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는 유커(遊客) 인바운드 후유증 연장되나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아예 안와...수요 급감
공동화 현상 심각...실망 매물로 주가 급락
2018-03-02 13:58:13 , 수정 : 2021-06-23 15:45:20 | 김홍덕 기자

환호는 잠깐이었다. 지난해 말 사드(THAAD) 문제로 촉발됐던 한·중간 냉기류가 수그러들면서 업계는 유커(중국인관광객)의 본격적인 방문을 기대했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유커의 발길은 끊긴 상태다. 개별여행객 일부가 한국 여행을 즐길 뿐 과거와 같은 대규모 단체 유커는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평창 동계올림픽 특수도 노려봤지만 열어보니 허탕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인바운드 관광산업의 효자였던 유커에 대한 의존이 지금은 심각한 후유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많던 유커들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김홍덕 기자 hordon@ttlnews.com

 

 

평창 특수 ‘제로’
유커 발길 뚝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큰 행사이니만큼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컴백’을 믿었다. 또, 중국 정부를 믿었다. 게다가 동계올림픽 기간이 우리의 설날, 중국의 춘절(春節)과 일치한다. 리커창 중국 총리도 “평창올림픽 기간 중 많은 중국인이 경기를 관람하고 관광도 하게 될 것”이라고 해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온다던, 오리라 믿었던 유커는 오지 않았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는 올림픽 티켓을 20만 원 이상 구매하면 비자 면제(15일 무비자 체류)라는 카드를 꺼냈다. 또 이 관광객이 정상적으로 출국하면 5년 복수비자(90일 체류)를 발급하기로 하는 등 파격적인 유인책까지 곁들였다. 이 사실을 중국에 알리기 위해 직접 관광객 유치 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했다. 내심 20만 명의 유커가 방문할 것으로 기대했다.
올림픽이 폐막하고 집계한 수치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국내 관광업계에 따르면 올림픽을 관람한 유커는 2만 명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이 2만 명도 대개는 인천시에 머무르다 되돌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시가 유커들이 인천에 하루 머무는 대가로 강원도까지 교통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에 입국한 수는 지난해 1월보다 8.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인천과 중국을 연결하는 10개 항로 카페리의 여객 수는 총 4만4049명. 작년 1월 5만4683명보다 20% 오히려 줄었다. 
2월 들어 약간 변화의 조짐은 있었다. 2월 초 중국인의 한국행 개인비자 신청 건수가 하루 1000여 건에 달했다. 사드 논란이 거셌던 작년 3월 유커의 한국행 개인 비자 신청 건수는 하루 300~500건이었다. 
유커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증거는 여기 저기 발견된다.
지난해 3월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한 이후 1년만인 지난 2월28일 중국발 크루즈선이 부산에 왔다. 3600여 명의 승객을 태운 크루즈선이 부산항에 입항했으나 정작 중국인은 15명에 불과했다. 그중 5명은 아예 배에서 내리지도 않았다. 
중국이 단체관광을 금지하기 전 중국발 크루즈선의 승객은 70~80%가 중국인이었다. 정부가 중국인 단체관광객에만 허용했던 크루즈 무비자를 올해부터 개별관광객한테도 열어줬지만, 아직까진 별 효과가 없는 것이다. 

 

 

인·아웃바운드 2배 차이
관광적자 15兆 역대급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관광수지 적자는 15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수입은 133억2370만달러로 전년대비 무려 22.5%나 감소했다. 반면 관광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지난해 270억7290만 달러로 14.3% 급증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이며, 관광수지 적자폭도 역대 최대치다. 
문제는 역시나 유커였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333만5700여명으로 전년보다 22.7% 급감했다. 반면 내국인 출국객은 2649만6400여명으로 전년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출국 내국인이 입국 외국인의 2배가 된 것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국인관광객은 417만 여명으로 전년대비 무려 48.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공사 역시 유커의 급격한 감소가 관광수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3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방한 단체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시키면서 유커가 증발했다는 것이다. 
관광수지의 심각한 적자가 유커 급감해서 비롯된만큼 일각에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수백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들어오면서 인바운드 여행업, 면세점, 카지노, 호텔 들이 쉽게 장사를 해왔지만 앞으로 지난 몇 년의 대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동남아 인바운드 여행객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인도, 미주, 유럽, 중동 등의 인바운드 여행객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힐 필요가 있는 것이다.

 

 

유커 대폭증
태국·일본으로 유턴

 


 

 

혹시 유커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 것은 아닐까. 결과적으로만 보면 유커 팽창은 엄청나지만 한국에만 안 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국관광연구원과 국가관광데이터센터가 발간한 2017년 연간 여행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연간 중국 관광수입은 5조4000억위안(약 930조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보다 15.1% 증가했다. 
국내 여행객수는 50억명(연인원)으로 동기 대비 12.8% 증가했다. 해외여행객수는 동기 대비 3.7% 늘어난 2억7000만명이었다. 
중국인 유커가 가장 선호하는 해외 관광지는 태국과 일본으로 집계됐다. 이어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미국 △캄보디아 △호주가 유커 선호 관광지 TOP10에 이름을 올렸다. 동남아시아 국가의 인기는 여전했고, 한때 1,2위에 들었던 한국은 10위권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인바운드 호텔·면세점 
유커 충격파 심각

 



 

 

유커 특수로 수혜를 누리던 인바운드 여행업, 외국인 카지노, 면세점, 호텔 등은 유커가 좀처럼 몰려들지 않자 폐색이 짙어지고 있다.
국내 면세점들의 경우 지난달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공’ 매출에 의존하면서 수익성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8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면세점 외국인 면세점 매출이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돌파했지만 이용객수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끊긴 대신 보따리상들의 대량 구매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L면세점 관계자는 “매출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보따리상에 의존한 덕에 수익성은 더 떨어지고 매출 등락도 불안정해지는 기형적인 상황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오지 않고 있는데다 수수료 부담에 공항 입점 문제까지 겹쳐지면서 시름이 깊은 상태다”라고 전했다. 
유커 폭증으로 인바운드 유치에 사활을 걸던 호텔 업계도 유커가 좀처럼 오지 않자 위기감이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지난 수년간 유커 관광객 폭증으로 서울 시내 인바운드 관광 호텔이 마구잡이로 지어진 탓에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1년 2만5000여개에 불과하던 서울시내 관광호텔 객실수는 올해 6만개를 돌파했고, 이미 지어지고 있는 호텔까기 합하면 조만간 7만개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호텔 객실 점유율은 60~70%대까지 떨어졌고, 객실 당 수익률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인바운드 호텔들은 현재 상황이 역대급 위기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공동화 현상이 수년간 심화되면 결론적으로 폐업하는 호텔들도 적잖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날던 주가도 털썩
기대감 증발

 


 

 

지난해 말부터 양국 간 해빙 분위기가 관측되며, 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여행업종 주가였다. 내내 억눌렸던 매수세가 폭발하며 단기간 적게는 30%에서 100% 급등하는 시세를 분출한 것. 하지만 유커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중국과의 정치적 경색이 여전히 풀리지 않으면서 대부분 올랐던 시세를 반납하고 있다. 여행업종 간에도 온도차는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유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하락 충격이 심한 것이다.
외국인 카지노와 호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파라다이스와 GKL의 경우 지난 9월부터 주가가 단 2개월만에 2배 가까이 폭등하는 기염을 토한바 있다. 하지만 이후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현재 고점 대비 상승폭을 절반가량 반납하고 있다. 시내 면세점을 영위하고 있는 한화갤러리아 타임월드도 지난 1월말 고점을 찍고 기대감이 줄면서 하락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도 지난 1월까지 고점을 찍다가 최근 하락세가 급해지는 모습이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여행사들은 하락폭이 심하지는 않지만 상승 기대감이 대부분 소진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우 인바운드 수요보다 출국 수요에 의한 실적 규모가 월등해 주가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국을 찾는 유커 수요가 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여행업종 주가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에 증시가 다양한 정치·경제·군사 이슈로 변동성 장세로 접어든 상태라 이에 민감한 여행업종은 한동안 등락을 거듭하며 하향하는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