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윤형준 캐플릭스 대표, 제주패스 이어 글로벌 렌터카 플랫폼 도전
2022-07-07 22:51:37 , 수정 : 2022-07-08 11:14:45 | 편성희 기자

[티티엘뉴스] 2007년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도. 세계가 인정하고, 국내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대표 관광지가 제주도이다. 그러나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을 당시에도 제주도 여행 시스템은 낙후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제주 여행객들의 필수 교통수단인 렌터카 정보조차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서 '렌터카 0원 상술에 울었다'는 식의 소비자 고발 기사도 종종 나오던 시기였다. 윤형준 대표의 제주패스는 그런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려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윤 대표는 그 때를 놓치지 않은 승부사다. 지역 렌터카 업체들을 설득하고 공감시키며 제주 렌터카 업계에 투명성과 디지털 전환을 이뤄낸 윤형준 대표는 국내 관광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국내 최초 제주도 렌터카 가격 비교 플랫폼으로 제주 토종 OTA의 역사를 만든 제주패스의 법인 (주)캐플릭스는 독보적인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아 지난 3월, 2000억 원의 기업가치로 야놀자 투자를 포함해 32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펀딩을 성사시켰다. 제주도를 포함해 국내 최대의 중소형 렌터카 네트워크를 보유했고, 클라우드 기반 렌터카ERP 솔루션을 활용한 AI기반 렌터카 가격조정 모델(국내특허 등록)의 기술력을 갖춘 캐플릭스는 야놀자와 글로벌 렌터카 및 여행레저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6월27일 서울 홍대 제주패스 서울 사무실에서 윤형준 대표를 만나 캐플릭스의 비전을 들어봤다.   

 

 

제주 토종 여행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대표께서 직접 제주패스의 정확한 정체성을 소개해달라.

 

제주패스는 국내 최초로 제주도 렌터카 업체의 상품들을 비교 분석하고 예약, 결제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렌터카 OTA플랫폼으로 시작했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렌터카는 무조건 전화로 예약해야 했는데,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니 보험료 등에서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일이 많았고 제주여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여갔지요. 제주 토박이인 저는 제 고향 제주가 이런 불신을 받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상품가와 보험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렌터카 공급자와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렌터카예약관리 시스템(ERP)을 만들었고 전국 420개의 렌터카사와 4만5000여의 렌터카가 등록된 제주 최대의 렌터카 플랫폼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렌터카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들을 관찰하다보니 또 다른 소비자들의 불편함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주여행을 하기 위해 항공, 숙박, 렌터카, 액티비티를 각각의 사이트를 찾아 다니며 예약한다는 것이었죠. 이를 계기로 제주패스는 올해 3월부터 렌터카 OTA플랫폼에서 벗어나 고객들이 제주여행을 편하게 논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제주 통합여행플랫폼으로 거듭났고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렌터카 네트워크를 디지털화 했을 당시 소비자 및 업계에서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어떻게 기획할 수 있었나.
 

당시 저는 대기업 E-Biz 컨설팅 및 호텔업계 실시간예약 구축사업을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오페라(opera)라고 불리우는 글로벌 1위 숙박ERP를 국내에 처음 들여와 신라호텔, 조선호텔, 해비치호텔 등 국내 5성급 이상 호텔들의 실시간 예약을 만들어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실시간 예약이 없어 고통받는 렌터카 업계에 진출하였고 국내 최초로 렌터카 시장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실행하였습니다.


 

지속가능한 여행을 중요시하는 요즘, 제주패스의 적극적인 ESG 활동에 관심이 많다. ESG 경영철학을 듣고 싶다.

 

제주패스는 제주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상품을 바탕으로 사업을 합니다. 때문에 상품을 별도로 개발하는 것에 큰 비용이 들지 않으니 저희로서는 큰 혜택을 입고 있는 것이죠. 반대로 생각하면, 제주의 청정 자연이 망가지는 것은 곧 제주패스의 위기로 직결됩니다. 이것이 저희 제주패스가 제주의 환경 및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ESG활동에 진심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도 제주패스가 가장 공을 들이고 노력하는 부분은 제주를 소모하는 여행에서 벗어나 제주를 아끼고 소중히 하는 여행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행업계 최초로 기부여행 플랫폼“MAKE JEJU BETTER” 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사이트 내에서 구매한 금액의 최대 5%를 적립해주고 이 중 1%는 기부전용 포인트로 제공하여 여행이 곧 제주를 위한 기부로 이어지도록 만들었죠. 3월 오픈이래 지금까지 1300만 원의 기부액이 모여서 제주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쓰여지고 있습니다. 
 

▲장바구니자판기 설치

 

지금 제주는 개발과 관광으로 인한 쓰레기와 오염 등의 환경 문제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주패스는 그간 텀블러 사용 장려 캠페인, 해안가 쓰레기 줍기 등의 정화활동 등을 해왔지만 혼자만이 아니라 이러한 제주의 위기에 관심을 가진 모든 기관과 단체들이 제주패스 플랫폼에서 여행객들과 함께 제주를 아끼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제주를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통합예약플랫폼 구축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기존 종합여행사처럼 특색없이 규모를 키우는 데에만 집중하는 건가’라는 우려도 나온다. 제주패스의 비전을 듣고 싶다.

 

네. 그렇게 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차별점은 ‘제주에 진심’이라는 것입니다. 기존의 종합 여행사, 플랫폼들과 달리 제주 로컬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지속가능한 여행을 만들어 가는 것, 그리고 고객들이 제주 여행의 마지막 여운과 보람까지 느낄 수 있는 가치 지향적인 제주여행, 그것이 제주패스의 비전과 철학이며 차별화의 핵심입니다. 특히 매출의 1%를 제주에 기부하는 ESG플랫폼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우리만의 경쟁력입니다. 제주의 컨텐츠를 단순히 노출하고, 그걸 소비시키고 돈을 버는 종합 여행사들과 달리 제주패스는 여행객들과 함께 제주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지키는 최초의 플랫폼이기 때문에 고객들의 로열티가 남다르다고 판단합니다. 

 

 

쿠킹살롱, 카페패스 등 흥미로운 여행상품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콘텐츠는 어떤 점을 고려하여 만들고 있나.

 

제주패스는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고 예약만 편리한 것이 아니라 제주를 가장 잘 아는 제주 토박이 스타트업으로서 제주 지역 소상공인에도 도움이 되고 고객들이 보다 진정으로 제주를 즐길 수 있는 여러 컨텐츠와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합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카페패스입니다. 카페패스는 2박3일, 혹은 3박4일로 제주를 찾은 여행객들이 짧은 기간동안 제주 2백여곳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컨텐츠 상품입니다. 제주 지역의 카페 소상공인들에게는 홍보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면서 고객들도 제주의 특색 있고 새로운 카페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죠. 또한 ‘제주오일장 쿠킹살롱’처럼 제주 로컬 사람들을 만나서 장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제주의 진짜 음식을 만드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저희가 제주 토박이 회사이기에 가능한 트립입니다. 종합여행사에서는 제공이 불가능한 컨텐츠들입니다.

 

 

지역 카페, 전통시장, 여행 액티비티 업체 등 지역 상권과의 협력은 잘 이뤄지고 있나. 

 

제주패스의 브랜드 슬로건은 “제주여행의 진심”입니다. 진정한 로컬의 가치가 담긴 여행이라는 의미입니다. 요즘의 여행은 단순히 유명한 곳을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진짜 로컬을 느끼고 경험하는 것으로 트랜드가 바뀌고 있죠. 오일장 쿠킹살롱은 제주 토박이 시장에서 제주 할망(할머니)들이 키운 채소를 사고 제주 어부들이 잡은 해산물 장을 보고 로컬 사람들이 즐겨먹는 한치물회나 지름떡을 만들어 보는 체험을 합니다. 여기에는 로컬을 경험하는 것 이외에 ‘지속가능한 여행’이 담겨 있습니다. 현지의 식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유통과 물류과정에서 생기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로컬 사람들의 경제 활동에도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 지속적인 제주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니까요.

 

“필라테스 플로깅”역시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컨텐츠 중에 하나입니다. 맑은 제주 자연속에서 고객들은 ‘천정보고 누우세요’ 가 아닌 ‘하늘보고 누우세요’ 라는 말로 필라테스를 시작하죠. 필라테스에 이어 바로 그곳의 버려진 쓰레기들을 주우면서 고객들은 진짜 여행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어서 좋았다고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제주패스가 만들어가는 컨텐츠는 제주에 대한 진심이 고객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고객들도 진정한 제주를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점에 포커싱 돼 있습니다.

 


카페패스는 지역상권과의 협력의 좋은 예시이기도 합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체인과 달리 지역의 작은 카페들은 홍보나 마케팅의 역량이 부족합니다. 카페패스를 통해 카페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메뉴를 홍보하는데 필요한 컨텐츠도 확보 할 수 있고 하루 1만명이상의 고객이 이용하는 제주패스 플랫폼을 통해 매장을 홍보하고 영업활동을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의견을 주십니다. 그 밖에도 제주패스에서 여행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이고 싶은 지역 업체들의 많은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저희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제주여행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저희의 철학과 맞는 지역 상권들에게 항상 오픈되어 있고 협업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제주 관광업계에서는 해외여행 재개 등으로 제주 관광수요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대표의 견해를 듣고 싶다. 

 

팬데믹 이전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연간 해외여행 3천만명이 나가는 시절에도 제주여행객들은 연간 1천5백만명이었습니다. 이는 절대 적은 수치가 아니며 이를 통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제주여행에 전반에 걸쳐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제주패스가 제주여행의 디지털전환을 이끌어 AI여행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면 해외여행이 재개되더라도 제주여행은 꾸준하게 성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주패스 및 캐플릭스의 향후 계획을 알려달라. 



이제 제주는 일년에 한두 번 방문하는 해외 여행지가 아니라 일상의 여행으로 자주 찾는 여행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제주는 다채롭고 알면 알수록 많은 매력이 있는 곳이죠. 해외여행 재개로 제주의 수요가 줄어든다기 보다는 일상 여행지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워케이션이나 제주 한달살이 등의 새로운 여행 패턴으로 제주 여행에 대한 수요는 보다 늘어날 것이고 제주패스는 이에 맞는 새롭고 참신한 여행을 계속 개발중에 있습니다.

 

 

편성희 기자 psh4608@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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