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유럽 유랑]1화▶ 낯선 세상, 유럽
2016-02-14 19:49:39 | 김지훈 칼럼니스트

그땐 그랬다. 무작정 티켓을 끊었다.
 

전역 후 학교에 복학했지만 동기들과 마시는 술자리만 즐거웠다. 전공에 대한 회의감이 크게 느껴질 때 난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처음으로 입국심사라는 것을 해보았다.

대학동기가 히드로공항에 잡혀서 몇 시간이 지나서 풀려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든 짐을 풀고 몸수색을 받고서야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그곳에 나도 왔다. 입국심사는 까다로웠다. 특히 영어 못했던 난 더 약한 존재로 느껴졌다.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느끼지만, 입국심사자는 전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사는 거 같다. 아웃티켓을 보여주고서야 5분간의 입국 심사는 끝났다. 친구가 마중 나와 있었고 포옹 후 집으로 향했다.


영국 런던, 어느 변두리에 자리한 친구의 집. 친구의 룸메이트는 두 명이었다. 프랑스인 요한과 루마니아인 미하이. 그들과 난 3개월을 함께 지냈다. 다음 날 스위스로 떠나야했기 때문에 짧은 인사를 나누고 잠자리에 들었다.


첫 여행지는 중요했다.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떠나 세계로 가는 것이었다. 영국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뎠지만 첫 여행지는 스위스라고 생각한다. 다음날 배낭을 꾸려 새벽 일찍 스위스 취리히로 떠났다. 게트윅공항에서 취리히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특별한 경험은 없었다. 쌓인 피로를 푸는 숙면이 전부였다.


스위스에 도착했고 문제는 입국 심사였다. 입국 심사자는 선택지를 주었지만 똑같았다. 독일어나 영어나 문장이 길어질수록 못 알아듣기는 마찬가지였다. 답답했던 입국심사자는 손가락질했고 뒤에서 대기하던 친구는 위기감을 느꼈는지 달려와 대신 대답해줬다. 처음에는 친구에게 뒤에 가서 대기하라고 언성을 높이던 심사자는 내 얼굴을 한번 보더니 다시 손가락질한다. 친구는 문제없는 아이라고 했고 힘들게 스위스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간단한 것인데 왜 그렇게 긴장했나 싶다. 처음이란 것은 생소하지만 두 번째를 쉽게 만든다.


우리는 예약 해놓은 게스트 하우스로 향했고 짐을 풀고 다시 취리히 시내로 향하기 위해서 정보를 입수했는데 스위스 버스는 유독 비쌌다. 거기다 구간제다. 일행은 여행 경비를 아끼기 위해서 걷기 시작했다. 밤에 술을 마시며 몇 십만 원을 쓰는지도 모른 체 중생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여행지에서 돈은 많이 써도 괜찮다. 그러나 잘 써야 한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났던 여행자와 취리히 도심을 누볐다. 처음으로 바라본 세계는 쓰레기통 하나까지 신기했다. 호기심 후 밀려오는 익숙함에서 여행의 참맛을 느꼈다.



각자 목표가 있어서 한국을 떠나 유럽으로 왔었다. 한 친구는 축구를 위해 또 한 명은 공부하는 유학생 그리고 난 영화 때문에 유럽행을 결심한 것이었다. 쉬지 않고 스위스 취리히 전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렌즈가 사람에게 향해도 불쾌한 기척이 없었다. 웃으며 손을 올려주는 그들의 행동에서 여유를 느꼈었다. 퇴근하는 고된 노동자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와는 많이 달랐다. 그래서 첫 여행지였던 스위스는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온다.


“낯선 세상과 처음 마주하는 것은 두려움과 설렘으로 가득하다. 그것이 여행이겠지만….”



여행 칼럼니스트 김지훈_  tripadviser.xyz

◆김지훈 칼럼니스트는…
“죽음, 그 순간을 경험한 후 삶이 달라진 여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