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람] 울릉도에서 만난 가수 이장희 선생
1970~80년대 톱가수로 우뚝 섰던 쎄시봉 멤버  
울릉천국에서 소박하게 제2의 삶 누리고 있어
2020-09-27 09:29:52 , 수정 : 2020-09-27 13:49:03 | 이상인 선임기자


▲아트센터 갤러리 입구에 있는 이장희 선생과 애견 라코 모습. 배경에는 울릉도는 나의 천국 가사가 바탕에 적혀 있다 


70~8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쎄시봉의 톱스타 가수 이장희 선생은 이곳 울릉도 북면에 위치한 울릉천국에서 제2 삶을 누리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이곳에 터를 잡고 울릉도는 나의 천국을 노래하며 살아가는 이장희 선생은 건강한 모습에 활짝 웃는 모습으로 편안함을 안겨 준다. 




▲이장희 선생 동상이 울릉천국 옆에 우뚝 선 석봉을 바라보며 엄지 척을 하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말미에 멘트만 조금 달겠다는 약속을 하고 만난 이 선생은 밝고 호탕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 선생은 은퇴하면 자연 속에서 살겠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은퇴 후 거주지를 처음에는 미국 알래스카를 염두에 뒀었다고 한다. 그러나 1996년 우연히 울릉도에 와 본 후 생각을 바꿨다. 




▲정자에서 내려다본 울릉천국(이장희 집)과 아트센터, 광장, 연못 등 모습 


은퇴 후 거주지를 울릉도로 정한 이 선생은 당장 실행에 옮겼고, 다음 해인 1997년 지금의 울릉천국 자리 14000평의 땅을 매입하게 됐다. 땅과 함께 있던 100년 넘은 옛집은 조금 고쳐 그대로 거주 공간으로 삼았다. 당시에는 정자도 있었는데 태풍에 날아가 버렸다고. 당시 미국에 거주하던 이 선생은 1주일 남짓 주어지는 한국 출장길에는 반드시 이곳에 들러 일하기도 했다. 




▲울릉천국 입구에서 아트센터로 가는 길옆 바위에 앉아 엄지 손가락을 내밀고 있는 이장희 선생의 동상 모습 


이 선생은 2004년 이곳에서 생전 처음 더덕 농사를 시작해 봤다. 농사 경험이 전혀 없고, 적지 않은 나이에 농사일이 이 선생에게 잘 맞을 리 없었다. 고생만 하고 3년 만에 농사를 포기했다. 대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올 때마다 꽃씨를 가져다 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잘 자라고 적성에도 맞아 본격적으로 꽃밭 조성을 시작했다. 일이 잘되니 재미도 있었는지 손수 중장비로 연못도 파고, 주위를 다듬어 하나씩 일궈 나갔다. 




▲울릉천국 정자에서 입구를 향해 바라본 경관 


지금의 울릉천국에는 이런 그의 노력과 땀이 베어져 있고, 영혼이 담겨 있다. 이곳에서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싶어 했던 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주위에서는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방송 출연을 일절 사양해 왔던 이 선생은 인생에서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이 있듯이 사양할 수 없어 출연하게 된 모 TV 방송국의 프로(무릎팍도사)와 쎄시봉 공연으로 연이어 근황이 알려지면서 이 선생의 의도와는 달리 울릉천국은 단숨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 울릉도의 유명 관광지로 떠올랐다. 많은 관광객들이 전체를 울릉천국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정확한 울릉천국은 이장희 선생이 머물고 있는 소박한 집이 바로 그가 마음에 두고 있는 울릉천국이다. 그 외 아트센터, 광장, 야외무대, 전망대, 쎄시봉 친구들, 연못 등으로 구성됐다.  




▲이장희 선생의 애견 라코 모습


울릉천국 아트센터 앞 잔디 위에 세워져 있는 개의 동상은 이장희 선생이 미국 LA에서 라디오 코리아를 경영하고 있을 때 부터 키우던 개였다.  당시 이 선생은 1살 된 유기견 중 진돗개를 닮은 듯한 개를 데려다 라디오 코리아의 앞 글자를 따서 라코라고 불렀다. 그 후 16년을 한결같이 함께해 왔다. 한국으로 올 때도 제일 먼저 라코를 챙겼다. 애견 라코는 2008년 2월 21일 정월 대보름 아침 천수를 다하고 평온한 모습으로 생을 마쳤다. 이 선생은 그날 친구 김이환 선생과 함께 라코를 집 옆 양지바른 언덕에 묻었다. 라코가 떠나던 날을 기록했던 이장희 선생의 일기가 동상 옆 표지석에 알알이 새겨져 있다.




▲쎄시봉 친구들의 사인이 새겨진 돌들을 한곳에 모아 놓았다


요즘 이장희 선생은 아침, 저녁으로 걷기도 하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팬 서비스도 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해 7개월째 울릉천국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에는 울릉천국 아트센터 입구에서 방문객들을 맞이하며 코로나19 예방 지침에 따라 실시하고 있는 체온 체크 일도 가끔 도와줄 때가 있다고 울릉천국 아트센터 이용창 소장이 살짝 귀띔한다. 




▲이장희 선생이 살고 있는 소박한 집의 모습. 100년이 넘은 집을 간단히 수리해 기거하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던 말미에 육지의 관광객들에게 한마디 멘트를 부탁하자 이 선생은 “울릉도가 잘 알려지긴 했지만 다녀간 통계 수치를 보면, 아직도 울릉도에 와 보지 않은 국민이 훨씬 많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을 할 수 없는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국민들께서 울릉도를 꼭 한번 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속내를 밝히면서, “울릉도의 가장 좋은 점은 대자연”이며, “바다와 산으로 이뤄진 울릉도는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다 절경”이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울릉천국 언덕에 있는 정자 모습 


이장희 선생이 작사, 작곡한 노래 ‘울릉도는 나의 천국’의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에는 이 선생의 울릉도에 대한 진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다. “세상살이 지치고 힘들어도 걱정 없네.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 비바람이 내 인생에 휘몰아쳐도 걱정 없네. 울릉도가 내겐 있으니. 봄이 오면 나물 캐고 여름이면 고길 잡네. 가을이면 별을 헤고 겨울이면 눈을 맞네. 성인봉에 올라서서 독도를 바라보네. 고래들이 뛰어노는 울릉도는 나의 천국. 나 죽으면 울릉도에 보내주오” 



▲울릉천국에 있는 쎄시봉 친구들의 사인이 새겨진  돌 모습


오늘도 이곳을 찾는 모든 관광객들이 이장희 선생이 작사·작곡해 부르고 있는 ‘울릉도는 나의 천국’과 함께 아름다운 울릉천국을 경험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울릉도 = 이상인 선임기자 lagolftime@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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