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ZOOM] 요우커(遊客)의 경제학
2016-10-10 14:31:55 | 양재필

최근 LG경제연구원에서 흥미로운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요우커의 경제학>이란 제목의 리포트입니다. 기존에도 비슷한 자료들이 발간되었지만 이번 자료는 요우커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인관광객의 트렌드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자료로서 좋을 듯합니다. 리포트를 바탕으로 요우커 트렌드를 정리해봤습니다.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참고 l LG경제연구소, 늙은 호텔리어 몽돌의 블로그


요우커 전성시대 개막

중국인 여행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때는 2015년을 기점으로 합니다. 해외여행자유화 초기 시행 때만해도 4개국에 불과했던 자유여행 허용 국가 수가 2015년에는 151개로 늘어나면서부터이지요. 1997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에는 홍콩 및 동남아에 거주하는 가족 친지 방문에 한해 해외여행을 허용했습니다. 통행증, 보증금 납부 등 제약이 많다가 1997년 이후 불과 20년이 안된 사이에 그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도 1988년을 기점으로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중국인의 해외여행인구 수는 압도적으로 많지요. 무려 1억 2000만 명이라는 무시무시한 수입니다.

이렇게 발전한 이유로는 2015년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1992년 국민소득과 비슷한 8000달러로 증가했고, 위안화의 강세로 구매력이 상승한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중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난 기간인 2005년에 환율페그제를 포기하였고 2015년 까지 대달러 가치는 24.8% 상승했습니다.

2000년에 중국인이 사용한 지출액이 131억 달러에서 2012년 1020억 달러로 치솟으면서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해외관광소비국가로 부상했습니다. 여기에 중국인을 대상으로 각국이 추진한 중국인 관광객유치를 위해 비자발급 간소화 정책도 한 몫 합니다. 씀씀이가 큰 중국인을 대상으로 국가 간의 치열한 관광객 유치경쟁에 불이 붙은 겁니다.

중국인 관광객은 2001년에 843만 명에서 2015년 1억2000만 명으로 세계 해외 관광객의 10.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해외여행자의 3.7배에 해당하는 숫자이지요. 여기에 2015년 해외 관광객 지출액은 2150억 달러로 세계 아웃바운드 관광 지출액의 12.3%에 해당합니다. 1인당 지출액도 1792달러로 세계 평균인 1099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큰손으로 등장합니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륙의 메뚜기떼’라고 표현하는 걸 접한 적이 있을 겁니다. 식당 등에서 음식을 싹쓸이 하는 이들을 비하하는 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쇼핑에 몰두하는 이들을 부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기자가 얼마 전에 방문한 프랑스의 주요 쇼핑센터에는 중국인 판매도우미를 고용하고 있으며 프랑스 정부는 방문하는 많은 중국인관광객을 위해 중국인 관광경찰 도입을 고려했을 정도입니다. 물론 내부적인 반발로 무산되었지만 중국인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베트남 호치민국제공항 면세점의 주요 고객도 중국인입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인 비중은 전체의 15%정도인데 비해 중국인 관광객의 매출 비중은 50%가 넘는다고 합니다. 1인당 주류 구입 한도가 한 병으로 제한돼 있지만 중국인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구매한다고 하며, 개인적으로 주류를 11병이나 구매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면세점에 한정판으로 전시돼 있는 3000달러 상당의 주류를 구매하는 것도 바로 중국인일 정도로 중국인들의 구매 파워는 상당합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들

중국인에게 한국은 ‘매력적인’이라 쓰고 실제로는 ‘비교적 저가 여행지’로 인식된 여행지입니다. 지리적 접근성이 좋으며 높은 쇼핑 매력도가 있으며 한류스타의 모국 혹은 성지로 여깁니다. 2005년 70만 명에서 지난해에는 8.5배 증가한 598만 명이 방문했습니다. 이 수치는 2015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중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46.2%입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난 원인으로는 앞서 언급한 요인이외에도 파격적인 비자 완화 조치도 한몫을 했습니다. 제주도처럼 비자 없이 중국인관광객이 입국할 수 있는 정책 배려와 중국 주변국과의 갈등에 따른 반사효과도 관광객 수가 늘어난 주 요인입니다.
그렇다면 요우커는 누구일까요?

요우커의 붐은 경제성장과 소비고도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도시화 이후 중국의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여가지출이 늘어나는 소비패턴이 두드러지고 있지요.

밀레니엄 세대(80년대 이후 출생해 2000년대에 성인이 된 사람. 흔히 80후 세대라 함)가 해외여행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성세대와 달리 높은 교육수준과 풍족한 생활로 인한 소비성향이 있습니다. 외국에 대한 호기심 및 열망이 인생의 ‘위시 리스트’인 해외여행으로 연결된  세대입니다.

최근 들어 구매력이 높은 30~40대의 비중의 하락과 50대 이상의 요우커가 늘어나는 현상이 동반 발생하는 추세도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맞벌이가 보편화돼 높은 소득, 한국에 근접하는 소득수준을 보입니다. 이들은 높은 소득과 외국어 구사능력 보유로 패키지여행보다는 자유·개별여행을 선호합니다. 또 아시아 보다는 유럽과 북미 지역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 주목해야할 점은 중국의 여성파워가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반드시 중국에만 해당되는 상황은 아니지요. 전체 여행시장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남성보다는 여성의 여행비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2015년 여성비율은 61.8%, 한국을 방문한 여성비율은 67%입니다.


요우커에 비친 한국

아직까지는 중국인 해외 관광객중 75%가 아시아지역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는 전체 해외여행 요우커중 5%에 해당하는 598만 명이며 그중 서울은 2015년 요우커가 선택한 단거리 여행 목적지 1위에 올랐습니다. 최근 3년간 한국을 방한한 요우커는 매년 40%씩 증가했을 정도입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

실용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요우커에게 한국은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크지 않은 여행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에서 한국여행을 검색하면 ‘저렴한 가격’, ‘최고의 가성비’ 등의 여행사들 광고문구가 나옵니다. 2~3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한국 패키지여행상품은 2000~3000위안(약 30~50만 원) 수준으로 중국 국내관광지보다 저렴한 수준입니다. 참고로 이것은 마치 우리가 동남아시아 저가여행상품을 선호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더불어 무비자 입국정책은 한국을 ‘문을 활짝 열어준 나라’, ‘가기 쉬운 나라’로 인식하게 했습니다. 아프리카 14개국과 생소한 섬나라 이외에는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 가려면 비자신청을 해야 합니다. 홍콩 마카오도 예외가 아닙니다. 제주도의 무비자 30일라는 파격적인 혜택은 중국인들이 한국을 ‘훌쩍 떠나는 여행’, ‘무작정 출발하는 여행지’로 떠오르게 한다고 합니다.

요우커가 한국에 대해 갖는 이미지는 여성의 경우 멋쟁이가 많다, 낭만적 분위기, 깨끗함 등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습니다. 쇼핑에서는 화장품과 향수가 인기 품목으로 선정했습니다. 반면에 남성의 경우엔 부정적인 태도가 많았다고 연구소는 분석했습니다.


쇼핑에 관련된 인식

한국은 신뢰할만한 품질과 중국보다 낮은 가격, 중국에서 구하기 힘든 디자인, 특색 있고 아기자기한 상점이 밀집한 상권 등을 꼽았습니다. 한국의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에 대해서도 중국의 반값이라는 가격 경쟁력과 동대문 상가의 의류는 중국과 비슷한 가격이나 좋은 품질과 디자인을 꼽았습니다.

요우커의 쇼핑사랑은 과소비에 관대한 성향으로 나타납니다. ‘모처럼 해외여행을 왔으니 많이 사자’는 반응을 보이는 거지요. 또 이웃들의 구매 부탁으로 사는 ‘그림자 소비’와 한국과 중국 간의 상품 가격차 등이 과소비를 하게 합니다. 중국내 부동산가격 급등 등의 다양한 음성소득 기업지원금 같은 임금소득외 구매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류 트렌드의 메카

영화 드라마 촬영지 방문과 한류스타가 자주 방문한다는 지역의 골목길 방문,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한 한류 팬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연구소는 2015년 한류체험을 위해 방문한 요우커는 100만 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요우커의 진화

요우커는 보다 스마트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개별·자유여행이 늘어났으며 문화소비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Smart 디지탈화된 요우커

20~30대 젊은 층이 요우커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조사대상자 71%가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여행상품과 정보를 검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프라인 여행사 매장을 방문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 13%에 불과했습니다. 또 웨이보. 웨이신 등의 SNS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했습니다(참고로 페이스북은 중국 내에서 공식 서비스가 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은 여행필수품

현지 로밍보다는 선불 유심칩을 선호하며  현지에 와서 유심칩을 구매하는 비율이 약 33%로 조사됐습니다. 주로 관광지 맛집 숙소 정보 검색 및 언어적 문제로 통번역 서비스인 KAYO 사용자가 많았습니다. 한유 한치오 등의 한국여행 전문사이트 이용객도 급증했습니다.


Independent,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요우커

중국내 OTA의 해외개별여행 판매실적은 5년간 연평균 99.4% 증가로 2015년 요우커의 자유·개별여행(FIT)비중은 56.7%로 패키지를 추월했습니다. FIT는 젊은 층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많은 여행지출-숙박비를 아껴 쇼핑에 지출하다

한국을 방문하는 요우커의 1인 지출액은 2483달러로 중국 단체여행객과 외래 관광객보다 각각 19.4%, 31%나 많습니다. 단체여행객이 면세점을 이용하지만, 개별여행객은 백화점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쇼핑 관련 지출이 68%이며 숙박비와 식비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위 10%로 분류할 수 있는 ‘VIP 요우커’는 럭셔리 고급 호텔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소비의 양극화가 분석되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선호하는 고급 호텔 1순위는 글로벌 체인호텔(46%), 다음으로는 특색 있는 고급 로컬호텔 (28%)로 나타났습니다.

관광지역 다변화

개별여행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한국특유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럭셔리의 1번지인 청담동, 트렌드의 메카 가로수길, 한류스타 커피숍 등을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서울에 집중된 관광지의 다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교통여건과 부족한 여행정보 단순 쇼핑일정으로 이루어진 단체관광 상품을 원인으로 지목했지요.

경험적 소비에도 눈을 돌리는 요우커

2014년 관광공연 중국 관람객은 2012년에 비해 2배나 증가했으며 난타 공연의 경우 80%이상이 중국인관광객으로 한류스타 공연 콘서트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한류스타 관련 팬카페가 등장

참고로 EXO 같은 경우 중국내 팬카페회원이 5000만 명이라 알려지고 있습니다. 쇼핑과 식도락 자연경관 감상에 비해 비중은 낮지만, 인바운드 관광실적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요우커의 경제파급 효과

2020년에는 1500만 명의 요우커가 방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한국인구의 1/3에 해당하는 소비자가 몰려들어 연간 500억 달러 정도의 소비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현재 상당수의 이익이 중국자본에 다시 돌아가는 상황, 그것을 고려해 추산한 소비효과, 유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 아쉽습니다.

요우커 유입의 지속가능성

2014년 기준 중국인의 여권보유비율이 4%로 조사되었습니다. 소득이 1만 달러를 남을 경우 해외여행자는 자연 증가하는 통계로 볼 때, 2018년 요우커의 방한 숫자는 1000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년 만에 500만 명이 늘어 2020년에 1500만 명이 된다는 앞선 예측은 성급한 예측이 아닐까하는 우려도 생깁니다.

높은 변동가능성에 주목

중국인의 해외 관광지 선택은 정치·외교적 변수에 감정적으로 민감하게 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최근 한국방문 급증 이유도 홍콩의 반중국시위, 중일간의 외교적 마찰, 타이완과의 양안관계 경색 등에 의한 반사효과도 있습니다.
참고로 사드배치는 정부에서는 아니라고 하나 ,실제로 요우커 방한 증가율이 감소하는 추세로 이어지는 부정적인 효과를 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낮은 요우커 만족도

양적성장에만 치중하다 보니 질 낮은 관광상품이 문제가 되고, 관광객의 만족도는 떨어지고 있습니다. 2015년 한국에 대한 요우커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16개국 중 12위로 하위권을 차지했습니다.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한 요우커의 비중은 36.4%로 평균 40.1%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주요 불만 요인으로는 관광자원부족 41.6%  천편일률적인 관광프로그램 22.1%,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20%, 바가지요금 11.4%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요우커 붐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지리적 접근성을 적극 활용하고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요우커의 유입변동성을 극복해야한다고 연구소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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