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ght] 관광객 기피하는 관광청 실태 보고
대한민국 거주 남녀 각 3000명 총 6000명 설문조사
티티엘뉴스, 쇼미더임팩트, 스타리치컨설팅, 브랜드평판연구소에서 조사
2019-11-04 12:43:00 , 수정 : 2019-11-04 15:16:51 | 권기정 기자 및 종합취재팀

 

[티티엘뉴스] 우리 국민 총인구의 절반 이상인 2869만6000명이 지난해 출국했다. 중복 출국자 수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숫자로 본 내용이지만, 매년 해외여행객 수는 증가하고 있다. 해당 국가의 관광청 한국사무소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주한외국관광청 수도 40여 곳에 이른다. 그러나 “주한외국관광청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고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지가 여행업계 및 여행객을 대상으로 설문과 인터뷰를 포함한 조사를 진행하며 이유를 분석했다.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 수는 1608만1000명이었던 2014년보다 1000만 명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 총 인구가 5180만1449명(2019년 6월 통계청 기준)인데 수치(2869만6000명)로만 보면 절반이 넘는 인구가 외국에 다녀온 셈이다. 올겨울에도 긴 겨울방학 동안 유럽과 호주,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도움을 줘야 할 주한외국관광청에 대한 인지도가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8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 쇼미더임팩트, 스타리치컨설팅, 브랜드평판연구소 등과 함께 대한민국 거주 남녀 각 3000명씩 총 6000명을 대상으로 여행 트렌드 설문조사를 진행한 조사 중 관광청 부문에서 응답자들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 절반 이상 “관광청 있는지 몰라요”

 

설문 응답 내용을 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주한외국관광청의 존재여부를 모르고 있었다. 낯선 곳에 여행하기 전에 공인된 여행정보를 확보하고 싶은데 2차 전달자가 풀이한 메타콘텐츠만 있어서 불안하다는 반응이었다. 블로그, 커뮤니티,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또는 불특정다수의 의견은 참고사항일뿐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응답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외국관광청은 올해 기준으로 40여 곳. 우리 국민이 많이 가는 국가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관광청 한국사무소, 한국 대표부, 지국 등으로 존재한다. 본국에서 지사 체제로 한국에 사무소를 설치해 자국인 또는 한국인 지사장과 직원을 채용하거나, 우리나라에 있는 대행사와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해당 국가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항공사나 여행사 및 랜드사가 관광설명회, 팸트립 등 건별로 계약해 관광사무소 타이틀을 다는 경우도 일부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관광청으로 활동하는 그들은 모두 한국에서 자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를 더 늘리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및 홍보활동을 한다. 공중파, 지상파, 신문, 매거진,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온라인 커뮤니티,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자국 관광의 매력을 알리는데 주력한다. 여행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화 촬영지 중 상당수도 관광청의 마케팅 예산이나 현지 도시별 관광당국과의 협업해 지원한다. 항공사, 여행사에 광고비나 공동 프로모션을 지원하거나 관광설명회 등의 행사도 직접 진행한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58.1%가 외국관광청이 있는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관광청이 있다면 그들이 다음과 같은 일을 해줄 것을 희망했다.

 

■ 주한외국관광청 인식조사

 

 

· 조사기간: 2019년 8월 16일 ~ 9월 15일
· 조사기관: 티티엘뉴스, 쇼미더임팩트,스타리치컨설팅, 브랜드평판연구소
· 대한민국 거주 남녀 각 3000명 총 6000명 설문조사
· 만 20~60세, 해외여행 1회 이상 경험한 남녀를 기준으로 설문
· 응답자 중 2000명 무작위 선별(남 1000명, 여 1000명)해 집계

 

 

 

 

 

 

“국가에 대한 정확한 여행정보를 제공해달라.”
“여행 시 주의할 점을 안내해달라.”
“긴급 상황에 처했을 때 현지 기관과 연결해달라.”

 

해당 설문과 관련해 몇몇 관광청 담당자는 “우리가 맡은 업무는 일반인 대상이 아닌, 업계를 대상으로 하는 BtoB 활동만 한다”, “안전문제나 여행상담 등은 외교부나 여행사에 문의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그렇게 답했던 관광청들도 여행박람회 부스 홍보, 지역별 랜드마크에서 로드쇼 개최, 방송 협찬 및 PPL, 일반인 대상 여행이벤트 등을 올해에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청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이 가장 불만스럽다고 답한 내용은 “연락이 잘 안 된다”, “한국어 홈페이지가 없다”, “방문 주소, 전화번호가 없거나 있어도 없는 번호로 나온다” 등이었다. 그들은 “많은 관광청들이 시장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다”, “여행객이 정말 필요한 게 뭔지 모르는 것 같다”, “여행 홍보만 하지, 여행객과는 소통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등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조사기간 중 전수조사를 한 결과, 오프라인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관광청 중에서 가이드북 제공(다운로드), 우편발송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관광청은 여러 군데가 있었다. 관광청 사무실을 방문하면 각종 가이드북과 브로슈어 등을 제공하는 곳으로는 홍콩관광청, 마카오관광청, 일본정부관광국, 태국정부관광청 등이 있으며 특히 홍콩관광청과 마카오관광청은 외주업체를 통해 우편으로도 발송해주는 것으로 확인했다. 프랑스관광청과 스위스관광청, 일본정부관광국 등은 홈페이지를 통해 한글 가이드북을 내려받을 수 있다. 스위스관광청은 관광청에서 직접 자료를 배포하지 않고 여행상담 및 배포처로 서소문에 위치한 내일투어와 강남에 위치한 블루여행사 두 곳을 지정해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반면, 주한외국관광청 관계자들은 본청의 입장에 맞춰야 하는 한국 오피스의 한계를 이해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익명 보장을 요청한 몇몇 외국관광청 담당자들의 말이다.

 

“본청에서는 한해에 한국인이 몇 명이나 방문하는지, 광고·홍보·마케팅이 관광객을 얼마나 유치하는지 효율 보고에만 집중한다. 그런 캠페인 비용에 예산을 주지만, 정작 직원들 인건비를 비롯한 유지비는 인색하게 줘서 고충이 크다. 유지비가 부족한 대행사 중 몇 곳은 한 명이 여러 관광청 및 홍보사무소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대행사의 경우, 광고를 집행하고 렙사나 광고대행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때가 있는데, 그것을 본국 또는 본청에 보고하지 않고 유지비로 쓰기도 한다.”

 

 

■ 업계 관계자들 “현지서 관광청 실태조사 필요해”


이번 조사를 통해 운영비를 전혀 받지 못하는 관광청 홍보사무소가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주한외국관광청의 운영비는 인건비를 기준으로 했을 때 관광청 과장급은 전문직종 팀장급 평균 연봉보다 적은 것으로 확인했다. 주한외국관광청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국가의 물가수준이나 공무원 연봉 등 현지 기준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통번역가에 가까운 전문성, 다양한 업무를 봐야 하는 전문직이지만 급여 수준이 낮고, 업무가 과중해 이직하는 경우도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관광청과 밀접한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는 여행사, 항공사 관계자들도 관광청 담당자들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데에 대체로 동의했다. 한 관계자는 “모 관광청에 전화했는데 담당자가 다른 관광청 이름을 대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레퍼런스를 확보하기 위해 턱없이 낮은 관광청 예산을 현지에 제시하는 계약을 한 대표 및 총괄책임자의 문제를 지적하는 관계자들도 있었다. 정통한 한 관계자는 “무리하게 관광청을 따놓고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글로벌 브랜드 값을 못한다는 소리 듣지 않게 홍보·마케팅 대행사들이 각성해야 한다. 현지에서 실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나의 관광청만 맡아서 하는 신생 대행사나 강소 토종 대행사들이 관광청 입찰에 성공하는 것도 이런 문제가 표면적으로 불거진 일례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업계 “한국어 홈페이지 제작 등 적극 반영해야”


해외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외국 여행 중 강·절도 피해를 보거나 사고를 당하는 사례는 빈발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2017년 재외국민 사건·사고 피해자는 1만2529명에 달한다. 2014년(5952명)과 견줘 2배 이상 증가했다. 하루 평균 34명꼴로 피해자가 발생한 셈이다. 해외여행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구체적 피해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해외 한국인 피해 증가는 해외여행객이 느는 추세와 비례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행객이 관광청에 필요로 하는 건 공인 관광청이 알려주는 정확한 여행정보 및 그들과 만날 수 있는 연락처 및 한국어 홈페이지 등이다. 관광청마다 업계, 일반인 대상 업무 비중은 다르지만, 연간 계획을 세우고 본청에 보고하는 일은 동일하다. 본청에 내년도 운영, 활동계획을 보고할 때, 한국인 여행객이 바라는 점을 잘 부각시키는 것도 그들이 할 일이다. 적게는 1억 원이 안 되는 마케팅 활동비를 받는 가난한(?) 관광청도 있지만, 50억 원 넘는 마케팅 활동비를 지원받는 부유한 관광청(?)도 있다. 어떤 관광청이든, 응답자를 토대로 한 한국인이 관광청에 원하는 바도 본국에 잘 어필한다면, 한국어 홈페이지나 좀 더 정확한 여행정보를 제작할 비용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게 활동하는 주한외국관광청은 내년에 몇 곳 더 늘어날까.

 

■ 주한외국관광청 한국어 홈페이지 운영 및 연락처 등 기본정보 현황

 

* 관광청 정식 명칭이 아닐 수 있음

* 주한외국관광청 모두를 표시하지 않을 수 있음

 

 

 

종합취재팀 : 권기정, 편성희, 양재필 기자  ttlnews@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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