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Talk] '명당' 김성균 “악역이 재미가 있는 것 같다"
2018-09-28 21:45:10 , 수정 : 2018-09-29 09:45:33 | 이민혜 기자

 

[티티엘뉴스] '관상'(감독 한재림), '궁합'(감독 홍창표)에 이어 역학 3부작의 피날레를 장식할 마지막 시리즈 '명당'(감독 박희곤)이 추석을 앞두고 19일에 개봉했다. 널리 알려진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위치한 남연군 이구의 묫자리에 관한 일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명당'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이 명당을 이용해 나라를 지배하려는 '장동 김 씨'(백윤식, 김성균) 가문의 계획을 막다 가족을 잃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13년 후 복수를 꿈꾸는 '박재상' 앞에 몰락한 왕족 '흥선'(지상)이 나타나 '장동 김 씨' 세력을 몰아낼 것을 제안하고, 뜻을 함께하여 '김좌근' 부자에게 접근한 '박재상'과 '흥선'은 두 명의 왕이 나올 천하명당의 존재를 알게 되고 서로 다른 뜻을 품게 된다. 개봉을 앞두고 극 중 조선 시대 최고의 세도가 집안의 아들 '김병기' 역을 맡은 배우 김성균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이번에 카리스마 있는 악역으로 돌아왔다.

A. 재미있을 것 같아서 했다. 너무 선한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 갈증이 났었다. 악역이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작품도 인연이라고 생각하는데 딱 내가 필요할 때 필요했던 역할이 제때 들어왔던 것 같다. 시나리오도 재미있었다. 시원시원하고 군더더기 없고 캐릭터들 재미있을 것 같고 풍수, 땅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누구나 관심 있어 하는 부분이고 지금은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땅 이걸 떼려야 뗄 수가 없는 부분도 있다. 요즘은 집터 같은 것도 직접 가서 안 보고 인공위성으로 당겨서 보면 풍수 하시는 분들은 다 안다고 한다.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서 풍수를 보는 것이다.

 

Q. 앞부분에서는 액션이 도드라지지 않다가 뒤에서 '흥선'이랑 맞붙을 때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A. 사실 그 장면을 보고 달려가는 거고 우리 영화도 사실 거기까지 가기 위한 과정이다. 연습도 그 장면만 바라보고 연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공들였다. 체육관에서 형이랑 합도 맞춰보고 현장에서도 계속 합을 맞춰보고 그랬었다.

 

Q. 엔딩이 조금 찝찝한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A. 지독히 현실적인 거 같다. 서로가 죽일 듯이 달려오다가 결국은 콩고물, 떡고물 하나로 한 자리씩 차지한다. 현실에 있는 사람들과 조선 시대도 같은 것 같다.

 

Q. 백윤식 배우와 호흡을 많이 맞췄는데 어땠나?

A. 존경하는 마음으로 갔다. 현실에서 배우 선후배 관계에서도 범접할 수 없는 연기 인생을 살아온 분이다. 극 중에서도 하늘 같은 아버지이다. 권세가인데 그 아들이 아버지를 느끼는 태산과 같은 느낌이 있었을 거다. 현실에서 선생님을 대하는 그런 부분들을 그대로 가져간 거 같다. 오히려 도움이 돼서 쉽게 붙었던 것 같다.

 

Q. 극 중 '김병기'는 악하지만 불쌍한 구석도 있다. 매력적이기도 한데 어떻게 설정하려고 했는지?

A. 쉽게 풀어 얘기하자면 이 친구가 나쁜 사람인데 따지고 보니 불우했던 가정이 있었다. 내면에는 뭔가 있었을 것 같다. 아버지한테 따귀 맞고 '저 좀 봐주세요' 하는데 아버지는 맨날 땅만 보고 있고 돈 있는 사람들만 만난다. '김병기'는 결국 이 세상을 살아가는 건 땅과 돈과 권력이구나 하면서 아버지를 닮아가는 인물이다. 연민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Q. '김병기'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 = 아들이 동성인 아버지에게 적대적이지만, 이성인 어머니에게는 호의적인 심리)도 있으면서 세습되는 느낌도 있는 것 같다.

A. 위기를 느꼈을 것 같다. 자꾸 혼나니까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을 거다. '김좌근 대감'한테는 아들이 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 거다. 이 사람은 자기 아들도 목을 벨 수 있는 사람이고 그렇게 연기하신 것 같다. 위엄있고 무섭게 하다 보니 평생 넘지 못할 산이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정만인'(박충선)이라는 캐릭터 때문에 그렇게 가는 거다. 결국은 복합적인 것 같다. 아버지한테 사랑받고 싶고 아버지를 미워하면서 하기도 하고 결국은 닮아있고 아버지 같은 위치에 가 있고 싶고 뛰어넘고 싶었지만, 아버지만큼 치밀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던 것 같다.

 

 

Q. 촬영하면서 전국에 명당인 곳에 많이 갔는데 어떤 곳이 가장 기억에 남나?

A. 화엄사이다. 단연 기운이나 모든 것들을 보았을 때 거기 스님들이 공부하시고 하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 문화재니까 조심해서 했다. 백 명씩 액션하는데 뒤에 탑 있으면 근처에서 무술 안 했다. 나는 영화를 하고 있지만, 장소 빌려주신 분들 대단한 분들이다. 나라면 절대 우리 집 안 빌려줄 거다.

 

 

Q. 배우 김성균의 명당은?

A. 소파다. 앞에 티비랑 상이 있어야 한다. 요즘은 홍천강에 있는 캠핑장을 좋아한다. 계곡 가에서 물고기도 잡고 다슬기 잡기도 한다. 서해안 태안 파돌에 있는 캠핑장도 좋아한다. 올해는 유독 많이 다녔던 것 같다. 피곤한데 주말에 갔다가 운전해서 텐트 걷어서 짐 챙겨서 운전해서 올 때는 다시 안 온다고 했다가 다음 날 되면 어디 갈까 고민한다. 영화도 촬영현장 끝날 때는 너무 힘들다. 쉬엄쉬엄해야지 다음 또 뭐 재미있는 게 있을까 찾게 되는 거 같다.

 

 

Q. 사극을 할 때 힘든 점은 무엇인가?

A. 사극은 역시 수염과 한복이 힘들다. 한복을 이불이라고 부른다. 겹겹이 껴입고 캐릭터에 맞게 스타일링 해야 하는데 의상팀에게 고마웠다. 여름에는 시원하게 바람 통하는 거로 해주시고 겨울에는 두꺼운 깔깔이 같은 한복으로 신경 많이 써주셔서 수월하게 했다.

 

Q. 김병기라는 인물이 아니라 다른 인물 연기해도 괜찮았을 것 같다.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었나?

A. 탐나는 거 하나 있었다. '정만인' 캐릭터이다. 그 캐릭터는 시나리오 읽을 때부터 이 역할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박충선 선배님 캐스팅 된 거 보고 이분이 하면 대박이겠는데 생각했다. 현장에서 뵀는데 아니나 다를까 기가 막혔다. 다 휘둘러 버린다.

 

 

Q. 역학 3부작 마지막 하이라이트이다. '관상', '궁합'이 앞서 있었다 보니 부담이 있었는지? 배우 이정재가 했던 악역이 강하기도 했는데.

A. 워낙 이정재 선배님의 악역이 강렬했고 멋있었고 회자됐다. 그에 대비해서 우리 영화에는 각 캐릭터가 더 많이 나눠 가졌다고 보는 게 맞다. 부각시켜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골고루 자기 자리들을 이상적인 황금비율로 나눈 것 같다. 캐릭터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것들이 채워지지 않을까 싶다.

 

Q. 악역에 대한 이미지가 어떤 편인 것 같나?

A. 캐스팅하는 분들도 감독님이나 그런 분들도 이미지에 맞는 악역에 쓰시는 것 같다. 호랑이나 사자보다는 하이에나나 여우, 늑대 정도 아닌가 생각한다. 완전한 포식자는 아니고 태어난 대로 하는 것 같다. '김병기'는 늑대 정도는 되는 거 같다. 가족 중심적이고 아버지한테 학습이 되어 있는 듯하다.

 

 

Q. '응답하라 1988' 때도 결말에서 땅 부자가 된다.

A. 엔딩 때 판교 신도시에 땅을 사서 갔는데 성동일 선배만 "논밭밖에 없는데 뭐하러 사"라고 하면서 우리 집만 부자가 되는 씁쓸한 엔딩이었다. (웃음)

 

Q. 역학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A. 관심은 있지만 막 찾아다니는 건 아니다. 솔깃하고 흥미를 느끼는 거다. 누군가가 이렇게 얘기해주면 좋은 얘기면 기분 좋은 거고 일부러 물어봤다가 나쁜 얘기 하면 기분 나쁘니까 굳이 물어보지는 않는다.

 

 

Q. 권력, 돈, 땅, 명예가 있다면 무엇이 우선인가?

A. 땅이다. 팔아먹을 생각으로 땅이라 하는 게 아니라 땅을 좋아한다. 그 목적의 땅이 아니라 뭔가를 심고 가꾸고 공간적인 의미의 땅이라는 거에 대해서 의미가 크다. 씨 뿌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좋은 것 같다. TV 프로그램 중 '나는 자연인이다' 보면 자연인치고는 꽤 넓은 땅을 가지고 있다. 그 땅 안에서 온갖 것을 다 한다. 채소도 가꾸고 홀닥 벗고 우물도 파고 그런 땅 가지고 싶다.

 

Q. 집에 있으면 캠핑 외에는 어떤 것을 주로 하나?

A. 텃밭 가꾸고 풀 뽑고 풀 뽑는 것을 반복한다. 시골로 이사한 지 4년 넘었다. 서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다. 내가 땅을 사용하는 가치는 서울에 있는 땅보다는 큰 가치다. 4년 전에 아파트 살 적에 그 집이 7층이었는데 거실에서 '나는 자연인이다'를 봤다. 보면서 내 집 같지 않고 남의 집 같고 애들도 자꾸 뛰지 마라 하니까 층간소음 매트 두세 장씩 깔아놓고 뒤꿈치 들고 다니는 거가 너무 갑갑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이사했다. 풍수지리는 일부러 안 알아보고 있다.

 

 

Q. 김성균이 생각하는 '명당'의 관전 포인트는?

A. 개인적으로는 '김좌근'이 어린 왕을 제압하는 장면이다. 거기서 소름 끼쳤다. 영화의 그 시대상을 그 한 장면에서 다 보여준 것 같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처해있는 상황을 백윤식 선배님과 원근이가 거기서 다 보여준 것 같다.

굳이 땅이라는 소재가 아니더라도 욕망을 좇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다. 어떻게 보면 해적 얘기의 보물섬일 수도 있다. 그 다양한 인간들을 보시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대로 보시면 좋겠다.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민혜 기자 cpcat@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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