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VEST. #1] 역대 최악 양민항, 오히려 지금이 기회
지주사 문제 9부 능선 넘어... 저평가 안전마진 확보
타 외항사 대비 저평가 불확실성 해소로 상승 전망
2016-09-13 14:41:05 | 양재필 기자

양대 국적사라고 할 수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대내외적으로 역대 최악의 업황을 지나고 있다. 이에 실적도 주가도 엉망인 상황이다. 업계는 항공업황의 부진이 지속함에 따라 양민항의 위기론에 어느 정도 힘을 싣고 있고, 투자자들은 현재의 애매한 상황이 헷갈리기만 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바닥을 다지고 날아오를 것인가. 아니면 암울한 상태 연장으로 여기서 더 깨질 것인가.
 

低유가 호재… 숨겨진 음모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가장 강한 주가 흐름을 형성하면서 놀랄만한 수익률을 달성하기도 했다. 당시 상승세의 가장 큰 명목은 저(低)유가로 인한 비용절감이었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유가(WTI 기준)가 OPEC(석유수출국기구)1의 석유 감산 합의 실패와 엄청난 석유 재고량으로 인해 폭락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10월경부터다. 수년간 국제유가는 배럴당 80~120달러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가면 매출비용의 25~40%에 달하는 항공사들의 유류비가 급증하면서 중장기적인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유류할증료를 징수하면 되지만 국제 유가가 기조적으로 급등하게 되면 시차를 두고 지속적인 실적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대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하에서 지속해서 내림세를 나타내면 유류할증료는 줄어들지만, 유류비 절감이 반영되면서 전체 실적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본다.
일정한 가격으로 형성되던 국제유가가 급락을 시작했으나, 초기에는 그 정도의 하락이 일어날 것이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2014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한 국제 유가는 불과 반년 만에 반 토막 가격까지 하락했다. 100달러에 이르던 유가가 5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2015년 들어 지나친 하락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가가 다시 배럴당 6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그건 추가 하락을 위한 반등에 불과했다. 지난해 여름 이후 다시 하강운동을 시작한 국제유가는 올해 연초에는 배럴당 26달러까지 하락하며 12년 만에 최저치까지 경신했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국제유가 하락에는 글로벌 투기세력이 한몫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파생상품(Derivative securities)2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유가는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북해산 브렌트유, 중동 두바이유가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최강대국인 미국 산출량의 기준이 되는 WTI가 국제유가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국제유가는 실물 인도보다 파생 상품 시장에서 숫자로 거래되는 금액이 압도적으로 크다. 결국 국제유가의 실물은 석유이지만 그 석유 가격을 맞히면 수익을 올리는 파생시장에서의 ‘쩐의 전쟁’이 실제 시장을 움직이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석유 가격 하방 세력의 우세에는 충분한 명목이 필요하다. 그 명목은 이른바 ‘석유 시대의 몰락’ 작전이었다. 과학기술 발달로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이 늘어나면서 남아도는 석유가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경기둔화로 인한 석유 재고 증가로 인해 국제유가가 하락했다고 하나 그 이면에는 복잡한 에너지 패권 싸움도 자리 잡고 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동 산유국으로 주로 이뤄진 OPEC이 미국의 셰일가스(Shale gas)3를 견제하기 위해 시작한 싸움이 국제유가 하락을 부추겼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이 첨단 채굴 기술로 석유보다 더 값싼 셰일가스를 뽑아내기 시작하면서, 오일머니의 패권을 가지고 있는 중동 국가들이 셰일가스 산업 성장과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고의로 석유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셰일가스의 경우 배럴당 50~60달러의 채산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석유가격이 오히려 더 싸진다면 셰일가스 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는 중에도 만장일치로 이뤄지는 OPEC 감산 합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일부 국가들은 지속해서 감산에 합의하지 않았고, 오히려 원유 판매 가격을 먼저 낮추기까지 했다. 그 여파는 재고량 증가로 인한 국제유가 급락으로 나타났다.

중동과 미국의 글로벌 에너지 패권 전쟁으로 항공사들은 뜻하지 않게 사상 초유의 저유가 시대 수혜를 입을 수 있었다.

양민항, 행복은 짧고 불행은 길다

갑작스럽게 저유가 시대를 맞이한 항공사들은 쾌재를 불렀다. 유류비가 크게 경감되면서 비용절감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항공유 가격 하락이 연동되고, 그에 따라 유류비를 점차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기대감은 선행지표인 주식시장에서 바로 나타났다. 역사적 저점까지 내려갔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국제유가가 폭락하기 시작한 2014년 10월 이후 엄청난 매수세가 몰리며 반등에 이어 폭등에 접어들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주당 3만5000원에서 형성되던 주가가 반년도 안 돼 5만5000까지 급등, 단기간에 5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수년간 3000~4000원의 지루한 박스권 흐름을 보이던 주가는 10월부터 폭등을 시작해 불과 4개월 만에 주당 1만 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기관들의 주도로 매수세가 급증하면서 불과 반년도 안 돼 100%가 넘는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유류비 감소로 인한 실적 상승 기대감은 현실로 나타났다. 2014까지 별 볼 일 없었던 영업이익이 2015년 1분기에 급증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2015년 1분기 1900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77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저유가로 인한 호재를 입증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급등 후의 후유증은 더 컸다. 당장에 저유가로 항공사들이 환호했지만, 경기둔화로 인한 승객감소와 항공사간 경쟁격화로 인한 수익성 훼손은 더욱 심한 문제로 인지됐다. 대한항공의 주가는 지난해 4월 10일 고점을 찍은 후 올해 1월 말까지 쉬지 않고 하락했다. 5만4000원대 주가는 2만 원대까지 폭락하며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저유가 호재로 인한 상승 폭을 단 1년 만에 다 까먹은 것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까지 주당 1만 원을 넘나들던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1년 내내 하락해 올해 연초에는 주당 4000원까지 하락했다. 저유가 호재 재료에 힘입어 상승하기 전 주가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하락 기간에 양민항은 각종 사건 사고와 대내외 불확실성에 그대로 노출됐다. 지난해 5월에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질환)로 인해 한차례 큰 타격을 받았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 그룹사 재편 과정에서 재무구조 문제가 두드러지면서 위기론이 불거졌다. 대한항공의 경우 조선 물류 업황 붕괴가 심화하면서 한진그룹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됐다. 아직까지 양민항의 그룹사 리스크는 진행형이다. 거기에 다양한 항공 안전사고까지 겹쳐지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기약 없는 하락 운동을 지속했다.

이 기간에 하락을 주도한 것은 기관과 외국인들로 개인들이 저점에서 계속 매수했지만, 저점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대규모 매도세가 연출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를 살펴보면 주가 흐름이 급락 후 오랜 시간 동안 정체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주당 2~3만 원, 아시아나항공은 4000~5000원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마켓&인베스트 #2에 이어집니다.

양재필 기자 ryanfeel@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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