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옥션] 고독한 뒷모습에서 공감하는 동질감
팀 아이텔, 페이스갤러리 서울서 개인전
COVID-19 격리생활, 유화·수채화로 재해석
2021-01-06 17:13:20 , 수정 : 2021-01-06 22:39:18 | 이린 칼럼니스트

 

Interior (Shadow), 2020 Photo by Jean-Louis Losi © Tim Eitel

 

 

[티티엘뉴스]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어떤 작품이 있는지는 그림에 나타나지 않는다. 격자 형태 대형 창문 너머로는 미술관에서 걷고 있는 남자의 그림자처럼 흐릿한 형상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얼굴은 확인할 수 없다. 벽에는 걸린 작품도 흰색으로만 채워졌다. 
 

홀로 미술관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독일 출신 화가 팀 아이텔(49)의 신작들이다. 작가 팀 아이텔(Tim Eitel·49)은 국내에서는 책 표지 그림으로도 사랑을 많이 받아 대중에게도 익숙한 작품들이 많다. 황현산 작가의 ‘밤이 선생이다’ 등의 표지로도 유명하다. 
 

그는 ‘신 라이프치히 화파’의 선두 주자다. 사회주의 구동독의 리얼리즘 회화 전통이 독일 통일 이후 라이프치히 미술대학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그는 현대인이 느끼는 근원적 쓸쓸함과 그리움의 정서를 화폭에 표현해 담아낸다. 
 

 Interior (Ghost), 2020 Photo by Jean-Louis Losi © Tim Eitel

 

이번 전시 는 최근 대구미술관에서 열렸던 개인전 <팀 아이텔_무제(2001-2020)>와 베이징 페이스갤러리에서 열린 <팀 아이텔: 장소와 태도(Tim Eitel: Sites and Attitudes)>전, 라이프치히 회화 박물관에서 열린 <팀 아이텔: 열린 벽(Tim Eitel: Open Walls)>전에서 보여준 ‘분할과 연결’이라는 주제의 연장선으로 그의 심리적 초상화를 현대 미술관이라는 공간 안으로 가져온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팀 아이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수차례의 락다운을 경험하며 이번 전시 작품을 작업했다. 전시에서 소개되는 유화와 수채화 등 총 9점은 모두 올해 그린 신작으로 격리 생활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작가는 격리기간동안 작업실로 이동하기가 어려워 캔버스가 부족해 집에서 수채화도 그렸다고 한다. 

 

 

코로나19는 작가의 삶과 작업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그동안 작품에도 고립된 인물들이 등장했지만, 이번에는 무의식적으로도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며 “특히 밖에서 내부에 있는 인물들을 바라보는 방식에 코로나 시대의 현실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은 모두가 겪고 있는 격리의 적함 어두운 색채, 침잠한 분위기, 도회적인 느낌 등이 눈에 띈다. 한 눈에 무슨 그림인지 알 것 같다 가도 또 왠지 모를 생경한 느낌을 갖게 된다.

 

Interior (Walking), 2020 Photo by Jean-Louis Losi © Tim Eitel 

 

그림 속 등장인물은 작가가 무수하게 찍은 사진에서 모티프를 찾은 것인데, 금번 전시에서는 주로 미술관에서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의 뒷모습으로 형상화된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작품 속 고립된 인물은 고독한 현대인과 모습을 같이한다. 미술관 내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나 자신이기도 하다. 따라서 관람객인 ‘나’는 그림 안에 존재하면서, 작품 속 인물을 밖에서 바라보는 ‘또 다른 타인’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그림 속과 현실공간을 넘나드는 초현실주의적 구상작업의 표현이 흥미롭다. 
 

관람객은 자신처럼 작품 앞에 선 인물을 보면서 그림에 자신을 투영하게 된다. 또 갤러리에서 관람객이 작품 앞에 선 장면은 그림과 현실이 겹쳐지는 초현실적 풍경으로 다가온다.
 

작품은 그림의 일정 부분의 색과 면을 구분, 벽으로 처리해 단절된 현대인의 내면을 나타냈다. 고립되고. 추상과 구상,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그의 작품은 이야기를 열어놓고 관객을 사색에 빠지게 한다. 보는 이에 따라 소외를 느끼기도 하고, 도시 속 삶의 익숙한 한 장면 같기에 오히려 위로가 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작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게 아니라 화면 분할을 통해 한쪽은 완전히 단색으로 그림으로써 다층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예컨대 화면을 가르는 절반의 색면은 주인공의 마음 속 같기도 하다. “저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게 작가의 매력이자 특기다. 

 

Untitled, 2020 Photo by Sangtae Kim © Tim Eitel


 
작품의 키워드로 꼽히는 고독에 대해 그는 “사회적인 교류의 단절에서 오는 고독은 고통스럽지만, 때로는 필요할 때도 있다"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매일 온라인과 모바일로 소통하면서 자신을 잃을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개인적인 서사를 반영해 스스로 해석하도록 여지를 주고 싶었다”면서 “인물들의 시선을 파악할 수 없게 그린 것도 관람객이 자신을 그림 속 인물에 반영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아직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어딘가에 ‘연결’되느라 자신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해서다. 
 

“(현대에는) 고독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팬데믹 시간엔 정말 중요한 주제다. 많은 이가 실제로 혼자 있고, 고독하고, 남과 만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지 않은가.”
 

그의 이번 개인전은 이태원로의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1월 16일까지 연다. 

 

이린 칼럼니스트 art-together@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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