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비경의 도시 ‘사파’(Sa Pa)
2017-08-28 21:48:38 | 조성룡

 

베트남 하노이에서 약 320Km 북서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사파(Sa Pa). 도시라고 하기엔 우리나라 행정구역상 ‘읍’이나 작은 ‘군’에 해당하는 정도의 크기지만 동·서양 여행자가 매일 유입되고 빠져나가는 곳이다 보니 유동인구만큼은 상당한 동네가 바로 사파이다.

글·사진= 조성룡 작가

편집= 편성희 psh4608@ttlnews.com

 

하노이에서 사파까지

하노이에서 사파를 가기 위해 수소문을 했다. 기차를 타는 방법, 택시를 타는 방법, 다른 버스를 갈아타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편하고 확실하게 사파에 갈 방법은 ‘사파익스프레스’ 버스를 타는 방법이었다.

 

사파익스프레스는 슬리핑버스(32인승)와 럭셔리버스(28인승), 두 종류의 버스를 운행한다. 슬리핑버스 요금은 편도 11달러(USD)인데, 사파익스프레스 하노이 사무소 앞에서 밤 10시에 출발한다. 화장실이 있어 편리한 점도 있지만, 화장실 근처 좌석을 배정받을 땐 문을 여닫을 때 냄새가 심해 잠은커녕 가는 내내 괴로울 수도 있다.

럭셔리버스 요금은 편도 16달러(USD)이고 하노이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한다. 우리나라의 우등버스와 동일한 버스로 사파까지 5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가는 동안 휴게소를 두 번 들르는데 첫 번째 휴게소에서 30분, 두 번째 휴게소에서 15분을 쉰다. 아침식사를 거르고 나왔다면 첫 번째 휴게소에서 아침을 사 먹는 게 여유롭다.

 

사파익스프레스는 하노이에서 현장구매나 예약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http://www.sapaexpress.com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버스를 선택한 뒤 뜨는 예약정보 입력창에 승객명, 연락처, 국적, 편도인지 왕복인지 등의 정보들을 입력한 후 ‘Confirm’ 버튼을 누르면 결제를 위한 링크가 삽입된 메일이 온다. 결제를 완료하면 바우처가 첨부된 메일이 발송된다. 스마트폰 등에 바우처를 저장해두면 현장에서 승객인지 확인받을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자연환경에 녹아들다

4~5월의 사파, 맑고 푸른 청명한 하늘을 당연하게 기대했는데 오산이었다. 짙은 산안개가 걷힐 날이 드물다. 우리나라처럼 아침에만 잠깐 보이다 떠오르는, 햇살에 이내 사라지는 그런 안개가 아니라 거의 방역차가 뿜어내는 소독약 수준이다.

 

하지만 짙은 산안개도 사파의 수려한 경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멋진 소품으로 느껴졌다. 안개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던 계단식 논들이 맑고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장관은 그야말로 사파에 가봐야 하는 이유가 된다.

 

7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사파는 최고의 경치를 뽐낸다. 하지만 우기의 특성상 종종 비가 내리니, 9~10월이 여행하기엔 가장 좋은 것 같다. 사파를 여행하기에 가장 안 좋은 시기는 중국으로부터 불어오는 찬바람에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지는 12월에서 2월 사이일 게다.

 

사파와 그 주변 마을에 사는 여러 부족은 1년 열두 달을 그러한 변화무쌍한 사파의 자연에 맞춰 살아간다. “계단식 논에서 1년에 한 번 소출 되는 곡물들은 팔거나 무역을 하기 위함이 아니요, 한 해 동안 그들의 배를 채워줄 음식”이라는 트레킹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잠시 사파의 자연에 적응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봤다.

 

가성비 높은 음식

베트남의 ‘대표 음식’하면 쌀국수를 떠올리지 않을까. 어딜 가나 쌀국수를 팔고, 맛도 좋은 데다 저렴하기까지 하다. 베트남을 여행해본 사람 누구나 한국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사 먹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사파에서도 맛좋은 쌀국수를 파는 집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관광지이다 보니 수도이자 북부에서 제일 큰 도심인 하노이보다 비싼 곳도 심심찮게 보인다. 비싼 만큼 맛이라도 있으면 괜찮을 텐데 딱히 그렇지 못한 음식점들도 더러 있다. 필자가 일주일동안 사파에 머물면서 자주 갔던 어느 식당의 경우 대부분의 쌀국수 메뉴(Pho로 시작하는)가 맛이 좋았지만, 특히 볶음 쌀국수가 맛있었다. 가격은 4만 동(약 2000원).

 

베트남에서는 길거리 음식으로 ‘반미’라는 샌드위치가 있다. ‘베트남 바게뜨’라고도 하는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지만, 사파에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가장 먹을만했던 반미 노점상이 있는 곳은 앞서 소개한 쌀국수집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육포는 사파의 특산물일 게다. 사파 시내에도 파는 곳이 있지만, 저렴하고 맛있는 버팔로육포를 맛보고 싶다면 오토바이를 타고 라이차우 지역의 하이랜드로 가보자. 커다란 실버폭포(Silver Waterfall)를 지나 풍경이 멋진 곳마다 늘어선 천막으로 들어가면, 여행객에게 따뜻한 차와 고구마, 구운 달걀이나 옥수수, 대통밥 등 간단한 요깃거리와 버팔로육포를 판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 파는 육포가 대체로 맛이 더 좋다.


 

든든하게 저녁 식사를 하려면 레스토랑에 가야 하지 않을까.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양고기에 개구리까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요리가 즐비하다. 그중 산돼지 바비큐나 철갑상어나 말고기를 재료로 한 전골 요리도 먹어볼 만하다.


사파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A Phủ레스토랑에서는 달궈진 숯불에 2시간 동안 천천히 익힌 산돼지 로스팅 구이를 1인분에 20만 동(약 1만 원)에 먹을 수 있다. 주말에만 먹을 수 있는 메뉴이므로 시간이 맞는다면 꼭 먹어보길 추천한다. 철갑상어 전골 요리는 2인분에 35만 동(약 1만 7000원), 말고기 전골 요리는 2인분에 40만 동(약 2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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