻게 보면 가장 행복한 때가 아닌가 싶고, 소박하게 준비하고 있다. 준비한 게 많지 않다. 잘 준비하고 있다.


사진ⓒ 이민혜 기자
이민혜 기자 cpcat@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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