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눈 가리고 아웅 ‘LCC 잔혹사’
2019-11-12 11:29:51 , 수정 : 2019-11-12 18:51:17 | 양재필 기자

[티티엘뉴스] 경기 불황이 본격화 되면서 여행관광업계가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행사와 항공사 곳곳에서는 무급휴직과 연봉 삭감 소식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고 있다.


여행산업이 힘들 때조차도 고수익을 올리며 밝은 미래를 장담했던 LCC(저비용항공사)마저 최근 고배를 마시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매출 역대 최대, 영업이익 최고치를 찍으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올해는 우울한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부진에 일본 불매 운동 확산까지 심화되면서 실적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


통상 항공업계 최대 성수기인 3분기에 저비용항공사들은 줄줄이 ‘어닝 쇼크’에 직면했다. 나빠진 실적은 사실상 4분기에도 회복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주요 저비용항공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최소 30%에서 최대 80%대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역대 최대폭의 역성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몇 저비용항공사들이 보내는 보도자료를 받아 보면 낯 뜨겁기까지 하다.


‘3분기 매출 역대 최대 달성! 유연한 대응으로 성공적인 성장!’


영업이익·순이익 같은 중요 수치는 뒤로 숨기고 매출 성장만 대문짝하게 홍보해 달라는 보도자료다.


항공산업의 현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기자들에게 이런 ‘나르시시즘(Narcissism; 자기 자신에게 애착하는 일)’에 가까운 보도자료를 보낸다는 것이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모르면 합리화가 강해져 위기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저비용항공사들의 최근 위기가 비단 일본 불매 운동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공급과잉과 여행시장 트렌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그저 몸집 키우기에만 골몰한 지난날을 돌아보는게 유익할 것이다.


하나 확실한 것은 이러한 불확실성의 위기는 앞으로 더 자주 더 강하게 밀려올 것이라는 점이다.


현 상황에 걸 맞는 가장 명쾌한 마켓사이클의 법칙은 바로 이것이다.


“너무 많이 오른 것은 최고의 악재이고, 너무 많이 내린 것은 최고의 호재다”


저비용항공사들이 지금의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다음 외풍에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을 장착하기 바란다.


양재필 여행산업전문기자 ryanfeel@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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