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함민복 시인의 '가을' 중
2019-08-26 10:07:14 , 수정 : 2019-08-26 15:32:26 | 권기정 기자

[티티엘뉴스]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함민복 '가을' 중

 

 


함민복 시인은 그의 시 '가을' 에서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짧고 간결한 한마디 시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어 이 시를 읽는 사람을 상념에 잠기게 해 자연스럽게 시인으로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어느 방송인은 함민복 시인의 이 시에 대해 '가을에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의 느낌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에 시작한 가슴앓이가 계절의 여왕 5월에 끝이 났을 때 당신 생각을 켜놓고 잠이 드는 가을을 기다리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우연하게 발견한 그 사람의 흔적은 가슴을 떨리게 합니다. 이미 나와는 상관없이 잘 살고 있는 그 사람과 같이 했던 기억은 지금은 희미해져 세월이 약이다는 유행가의 가사가 그렇게 잘 들어맞는지요. 솔직히 말하면 희미해졌다는 것은 거짓말일지도 모릅니다. 세월이 지나도 그 사람의 한마디 한마디가 정확하게 기억나는 것을 보면요. 그 사람이 하염없이 보고 싶었고, 혹시나 해서 연락오기를 기다렸는데, 이제는 내 마음이 새하얗게 되버렸네요. 이미 그 사람은 저에게서 기억을 지우고 돌아섰음을 압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이 치유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신의 사랑까지요. 아마도 사람에게 상처받은 것을 치유하지 못한 사람들이 결국 신에게 귀결되나봅니다.  오늘밤도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함민복 '가을'

 

 

출처 : 솔로여 여행하고 사랑하라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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