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Talk] '안시성' 배성우 - '양만춘' 보필하는 매력 캐릭터
2018-09-30 15:56:32 , 수정 : 2018-09-30 16:22:24 | 이민혜 기자

[티티엘뉴스]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 실화를 그린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이 19일 개봉했다. 영화 '안시성'은 고구려에 대한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역사에 남아있는 것은 '안시성'과 '양만춘'이라는 인물에 관한 단 3줄 뿐의 기록으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포문을 여는 주필산 전투와 2번의 공성전, 그리고 하이라이트로는 토산 전투까지 화려한 전쟁 장면들은 각각의 매력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30일 오후 4시 기준 영화 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영화 '안시성'은 예매율 18.7%로 실시간 예매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극 중 역사적인 인물 '양만춘'을 항상 보필하고 성민을 지키는 안시성의 부관 '추수지' 역을 맡은 배우 배성우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영화 어떻게 봤나?

A.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봤다. 걱정도 많이 되고 볼까 말까 하다가 봤다. 아주 이상한 건 안 나온 것 같아서 다행이다. 예전에 가편집 본을 보긴 했는데 CG랑 음악이 하나도 안 되어 있었다. 어제 완전한 영화를 본 건데 효과가 중요한 영화인데 효과들은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드라마 위주라기보다는 액션씬이 잘 나와야 하는데 하고 걱정했었다. 보기 드물게 한국 영화에서는 잘 빠지지 않았나 싶은 느낌이 있었다. 기분이 괜찮았다.

 

Q. 큰 화면으로 본 장발 본인의 모습은 어땠는지?

A. 되게 따가웠다. 이상하게 머리가 따갑다고 했더니 야크예요 라고 했다. 반은 사람 털, 반은 야크 털이라던데 거친 느낌이 나야 했다. 너무 찰랑거리면 이상하다. 룩은 분장팀이나 의상팀이 멋지게 만들어주신 것 같다. 분위기를 잘 내주신 것 같다. 처음 분장을 해봤는데 밖에서 있는 사람들이니까 시꺼멓다. 붓으로 튀기던데 기미 같은 것까지 만들어서 거친 느낌 살렸다. 영화에서 분장을 봤고 이런 게 있구나 했는데 그런 분장이 많이 나오길래 트렌드인가 싶었다.

 

Q. 누가 제일 예쁘거나 잘 생겼나?

A. 그런 분장을 제일 안 한 남주혁 씨가 제일 예뻤다. 수염도 안 붙이고 분장을 정말 빨리 끝냈는데 여자인 줄 알았다. 앉아있으면 안 크니까 장발에 얼굴 하얗고 사람 얼굴이 그렇게 작아도 되나 싶었다. (웃음) 예쁜 여자가 와있나 하고 봤더니 주혁이였다.

 

Q. 전투에서 힘든 점은?

A. 그런 건 없었다. 촬영 기간 에 전투장면 찍을 때는 마음의 준비가 있다. 멍하게 서 있는 게 더 힘들었다. 당나라의 대군들이 몰려오거나 전투를 볼 때 아무것도 없는 데서 뭐 있는 것처럼 하는 게 힘들었다. 약간은 사극이라는 어떤 톤을 쓰고 나니까 장엄하고 심각한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계속 서 있어야 했다. 불을 피울 때 몸에 안 좋은걸 태워서 피웠다. 일급 발암물질이 계속 타고 있고 먼지를 뿌리니까 나중에는 그게 반복돼서 지치기는 했다. 다른 영화들도 그렇고 체력적으로는 당연히 힘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무슨 일이든 다 힘든 것 같다. 스탭들이 더 많이 힘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들은 촬영하고 쉬면 되는데 계속 더위와 추위와 싸우면서 해야 하는 부분이 힘들었을 것 같다.

 

Q. 의상도 화려하던데 무거웠을 것 같다.

A. 갑옷은 꽤 무거웠다. 의상팀에게서 들은 게 퀄리티에 신경 많이 써서 두껍게 했고 가죽도 좋은 걸 썼다고 한다. 15~20kg 정도였는데 내 것이 제일 무거웠다. 나는 갑옷 입고 창만 들면 되는데 '양만춘'은 칼도 차고 활도 차고 아이템을 장착하다 보니 무거웠을 거다. 앉았다 일어나면 스쿼트하는 느낌이었고 뛰거나 액션도 해야 하니 힘들었다. 영화에서도 표현이 되긴 된 것 같은데 직접 만져보거나 봤을 때는 신경 많이 썼고 퀄리티 좋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Q. 드라마보다 액션이 중심인 캐릭터인데 어떻게 생각하고 잡아갔나?

A. 차라리 이 역할은 본인 자체 이미지나 개성이 강한 배우들, 딱 저 사람이라는 느낌의 배우가 하면 어떨까 생각을 했었다. 결국 내가 했는데 최대한 나만의 장점도 살리고 어떻게 보면 밋밋할 수도 있고 전형적인 역할일 수도 있는데 고민하다가 특별한 어떤 캐릭터를 꾸며서 만든다거나 이미지를 이상하게 바꿔서 만든다거나 살을 빼거나 찌거나 하지 않고 인물들 간의 케미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조인성 씨랑은 평소에 자주 만나고 연기 얘기도 많이 하니까 일상적인 것도 많이 살려보고 허당같은 애드립 좀 있나 고민했었다. 다른 캐릭터들, 장수들도 평소 살아갈 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액션씬 할 때도 계획되어있으니까 그때는 돌격대처럼 하되 평소에는 풀어지고 따뜻하고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보자고 했던 것 같다. 그래야 나중에 캐릭터에 이입도 되고 끈끈한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Q. 이 장면은 잘 나왔으면 좋겠다 했던 부분이 있다면?

A. 촬영하면서 액션 하는 장면이 아무래도 잘 나왔으면 했다. 영화에서 어쩔 수 없이 뭔가 매력을 발산해야 되는 포인트였다. '추수지' 같은 경우는 캐릭터 적으로 그렇고 배우 중에서도 내가 나이가 많다. 싸우는 분 중에서 설정 자체도 가장 오랫동안 '양만춘'이랑 함께해온 캐릭터이다. 전장에서 싸워오고 살아남았고 믿음직하니까 싸움도 잘 해야 되겠고 베테랑의 전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서 되게 많은 군대가 왔을 때 어떻게 하나 긴장하기보다 어차피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고 '싸우다 죽겠지' 하고 내려놓은 느낌도 있다. 많은 경험도 겪었으니까 분리한 데도 차분하게 어떻게 싸울까 합리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 감정적으로 많이 동요되지 않고 다 됐다는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고 평정심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그런 캐릭터의 모습이 드러났으면 싶었다. 내 영화 보다가 잘 안 웃는데 한번은 나도 영화보다가 웃은 부분이 있었다. 당에서 군이 20만이 와있다. 대사 중에 생각은 했는데 "직접 보니까 너무 많은데요" 하는 대사 할 때도 재미있었다. 본인은 물론 걱정되지만 그런 느낌이 잘 살기를 바랐다.

 

Q. '양만춘'이 정신 나갔을 때 살아있는 사람을 보라고 하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A. 웃기는 역할을 양쪽 장수들이 하고 있어서 리더쉽 잡아주는 거가 더 나와줬으면 했던 바람이 있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 기자 간담회에서도 조력자 역할인데 농담으로 조련해볼까 했다고 말했다. 누가 뛰어나서 조련하는 게 아니라 서로 너무 친한 사이니까 빈틈이 나오려고 하면 메꿔줄 수 있는 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많이 다그치는 느낌이나 몇 번 더 그런 장면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다그치는 느낌이 많았는데 그러다 보면 편집하는 과정에서 완만하게 편집이 된 것 같다. 그런 톤을 더 감독님이 원하셨던 것 같다. 다그치는 쪽은 전체 드라마가 무난하게 가는 편이고 액션에 힘을 실었는데 튄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Q. 사극에 익숙한 배우분들이 있는데 많이 출연했던 배우가 드물다. 새롭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톤 조절이 어렵지는 않았는지?

A. 사극 할 때는 항상 그게 배우 입장에서는 딜레마가 되는 것 같다. 드라마에 사극이 많다 보니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어떤 톤들이 영화에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를 생각한다. 드라마보다 영화는 아무래도 조금 더 극적이기도 하고 아주 일상적인 더 리얼한 부분도 영화에서 극적으로 보인다. 그게 항상 고민인 것 같다. 배우들끼리는 그런 얘기를 많이 한 것 같다. 당나라 쪽은 전형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그쪽의 어떤 정서나 인간적인 모습을 담고 있지 않고 재앙처럼 다가오기 때문에 전형적인 모습으로 간 것 같다. 이쪽은 고구려 때 무슨 말을 썼는지 모르니 서울말로 가기로 한 거다. 고구려가 너무 핍박을 받아서 지키기 위해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원래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성격을 가졌다고 들었다. 매일 만주 침략하고 침략자로서도 존재해왔고 패권을 가진 사람들이었는데 당이 너무 강해지면서 전쟁이 벌어진 거다. 원래 싸움 좋아하고 독한 애들을 건드린 것 같은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깡패나 오소리 잘못 건드리면 골치 아프다. 그런 느낌을 줬으면 좋겠었다. 정말 싸워서 지켜내겠다는 것이 아니고 "싸움 났어? 그동안 근질근질했는데 어디래?" 이런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왜 이렇게 많이 왔냐? 싸우다 죽는 거지" 그런 느낌으로 하고 싶었다. 오히려 아주 정제된 사극 말투를 쓰다 보면 조선 시대 느낌도 들 것 같아서 더 풀어보려고 했고 현장에서는 고민이 많았다. 어떤 말투에 기대서 가면 잡혀버리는데 심각할 땐 심각해야 하는데 잘못 심각하면 톤이 갑자기 바뀔 수도 있겠다 보니 계속 고민했던 것 같다. 어떻게 봐주실지는 궁금하다. 특히 조인성 씨나 내가 그런 쪽을 많이 했다.

 

리딩할 때는 더 실험적이고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재미로 완전히 엇나가는 쪽으로 가보자 하고 시작했는데 리딩할 때 중국 역할 맡은 배우들은 영화보다 더 힘줘서 했는데 박성웅 씨가 리딩하다가 "우리가 이런 애들한테 지는 거야?"라고 했다. '사물'이랑 얘기하는데 '양만춘'이 "내 부관 추수지"라고 소개하면서 "뭐해? 인사 안 하고?"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원래 극 중에서는 "아직 애라면서요" 하는 건데 "저 수지예요"라고 해서 리딩할 때 가장 많이 웃었다.

 

Q. 주변에 톤을 맞춰주는 배우들이 있어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A. 위급하고 긴박한 상황, 처절한 상황인데 특히 저희 배우들은 재밌는 친구들이 많다. 워낙 박병은과 오대완은 극 중에서는 가벼워 보이지만, 엘리트 연기자들이다. 마인드나 해석력은 잠깐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안 된다는 조심스러움이 있어서 너무 많이 나가지 않았다. 병은이 같은 경우는 많이 그런 걸 살리고 싶어 하는 쪽이다. 극 중 싸우다가 위급한 상황인데 도끼가 확 날아와서 뒤를 치려고 했던 사람 맞는다. 티격태격하는 사이인데 구해준 거다. 맞추고 뽑고 가는 장면인데 '활보'가 걸어오니까 안아주는 줄 알고 허그 하려는데 그냥 지나간다. 그거 하지 말라고 해서 NG로 갔다. 술자리에서 그거 재미있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사실은 어떻게 보면 대본에 있는 대사들은 전형적인 대사들이었고 캐릭터들도 전형적인 캐릭터들이라 오히려 살리려고 했는데 감독님은 우리 영화가 결국엔 전형적인 영화이다보니 잘못 튀어나올까봐 조심을 많이 한 것 같다. 배우들도 조심스러운 배우들이라 많이 맞추려고 했다.

 

사진ⓒ 아이오케이컴퍼니
이민혜 기자 cpcat@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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