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탈자, 꿈 같은 이야기
2016-04-25 16:02:15 | 임주연 기자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으로 멜로영화의 정석이 된 곽재용 감독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 새로운 장르를 접목시켜, 단순하지 않은 멜로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의 모티프를 간략히 정리하자면, 환생·타임머신·범죄·로맨스다. 영화 제작사는 포스터 문구에 이 영화를 ‘감성 추적 스릴러, 시간이탈자’라 명명했다.

 

조정석과 이진욱, 시간이탈자들이 지켜야만 하는 주인공은 임수정이다. 30년 사이를 넘나들며 레트로 단발과 클래식 단발의 정수를 보여준 임수정. 그녀가 분한 2명의 캐릭터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으로 통했다. 그중 1983년 서윤정 선생님의 급훈은 ‘인성을 겸비한 사람이 되자’다.

 

인성을 건설하기에 여행만큼 좋은 일이 없다. 뜻대로 흐르지 않는 상황 속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일. 인간의 됨됨이는 길 위에서 만난 선생, 인내에서 생기는 게 아닐까.

 

▲영화에서 등장한 1983년 보신각 타종식 배경. CJ E&M 제공

 

이탈의 뜻은 ‘어떤 대열에서 떨어져 나옴’이다. 시간이탈자는 현재의 시간에서 떨어져 나와, 꿈속에서 30년을 거스른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여행은 현재의 장소에서 떨어져 나와, 꿈같은 장소를 거니는 일이다. 단지, 다른 시간에 존재하는 건 판타지지만, 다른 장소에 존재하는 건 현실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시간이탈자는 불가능해도, 장소이탈자는 할 수 있다.

 

됨됨이 키우기 좋은 여행지는 다양하다. 천하를 호령하던 권세가의 유적과 명승지는 자신의 작음을 깨닫기에 좋다. 아직도 중국에는 시대를 거스르는 듯한, 30년이 아닌 300년을 그대로 재현한 듯 보이는 여행지가 있다.

 

▲중국 예원,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김원섭 작가) 제공

 

중국의 ‘예원(豫园)’이 그러하다. 상하이 구시가지 푸시의 중앙에 있는 예원은 중국식 정원이다. 섬세함이 남다른 이곳은 1559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곳이다. 명청시대의 양식으로 지어진 곳이며, 명나라 시대 반윤단이 약 20년간 지은 정원이다.

 

이 정원도 사연이 있다. 반윤단은 그의 아버지 반은을 기쁘게 하고 싶어 정원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20년이라는 세월은 너무나 길었다. 예원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완공됐다. 반윤단 자신도 완공 후에 몇 년을 살지 못하고 병으로 죽었다.

 

예원의 상하이 옛거리는 옛 상하이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청나라 때 건물이면서 쇼핑가로 이름난 예원상청도 유명한 볼거리 중 하나다. 예원은 2만평방 미터의 면적에 6개의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그중 대가산(大假山)은 윈난에서 2만2000여톤의 무강석을 가져와 12m만큼 쌓은 인공산이다.

 

▲중국 예원,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김원섭 작가) 제공

 

한해씩 나이가 들면서, ‘보존’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기자는 고적을 방문할 때마다 겸허한 마음이 든다. 명승고적들 중에서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이 많다. 그럴 때 막을 사람이 있었다면, 하는 헛헛한 희망이 생기기도 했다. <시간이탈자>는 그러한 마음을 어르고 달래주는 영화였다.

 

마지막 결말이 좋아,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섰다.

 

 

임주연 기자 hi_ijy@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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