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하면 홋카이도로 가라
2015-12-03 10:39:17 | 임주연 기자

우연일까? 일본 사람들은 ‘실연하면 홋카이도로 가라’는 말을 종종 쓴다.

오죽하면 『실연 소녀의 식사』라는 만화도 등장했을까.

실연당한 여자가 삿포로의 맛집을 탐방하며 자신을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어느 여행사 사이트엔 아예 ‘상심여행 넘버원’이라는 테마로

홋카이도를 따로 분류해 놓기까지 했다.

 

실연자들은 왜 홋카이도로 가는 걸까?

―<홋카이도, 여행, 수다> 송인희 지음 ‘실연했다면 홋카이도로 가라’ 중에서

 

연말이다. 지난 1년을 반추하다, 문득 마음을 비집는 상심사건이 생각난다. 낙담, 괘씸함, 그리움…. 이미 지나간 사건이건만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감정들을 삭히다 더욱 분통이 터질 때, 여행만한 묘약이 없다. 그리고 홋카이도(북해도·北海道)만한 위로도 없다.

설국을 찾아가 하얀 풍경을 만나자. 북해도를 덮은 함박눈이 마음의 상심도 덮는 듯하다. 마치 크리스마스 카드 같은 풍경에, 옛날 산타를 기다리던 꼬마 시절이 떠오른다. 동심으로 돌아가 며칠을 지내면 자연스레 괜찮아질지도 모른다.

 

눈이 오면 하던 장난이 있다. 눈썰매, 눈사람 만들기, 눈싸움…. 어른이 된 이상, 아이처럼 마구잡이로 뛰어다니는 수준 낮은 짓은 할 수 없는 우리에게는 체면을 지키면서 눈 장난을 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그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를 추천한다.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에는 광활한 설산, 뜨끈뜨끈 오두막, 노천탕, 얼음학교, 아이스마을, 얼음잡화점, 산타의 집, 28개의 스키코스 등이 있다. 3대째 이어온 장인들의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는 얼마 전 ‘겨울산 해방선언’을 선포했다.

 

이 선언으로 스키, 스노보드, 스노모빌 등 각종 겨울스포츠의 장이 펼쳐졌다. 11개의 수업이 있어서 코치를 따라 꽈당 몇 번이면 전문가가 된다.

스키가 질리면 눈길을 걸어 오두막에 올라가보자. 코끝이 꽝꽝 얼어붙도록 추웠지만, 훈훈한 통나무집에 들어가면 금세 괜찮다. 오두막 사람들은 올라프 팔뚝 같은 나뭇가지를 뚝뚝 꺾어 마시멜로우를 꽂아 모닥불에 구워 먹는다. 겉은 바삭해도 속은 부드러운 마시멜로우에 인생의 기쁨이 샘솟는다.

 

조금 노닥이다 오두막을 나서면 부는 칼바람. 이제 미끄러질 차례다. 눈썰매를 타고 전 세계에서 최고라는 설질을 지치며 내려오는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

이곳은 귀찮게 장비 챙겨갈 일도 없다. 골드카드가 있다면 렌탈샵에서 고급 장비를 이용할 수 있다. 골드카드 고객에게는 토카치가와 온천투어, 아사히야마 동물원투어, 후라노 스키투어 외부 관광과 리조트 내 3식(食)까지 모두 무료다.

“Do you wanna build the snowman~” 잊을 수 없는 겨울왕국의 노랫말이다. 겨울왕국을 사랑한 한국인이라면 아이스마을을 방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스마을은 얼음으로 만든 마을이다. 얼음으로 만든 집에 들어가, 얼음잔에 위스키를 마실 수 있다. 워낙 춥기 때문에 리조트 측이 온몸을 덮는 패딩을 빌려주기도 한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아이스마을에서 엘사인양 놀다보면 한해의 피로가 절로 달아난다.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자며 호탕하게 주문하는 사람이라면,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는 완벽한 힐링 코스다. 홋카이도산 연어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이곳의 레스토랑은 골드카드를 쓴다면 식사도 전부 무제한이다. 게다가 이곳은 식당의 창이 넓어 바깥 풍경이 그대로 보인다. 아름다운 설경을 바라보며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 유독 맛있게 느껴진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올해 참 힘들었던 이에게 아름다운 풍경만큼 감동적인 게 또 있을까.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까지는 신치토세 공항에서 JR특급열차를 타면 1시간 정도(인근 토마무역) 걸린다. 승용차나 리조트 버스를 이용하면 1시간 30분~1시간 50분 소요. 아사히카와 공항은 리조트와 물리적 거리는 가깝지만 고속도로가 연결되지 않아 1시간 40분이 걸린다. 자료제공=여비닷컴(카톡·네이트온ID:여비닷컴)

 

임주연 기자 hi_ijy@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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