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뉴스] 봄이라서 슬픈 코로나19시대 "책을 펼쳐요"
2020-03-19 10:40:00 , 수정 : 2020-03-19 16:07:38 | 임민희 에디터

[티티엘뉴스] 따뜻한 봄이 찾아온 요즘. '입춘대길'이 무색하게 전 세계가 코로나19바이러스(COVID-19)라는 희대의 전염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역병'이 돌며 따뜻한 봄내음은 '그림의 떡'처럼 느껴지지만, 그래도 우울하게, 걱정만 하며 살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나뿐인 내 인생은 내가 지킨다!!! 내 인생의 밸류를 높여 줄 그런 양서를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이번 주말, 티티엘뉴스 기자들과 에디터들이 발품 팔아 추리고 추린 도서 중에 가치 있는 것들을 소개한다.  

 

 

 

문학은 위험하다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과 독자 시대의 한국문학
소영현, 양윤의, 서영인, 장은정, 백지은, 강지희, 정은경, 허윤, 김미정, 차미령, 양경언, 조연정, 인아영 지음

비평의 존재이유에 대한 회의적 질문이 쏟아지던 최근까지도 묵묵히 번호를 늘려오던 <민음의 비평> 시리즈가 열 번째 책으로 여성 비평가 13인의 평론집 『문학은 위험하다』를 선보인다. 『문학은 위험하다』는 2015년 이후 문학에게 더욱 뚜렷한 요청이 된 페미니즘에 입각해 비평의 주요 쟁점을 다루었다. ‘페미니즘’, ‘현실’, ‘재현’, ‘독자’에 관한 논의의 아카이브이며, 시민-독자가 견인한 페미니즘 이후 문학에 대한 경로의 기록이자 전망이다. 이 책에 참여한 여성 비평가들은 그간의 문학을 직시하고, 이후의 문학을 상상한다. 그리하여 문학은 무해함의 무력함에서 빠져나와 스스로 위험해진다. 문학은 위험하다. 현실과 재현, 독자와 문학 사이에서 비평은 그 위험함에 응답할 수 있다. 그 응답함이 비평의 책무라고 『문학은 위험하다』는 힘주어 말한다.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끌어안길 멈추지 않을 당신을 위해
손미

첫 시집 『양파 공동체』로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며 날카로운 개성의 시편들을 보여 준 손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가 <민음의 시> 256번째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섬뜩하고 생경한 이미지를 더욱 단단하고 정련된 방식으로 부려 놓는다. 그것들은 사랑과 작별, 다시 사랑의 순환 혹은 삶과 죽음, 다시 태어남과 살아감의 순환 속에서 더욱 깊은 감정의 진폭을 품는다.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는 살아 있기에 고통스럽고, 아프기에 다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한 아름답고 참혹한 기록지가 될 것이다.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
삶이 그리는 서늘한 궤적 위 '고백'으로만 가능한 찰나의 순간들
최문자

고통과 사랑을 시라는 형식에 담아 기록해 온 최문자의 여덟 번째 시집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가 ‘민음의 시’ 255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훔친 것들’을 아무도 모르게 숨겨 둔 외로운 이처럼, 덤덤하게 삶을 풀어 놓으면서도 때때로 고백과 비밀, 죽음과 참회 들이 터져 나오도록 둔다. 오랫동안 품어 왔던 비밀을 털어놓고, 일생 동안 사랑했던 이가 죽음을 맞이하는 ‘끝’의 순간들로부터 시인은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상실과 불안을 여유롭게 부려 내며 촘촘히 짜인 시의 격자는 어떤 것도 헐렁하게 빠져나가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우리는 그 안에 단단히 붙잡힌 채, 슬픔과 참혹함이 지나가며 남기는 흔적들을, 그것들이 지나간 뒤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시간의 궤적을 가만히 바라본다.

 

임민희 에디터 lmh1106@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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