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低) 품질 해외 패키지 문제? TC 고충부터 해결해야···
2016-08-02 04:22:17 | 권기정 기자

매 주말 홈쇼핑방송에서는 멋진 현지 영상으로 여행을 가고자 하는 고객을 유혹하는 여행상품 방송이 한창이다. 단기간의 동남아 상품에서 크루즈 일정을 포함해 10일 넘어가는 유럽여행까지 상품도 다양하다. 특히 ‘10개월 무이자 할부’라는 비장의 무기는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 현재 중견 여행사의 패키지여행 고객 대부분은 홈쇼핑 고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패키지여행에서 홈쇼핑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금요일 늦은 밤 홈쇼핑 방송이 시작되자 인근 채널을 돌려본다. 거의 대부분 홈쇼핑방송 채널에서 여행방송을 한다. 화려한 여행의 영상이 고객을 유혹하고 있고 쇼핑호스트의 설명을 들으니 절로 여행이 가고 싶어질 정도다. 해당 방송이 나가면 전화문의가 2000~3000콜은 기본이라니 여행사들이 홈쇼핑에 목을 매는 이유가 다 있다. 그런 이유로 유럽 패키지여행은 거의 홈쇼핑 고객이다. 그러나 상담과정에는 여행사직원과 전화로 상담이 진행되고 여행이 시작되는 공항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은 여행사직원도 아니고 홈쇼핑직원도 아닌 바로 인솔자.

Issue 1. 인솔자는 4대 보험도 사치인가?

특히 유럽 패키지여행에서 인솔자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보통 인솔자라 불리는 ‘국외여행인솔자’(Tour Conductor, TC 이하 인솔자)는 여행의 출발부터 귀국까지의 모든 여정을 함께하는 책임자다. 여행지마다 현지가이드 혹은 한국인 가이드가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한국인 가이드가 나오지 않는 지역과 일정에서는 가이드의 역할까지 해야 하는, 말 그대로 ‘북 치고 장구 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바로 인솔자다. 여행지에서 고객 접점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솔자의 위치가 바로 비정규직 프리랜서다. 일부 대형 여행사에는 회사 창업 초기에 입사한 인솔자 중 일부가 4대 보험 등에 가입되어 있다고 하나 그것도 정규직 일부에 불과한 상황이다. 대부분은 일용직 프리랜서 신분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인솔자가 많은 것은 여행사의 수익과 비용구조에 기인한다.


매년 관광 관련 졸업자와 여행업계 종사자가 취득하는 ‘국외여행인솔자자격증’ 취득자의 규모는 4000명~5000명 내외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숫자는 6000명 내외로 추측되고 있다. 패키지 수요가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부분은 바로 유럽지역이다. 채용 방식에서는 대부분 여행사가 공채 혹은 프리랜서 형태의 상시 채용을 한다. 여행사의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인솔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유럽 지역 인솔자가 대부분이다. 지역적 특성상 일본의 경우는 ‘스루가이드’로 인솔자와 가이드의 역할을 같이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저가의 유럽 패키지여행 상품에도 인솔자 없이 공항에서 현지 가이드를 만나 관광을 진행하는 상품이 생겨 인솔자의 위치가 점점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Issue 2. 인솔자의 철새 현상을 탓할 수만 있을까?

여행사마다 6월부터 시작되는 성수기를 앞두고 알음알음 인솔자 확보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아직 인솔자를 확보하지 못한 여행사도 많다. 매년 특정여행사로 인솔자 쏠림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패키지 인원송출 규모와 대우에 따라 인솔자의 쏠림 현상이 심화한다. 그 원인은 바로 인솔자의 신분 때문이다.


인솔자는 프리랜서다. 즉, 행사 별로 계약한다. 그렇다면 전속 인솔자의 의미는 무엇일까? 각 패키지 여행사마다 적게는 10명 내외부터 400여 명까지 전속 인솔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전속’이란 의미는 해당 여행사의 여행행사를 주로 진행한다는 의미이지, 문서로 남긴 ‘계약’의 의미는 약하다. 대형 여행사마저도 성수기에는 인솔자 부족현상으로 안정적으로 인솔업무를 하지만 비수기에는 여행수요가 줄어 전속 인솔자 위주로 출장을 배정한다. 전속이란 의미는 해당 여행사 소속으로 비수기에 출장기회를 우선으로 보장받는다는 의미가 강하다. 대형 여행사인 M여행사와 H여행사의 일부 인솔자는 “한 달에 한 건 정도만 배정받는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것 가지고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 해서 다른 여행사로 이직을 고려하기도 한다.


경력인솔자의 경우에는 대부분 여행사에 소속된 전속인솔자 신분을 갖고 있지만, 조건에 따라서 일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 여행사에서 인솔자 관리에 골머리를 쓰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다. 여행사와 인솔자 사이의 강제적인 구속장치가 없으니 관리하기가 힘든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Issue 3. 인솔자에 대한 고객 불만, 구조적 문제는 없나?

여행에서 고객의 불만이 커지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인솔자 관련, 두 번째는 가이드 관련, 세 번째는 행사 수배 관련이다. 인솔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분은 초보 인솔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미숙한 인솔 능력이 있다. 경험이 많은 인솔자 중에서는 일정표에 없는 일정을 만들어 고객에게 옵션을 팔고 쇼핑을 강요하며 불친절한 태도를 보여 고객이 불만을 갖게 한다.


초보 인솔자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인솔 미숙인 경우엔 큰 문젯거리로 남지는 않는다. 인솔자도 자신이 미숙한 걸 알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최대한 고객에게 친절하게 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처음에 불만을 제기하지만, 10여 일간을 같이 지내다 보니 인간적으로 친해져서 여행이 끝날 무렵에는 ‘노력하는 것이 안쓰럽다’는 동정심을 갖는다. 이런 이유로 인솔자의 미숙한 업무능력은 너그럽게 용서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없는 일정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인솔자의 문제는 여행사의 제재가 크다. 일부 경력 인솔자 사이에서 암암리에 행해지는 문제이다. 쇼핑 강요 역시 인솔자의 수익의 대부분이 선택품목(옵션)관광 수익의 일부이거나 쇼핑 알선 수수료(커미션)라서 수익의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유럽여행 인솔자들은 직접 쇼핑 강요를 하지 않는 편이다. 불만사항 제기를 피하고자 간접광고의 화법을 많이 쓰는데, 일부 인솔자와 현지 한국인 가이드가 대놓고 쇼핑을 강요하며 고객에게 불만사항이 나오는 상황이다.


인솔자와 가이드의 불친절 사례는 고객에게 핀잔을 주는 듯한 말투가 대표적이다. 무안해진 고객은 더는 인솔자나 가이드에게 질문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크고 작은 불만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인솔자들은 상대적으로 손님들에게 저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일부 인솔자들은 오히려 고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있다.  


해당 여행사에서는 크고 작은 불만사항이 일어나도록 유발한 인솔자에 대해 일정 기간 ‘출장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의 강경책을 쓰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프리랜서 신분인 인솔자는 출장정지 중에도 인맥을 이용해 타 여행사의 출장업무를 맡는다. 재정 여유가 있는 인솔자라면 그동안의 누적된 피로에서 회복하는 휴식의 기회로 삼기 때문에 출장정지를 그리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것도 아니면 ‘아예 다른 여행사로 옮겨버리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있어 강경책이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여행사 담당자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어 1~2회 정도의 출장정지 처분을 내리는 게 고작이다. 신입인솔자의 경우에는 인맥이 없고 출장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 다른 여행사 출장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신입인솔자들에게 타격이 크다. 실제로 신입인솔자에게는 불만사항이 적다.

 

Issue 4. 인두세에 관광비용까지 부담시키는 게 맞나?

인솔자의 수익은 고객에게 걷는 공동경비 일부, 쇼핑 알선 수수료(커미션), 옵션 상품 판매 수수료(커미션)가 전부다.


그중 가장 큰 금액은 바로 공동경비다. 유럽의 경우엔 하루 10유로(euro)라는 공식적인 비용이 있다. 고객이 많은 경우 금액이 커지는 데 이것을 대부분 여행사에서는 ‘인두세’라는 명목으로 적게는 1인당 20유로에서 60유로 정도까지 떼어간다. 또 현지에서 드는 입장료, 주차비용, 도시세 등을 부담시킨다. 공동경비에서 현지 가이드의 팁, 운전기사 팁, 식당 팁, 식당 물값 등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지 관광비용까지 부담시키는 것은 개선해야 할 문제다.


여행사와 랜드사는 인두세와 공동경비를 자신들의 투어비용으로 전용하는 것을 “적자가 나는 운영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항변한다. 반면 인솔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서유럽 상품의 경우 인솔자가 주차비, 도시진입세, 각종 팁 등을 내고 나면 적게는 300~400유로, 많게는 500~600유로를 손해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쇼핑과 선택품목(옵션)관광 상품 판매에 열을 낼 수밖에 없다.”


한국국외여행인솔자협회 관계자는 “그나마 저가 패키지여행 상품의 경우 고객들이 옵션이나 쇼핑을 해야 한다고 인식해 어느 정도 하는 편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손해는 그대로 인솔자가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서로의 견해 차이가 커서 쉽게 개선하기를 바라는 건 요원하기만 한 상황이다. “인두세를 부담하는 대신 각종 비용을 회사에서 부담하는 선에서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출장비 책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 제언
인솔자는 그룹 해외여행에서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사람이다. 여행을 원활하게 진행하며 현지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만사항을 몸으로 해결하는 존재로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인솔자에 대한 처우 개선 및 여행상품의 수익구조 개선이 있어야 품질 낮은 해외 패키지여행 상품의 질적 개선을 이루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제언한다.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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