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숙박공유 허용 … 규제와 혁신 사이 상생 해법은?
법률적 안전망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2019-01-24 14:04:03 , 수정 : 2019-01-24 21:47:57 | 김세희 기자

[티티엘뉴스] “정부는 연 180일 이내의 내국인 대상 도시 민박업을 허용하겠다. 기존 숙박업계와의 상생협력을 위한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1월 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제5차 경제활력 대책회의’에서 밝힌 공유경제 활성화 관련 정부의 입장이다. 내·외국인 모두 숙박공유가 허용된 농어촌과는 달리, 외국인만 가능했던 도시에서도 관광진흥법 개정을 통해 규제가 완화될 예정이다. 작년 발표한 ‘2019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숙박공유 활성화 방침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카풀’로 인해 카카오와 택시업계의 심각한 갈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처럼, 숙박공유 활성화로 인한 숙박공유업체들과 기존 숙박업계의 견해차가 예상된다.

 

 

“숙박업계 상생 위한 근본 대책 필요”

 

대한숙박업중앙회는 정부가 기존 숙박업계를 위한 지원책으로 불법 숙박업소 중개 금지 및 기존 숙박업계 세제혜택 등도 논의했지만,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 회장은 지난 2012년 관광숙박시설 확충 특별법 등으로 숙박시설이 크게 증가하면서 평균 공실률이 50%에 달하고 있는 상황 속 정부의 결정은 숙박업계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킬 것이라고 유감을 나타냈다.

 

“숙박업소가 총 3만 2000개인데 객실만 해도 110만 개로 365일을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수의 생존권이 달렸는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정 회장은 주장했다. 이어 정 회장은 “지난해 7월 뉴욕시의회는 만장일치로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온라인 주택임대서비스 규제법안을 통과시켰고, 독일, 영국, 일본 등도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안전 숙박 환경 조성 등의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숙박업계를 위한 지원방안은 실질적인 해결책이라 보기 어려우며, 일자리 감소 등 내수경기가 더욱 침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숙박업중앙회는 1월 22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리적인 제도 도입, 숙박시장 규모 커질 것”

 

반면, 정부의 규제완화로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된 숙박공유 기업들은 플랫폼을 통한 협력으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2013년 우리나라에 진출한 숙박공유 플랫폼의 원조 격인 에어비앤비는 기존의 숙박업소들이 자사 플랫폼으로 채널을 늘릴 수 있고, 플랫폼이 새롭게 확장한 신규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현 에어비앤비코리아 정책총괄 대표는 이번 정부의 발표로 “400만 명에 가까운 국내 에어비앤비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을 통해 합리적인 제도 도입으로 혁신성장의 핵심인 공유경제 관련 산업과 지역관광을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환영을 나타냈다. 앞으로도 에어비앤비는 국내 숙박업의 생각을 귀 기울여 듣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에어비앤비 숙소는 약 4만 5000곳(1월 기준)으로 전통 숙박업과의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임대 타깃을 설정, 개발해 공유숙박의 수요를 늘리고 있다. 공유 민박 쟁점은 2016년부터 시·군·구 지역 주민이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을 활용해 공유 민박 영업을 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공유민박업 도입을 촉구하는 시민 1만 2832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와 국회, 여야 각 정당에 전달한 바 있다.

 

글로벌 트렌드는 ‘숙박공유’

 

한편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를 개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최근 '국제 혁신 스코어카드(International Innovation Scorecard)'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평가 대상 61국 가운데 24위를 기록했으며, 세계혁신 경쟁을 주도하는 주요 16국 명단에서도 한국은 없었고, 숙박공유 분야는 최하위권인 D등급이었다.


공유경제 트렌드를 나라마다 어떻게 해석하고 정착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혁신 지수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할지 모른다. 숙박공유 분야의 법률적인 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하고 세부적으로 관리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세희 기자 sayzi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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