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 말의 귀를 닮은 신비한 암·수 봉우리 
조선개국의 비밀이 담긴 은수사, 신비의 탑들로 이뤄진 탑사 
기이한 움푹 패인 타포니 지형ㆍ겨울철 신비한 역고드름 현상
2020-01-03 20:22:25 , 수정 : 2020-01-03 21:42:50 | 이상인 선임기자

[티티엘뉴스] 마이산에서 2020년 새해 강한 기를 받아 보자.


▲멀리서 바라 본 마이산의 모습. 마치 말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마이산으로 불린다 


680m의 숫마이봉, 686m의 암마이봉이 역암으로 구성된 두 봉우리의 마이산에는 수많은 신비와 전설, 그리고 지구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두 개의 봉우리가 남녀인 양 부부인양 서있는 모양이 음향오행 사상으로 풀이되기도 하고 풍수설화에 오르기도 한다. 또한 신라 때부터 나라에서 제향을 올리는 명산이다. 국내로는 전라북도 도립공원이자 국가지정문화제 명승 제12호로 지정되었으며, 국외로는 세계 여행 잡지 미슐랭 그린가이드에서 별세계의 만점을 받았다. 

 


▲근접해서 본 마이산의 암마이봉(좌측)과 숫마이봉(우측)의 모습 


마이산은 청실배나무와 줄사철나무 군락지는 각각 천연 기념물 제386호와 제380호로 지정되어 지질학적인 가치뿐 아니라 생태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마이산은 약 1억 년 전, 자갈과 모래,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암석(역암)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역암으로만 구성된 봉우리이다. 또한 타포니라 불리는 거대한 구멍 혹은 동굴을 관찰할 수 있는 진안·무주 지질공원의 대표 지질명소라고 마이산 안내판에 적혀있다. 

 


▲마이산 두 개의 봉우리 중 숫마이봉의 모습. 그냥 보면 코끼리 형상으로 보이지만, 영험한 이들의 눈에는 스님의 모습이 보인다고 한다


진안을 상징하는 마이산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잘 알려져 있다. 전국 명산 중 기(氣)가 가장 센 곳으로 유명한 마이산은 조선시대 3대 임금 태종이 산이 흡사 말(馬)의 귀(耳)를 닮았다고 해 마이산(馬耳山)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마이산에는 마음이 저려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아득한 옛날 부부 신(夫婦神)이 하늘에서 잘못을 저질러 이곳에 내려와 자식을 낳고 살게 됐다. 오랜 속죄의 날들을 보낸 부부 신은 마침내 하늘 천상계로 승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하늘로 오르는 등천 때에는 사람이 보면 부정을 타서 올라가지 못하게 되므로 남편 신이 부인 신에게 "우리가 등천할 때에는 아무도 보아서는 안 되니 사람들이 모두 잠자는 한밤중에 떠나자”고 말했다. 

 


▲은수사에서 바라 본 마이산의 숫마이봉의 모습 


그러나 부인 신은 “밤은 무섭고 올라가기 힘드니 이른 새벽에 떠나자”고 우기는 바람에 부부 신이 다투다가 결국 부인 신의 말대로 새벽에 등천하기로 했다. 남편 산신은 오랜 속죄의 날들이 무위로 돌아갈지도 몰라 불안 했지만 아내 산신의 말에 따라 이튿날 새벽에 승천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마이산의 암, 숫마이봉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분수령에서 바라 본 암마이봉(우측)과 숫마이봉(좌측) 모습 


이튿날 새벽, 부부신은 마침내 승천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향해 산이 쑥쑥 솟아가고 있을 때 아랫마을의 어느 부지런한 아낙네가 치성을 드리기 위해 정한수를 뜨려고 우물을 찾았다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 놀라 비명을 질러 됐다. 놀란 소리에 부정을 탄 부부 신은 결국 꿈에도 그리던 승천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화가 난 남편 신은 여자 말을 듣다가 이 꼴이 됐다면서 두 자식을 빼앗아 양팔에 안고 부인을 발로 차자, 부인은 등천하지 못한 서러움과 남편에 대한 미안함에 등을 돌리고 앉았으며 등천하지 못한 부부 신은 그대로 바위산을 이루어 마이산이 됐다는 슬픈 전설이다. 

 


▲은수사에서 가까이 바라 본 마이산의 숫마이봉의 모습 


지금도 마이산을 진안 쪽에서 바라보면 암마이봉은 수마이봉을 뒤로하고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형상이며, 수마이봉은 화가 나서 두 자식을 안고 기세등등하게 서 있는 모습이다. 수마이봉을 이루고 있는 양쪽 작은 봉우리 2개는 남편이 안고 있는 자식이며, 탑사 앞에 있는 나도봉도 자식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은수사에서 조금 멀리 바라 본 마이산의 숫마이봉의 모습


마이산은 계절별로 그 이름을 달리 부른다. 봄에는 우뚝 솟은 두 봉우리가 마치 바다에 떠 있는 배의 돛대와 같다 하여 돛대봉, 여름에는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 있는 형상이 푸른 숲과 바위가 어우러져 용의 뿔과 같이 보인다 하여 용각봉(龍角峰), 가을에는 단풍과 바위의 형상이 말귀와 같아 마이봉이라 부르며, 겨울에는 하얀 눈 위에 솟은 봉우리가 먹물을 찍은 붓과 같다 하여 문필봉(文筆峰)이라고 불린다. 

 


▲저수지에서 바라 본 마이산이 더욱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마이산은 산 전체가 마치 콘크리트를 대충 비벼서 부어 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이는 약 1억여 년 전 호수였던 진안 분지에 큰 홍수가 일면서 바위, 자갈, 모래, 진흙 등이 근방에서 밀려와 퇴적되었는데 약 6~7천만 년 전 지각 변동 시 서서히 융기되어 지금의 역암(수성암)이 됐다고 한다. 

 


▲마이산에서만 볼 수 있는 타포니 지형 모습. 바위가 밀어 냄으로써 만들어진 특이한 지형 모습 


마이산을 보면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바위가 움푹 파여 있는 듯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이는 타포니 지형으로, 풍화작용은 보통 바위의 표면에서 시작되지만 마이산은 풍화작용이 바위 내부에서 시작해 팽창되어 박혀 있는 바위를 밀어냄으로써 만들어진 것으로 세계적으로 타포니 지형이 가장 발달한 곳이며, 지질학 연구에 중요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암마이봉의 타포니 지형 모습 


마이산에는 두 가지의 신비스러움이 있다. 첫째는 탑사의 자연석 돌탑이 강풍이나 태풍에도 흔들리기는 하지만 무너지지 않고 130여 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둘째는 겨울철에 정화수를 떠 놓으면 고드름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역고드름 현상이다. 이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마이산만의 신비한 현상이다. 특히 은수사와 탑사 주변에서 그런 현상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풍향·풍속·기온·기압 등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추정하고 있다. 

 


▲멀리서 바라 본 마이산의 숫마이봉(좌측)와 암마이봉(우측) 모습. 숫마이봉은 뽀족하고, 암마이봉은 둥근모습을 띄고 있다


산에는 보통 음(陰)과 양(陽)산이 따로 있으나 마이산은 음. 양산(암마이봉. 숫마이봉)이 같이 있는 세계 유일의 부부 봉이며, 명산의 3요소인 문(門), 굴(窟), 천(川)을 다 갖추고 있다. 문은 천황문(天皇門), 굴은 화엄굴(華嚴窟), 천은 마이동천(馬耳洞天)이 있다. 천황문은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 고개이며, 화엄굴은 수마이봉 중간에 자리하고 마이동천은 이산묘 옆이다. 

 


#수계를 나누는 분수령 


▲마이산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넘어가는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등산로로 관광객이 올라가고 있다


북쪽 등산로에서 나무테크로 만들어 놓은 508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수마이봉과 암마이봉 사이의 가장 높은 곳인 분수령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는 여행객들이 쉬어 갈 수 있는 쉼터와 가운데 맷돌처럼 생긴 돌로 만들어 놓은 분수가 있다. 태극 모양의 가운데에는 물이 나오는 구멍이 있는데 이곳에서 물이 솟아 태극 모양 홈을 따라 남북으로 물이 흘러내린다는 분수령을 상징하는 기념물이다.

 


▲은수사에 위치한 섬진강 발원지를 나타내는 표지석의 모습


여기서 북쪽으로 흘러내리는 물이 금강이 되어 전북, 충남도민의 생명수를 제공하며 401Km를 달려 전북 군산앞바다에 이르고,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물은 섬진강이 되어 전북, 전남, 경남도민의 생명수를 제공하며 225Km를 달려 전남 광양앞바다에 이르게 된다. 


#득남의 전설이 얽혀 있는 화엄굴 
마이산의 중턱 천황문에서 숫마이봉 쪽으로 100m쯤 올라가 숫마이봉 암벽이 떨어져 나가 생긴 굴이 바로 화엄굴이다. 굴속에는 석간수가 떨어져 고인 샘물이 있는데, 마시면 득남을 한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에 아이를 갖지 못한 여인들이 많이 찾았다고 하며, 현재는 낙석으로 인해 화엄굴은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조선개국과 연관이 깊은 은수사 


▲은수사에 조선 개국에 대한 설화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마이산은 조선 개국과 연관이 깊은 곳이다. 태조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 고려 말 남원 운봉의 황산대첩에서 아지발도를 장수로 한 왜구를 크게 물리치고 개선 길에 마이산에 들르게 됐다. 그날 밤 신선이 나타나 “이 금척으로 삼한 강토를 다스려 보아라” 라는 꿈을 꾸며, 새로운 왕이 될 수 있는 계시를 받았다. 신선으로부터 금척을 받은 산이 마이산과 흡사했기 때문에 태조는 이때부터 “나에게 이 땅에 새 나라를 건설하라는 신의 뜻이로구나”하고 생각했다고 전한다. 

 


▲마이산 남쪽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등산객들이 쌓아 올린 작은 석탑들이 무더기를 이루고 있다


그 후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드리고 심었다는 수령 약 650년 되는 청실배나무(천연기념물)가 은수사 경내에 있으며, 왕권의 상징인 금척을 받는 몽금척수수도와 어좌 뒤에 필수적인 그림인 일월오봉도가 경내 태극전에 모셔져 있다.

 


▲은수사에서 한 관광객이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


태조가 금척을 하사받은 내용을 정도전이 금척무(대궐 잔치용 가무)로 만들어 500년 동안 나라의 경사 때마다 궁중에서 공연했으며, 이 금척무는 현재 궁중무용 1호로 지정되어 진안에 전수되고 있다. 이처럼 조선 개국과 많은 연관을 가지고 있어 매년 조정에서 관원을 보내 마이산에서 산신제를 모셨으며 지금도 진안 군민의 날에 마이산에 있는 은수사에서 산신제를 봉행하고 있다.



#신비한 석탑들이 모여 있는 마이산 탑사 


▲마이산 아래 있는 탑사의 탑들 모습


마이산 탑사에는 어른 머리 크기의 돌덩이부터 엄지손가락만한 작은 돌멩이를 이용하여 만든 크고 작은 80여개의 석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장관을 이루고 있어 마이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로 손꼽히고 있다.  

 


▲마이산 아래 위치한 탑사에서 30년간 108개의 석탑을 쌓은 이갑용 처사의 흉상 모습


석탑들은 위치와 모양이 제각기 음양오행의 이치에 따라 소우주를 형성하고, 우주의 순행원리를 담고 있다. 외줄탑 가운데 있는 중앙탑은 바람이 심하게 불면 흔들렸다가 다시 제자리에 멎는 신비한 탑이다. 돌에도 암수가 있어 암수의 조화를 이뤄 쌓은 것이기에 그렇다는 것. 오행을 뜻하는 오방탑(五方塔)의 호위를 받고 있는 돌탑의 우두머리 천지탑(天地塔)은 탑사의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규모 또한 가장 큰 한 쌍의 탑으로, 기단부에서는 한 몸통으로 축조되어 올라가다가 탑의 1/2쯤 되는 곳에서 남북으로 나뉘어 두개의 탑으로 쌓여졌다. 탑의 상륜부는 편편한 돌을 뾰쪽하게 쌓아올린 첨두원추형 석탑으로 높이가 13.5m에 이른다.

 


▲마이산 탑사에 세워진 신비한 석탑들의 모습 


이 탑은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석을 그대로 사용하여 막돌 허튼층쌓기 기법을 사용 하였는데 설계가 정확하고 결구가 치밀하여 보기에도 튼튼하고 우람하게 하늘높이 솟구쳐있다. 탑사에는 천지탑, 오방탑 이외에도 80여 개의 돌탑들로 이뤄져 있으며, 단 한개도 직각을 이루고 쌓은 탑은 없다. 

 


▲마이산 탑사에서 가장 위에 있는 천지탑의 모습. 이곳이 가장 기가 센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탑사의 탑은 이갑용 처사가 수도생활 중에 중생 구제를 위해 고행을 자처하며 30여 년 동안 인간의 108번뇌를 해탈하고자 108개의 석탑을 쌓았다. 낮에는 돌을 나르고 밤에는 뭇 중생이 지은 죄를 대신한 기도와 독립을 기원하며 기도하다 자시(子時)에 돌탑을 하루에 한 층씩 쌓아 올렸다고 한다. 천지탑은 기가 가장 센 곳으로 이곳에서 기도를 하게 되면 누구든지 한 가지 소원이 반드시 이뤄지는 곳으로 알려져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반드시 이곳에 소원을 빌고 있다.  

 


▲은수사에서 내려가는 길목에서 보이는 탑사의 모습


#마이산의 다양한 산행코스
마이산의 산행코스는 다양하다. 남부주차장에서 탑사를 거쳐 암마이봉을 올라 되내려오는데 2시간 정도 걸린다. 그러나 이 코스는 암마이봉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없다. 원점회귀산행으로는 남부주차장에서 전망대를 올라 능선을 따라가 암마이봉을 올라 탑사를 거쳐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좋다.




▲마이산 등산로 안내도


마이산의 다양한 모습을 보려면 종주산행을 한다. 광대봉을 올라 능선을 타고 암마이봉을 올라 탑사를 거쳐 남부주차장으로 하산하거나, 탐사를 거쳐 암마이봉을 오른 후 북부 주차장으로 하산한다. 광대봉에서 마이산까지 능선에서의 조망이 뛰어나다. 종주코스는 5-6시간 정도 소요된다.


▶제1코스는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코스는 ▷북부주차장 - ▷천황문 - ▷삼거리 - ▷암마이산 정상 - ▷삼거리 - ▷천황문 - ▷탑사 - ▷남부주차장

 


▲마이산의 북쪽 등산로의 모습. 이곳에서 남쪽 등산로로 이어진다


▶제2코스는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코스는 ▷남부주차장(매표소) - ▷고금당입구 - ▷고금당 - ▷전망대(정자) - ▷봉두봉 - ▷암마이산 북쪽 우회로 - ▷삼거리 - ▷암마이산 정상 - ▷삼거리 - ▷천황문 - ▷은수사 - ▷탑사 - ▷남부주차장


▶제3코스는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남부주차장(매표소) - ▷탑사 - ▷은수사 - ▷천황문 - ▷삼거리 - ▷암마이산 정상 - ▷삼거리 - ▷북쪽 우회로 - ▷능선삼거리 - ▷탑사 - ▷남부주차장

 


▲탑사에서 은수사로 올라가는 길의 모습. 좌측으로 암마이봉이 있고, 앞쪽 멀리 숫마이봉이 보인다 


▶제4코스 종주코스는  ▷덕천교 - ▷태자굴 - ▷광대봉 - ▷고금당 - ▷비룡대 - ▷봉두봉 - ▷암마이봉 - ▷탑사 - ▷남부주차장 순이며, 약 5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위치 : 전북 진안군 진안읍 마이산로 130(단양리 745)

 

 


마이산 = 이상인 선임기자 lagolftime@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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