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르포] 하이큐 애니투어부터 태평양 트레일까지 도호쿠 5일 리얼 여행기
2022-01-29 15:48:53 , 수정 : 2022-01-29 17:01:29 | 한재현

[티티엘뉴스] 일본 도호쿠(동북) 지역은 아름다운 자연과 천연온천으로 유명해 힐링 여행지로 대표되고 있다. 아오모리현, 아키타현, 이와테현, 야마가타현, 미야기현, 후쿠시마현이 있는 도호쿠. 자연친화, 힐링, 한적한 등의 키워드로 위드 & 포스트 코로나19시대에 다시 인기를 끌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발맞춰 도호쿠지방의 주요 관광기관들은 현지에 거주하는 에디터,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다시 방문할 관광객들에게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본지는 일본국토교통성 도호쿠 운수국으로부터 한재현 인플루언서(동북대학 유학생)가 정리한 새로운 도호쿠지방 여행기를 제공 받아 주요 내용을 편집, 게재한다. 도호쿠 운수국 관계자는 "인플루언서가 여행객의 입장에서 가감없이 추천한 도호쿠 여행코스와 매력 포인트를 감상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1일차>> 센다이, 이와누마, 이시노마키 등

 

첫날 일정은 일본 애니메이션 성지순례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었다. 센다이역 내에는 오미야게(지역특산품, 기념품)로 화과자나 규탕을 파는 곳이 많이 있다. 출발하기까지 시간도 잠시 있어 JR 개찰구 근처에 있는 오미야게 가게에서 애니메이션 주술회전(呪術廻戦)에 나온다는 과자를 사먹어 보았다.

 

2화에서 고죠 선생이 사가지고 온 오미야게였다고 하는데, 듣자하니 작가도 꽤 좋아하는 모양. 냉동으로 팔고, 30분 정도 해동시켜서 먹으면 된다길래 적당히 기다렸다가 이동 중에 먹었다. 

 

비주얼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찹쌀떡 비주얼이다. 맛이 4종류 있는데, 일단 뭐를 뽑아 먹어봐도 '꽝'이라 할만한 맛은 없었다. 맛챠랑 생크림은 정말 무난하게 맛있었고, 즌다(풋콩 껍질 벗겨서 갈아 뭉게고 단 맛을 첨가한 건데 도호쿠&센다이 지역에서 많이 판다)와 호지차 맛도 괜찮다. 원래 즌다를 좋아했는데 즌다는 단맛이 적당해서 맛있었고 호지차 맛도 씁쓸달달한 맛이 의외로 괜찮아서 맛있게 먹었다.

 

도착한 곳은 일본의 배구 만화 <하이큐>의 카메이 아레나 센다이(舊 센다이시 체육관)이다. 작중에서 카라스노가 아오바죠사이와 붙는  씬이 나온 곳이다. <하이큐>는 히트한 작품이니만큼 팬층도 꽤 두텁다. 그래서인지 종종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 '성지순례', '무대탐방'을 가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작중에 등장하는 장소 중 센다이&도호쿠 지역 장소가 많다.

 

관내에서도 스탬프를 찍게 해주거나 관련하여 사인을 걸어두는 등 하이큐와 얽힌 것을 매우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구경하러 왔다고 하니 옆에서 계속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던 관내 관계자 분께도 감사할 따름이다. 바뀐 건 이름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애니메이션 속 장면 장소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어 지난해 4월부터 후지TV 노이타미나에서 방송 중인 <바쿠텐>(백덤블링)에 나오는 장소 이와누마로 이동했다. 

 


이 작품은 고교 남자 리듬체조부가 펼쳐나가는 청춘 스토리, 청춘물 같은 장르인데, 미야기현 이와누마시를 무대로 한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관련 포스터가 붙어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음 장소는 이시노마키다. 이시노마키 역에서 내리자마자 곳곳에 가면라이더 등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캐릭터가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본 만화&애니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만화의 신'으로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와 더불어서 곧잘 거론되는 사람인 '만화의 왕' 이시노모리 쇼타로(石ノ森章太郎)를 알지도 모른다. 가면라이더 시리즈, 사이보그 009, 인조인간 키카이다 등 특촬물을 포함해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시노마키(石巻) 지역과 인연이 깊기 때문에 지역에서 90년대에 이시노모리 만화관 건설 계획 초기부터 외관 디자인&컨셉 발안 등 구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만화의 마을'로 조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힘입어 이시노마키 만화관&만화 로드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도 계속 '만화의 마을' 컨셉을 유지하며 살아숨쉬고 있다.

 


만화 로드를 둘러보다 보면 오래된 설치물들도 보이는데, 지역 주민들이 직접 그려서 자기 가게에 붙여놓거나 한 경우라고. 관련 기획에 지역 주민들도 굉장히 의욕적으로 참여해주었다고 한다.

 

<만화 갤러리> 앞에는 유명 작가들의 캐릭터와 이름이 함께 붙어있다. '만화 로드'는 이시노마키역에서 출발해서 딱 이시노마키 만화관까지 걸어갈만한 코스로 조성되어 있다. 만화관까지 가는 길에 여유롭게 둘러보면 좋다.

 

만화로드를 주욱 걷다 보면 강 건너 저 멀리로 이시노모리 만화관(石ノ森萬画館)이 보인다. 

 

외관 디자인이 뭔가 우주선처럼 생겼는데, 이 역시 이시노모리 쇼타로가 생전에 구상했던 디자인을 최대한 살려서 만든 것이라 한다.

 

안에 들어가면 <사이보그 009>의 붉은 의상을 입은 직원들이 이곳저곳 자세히 안내를 해준다. 기본적으로 직원들도 전용 번역기로 대응하고 있어서 설명은 가능하지만 영어 설명에 더불어 곧 한국어 음성지원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직접 가면라이더로 변해 열심히 손발 휘둘러서 악당(?)을 격퇴하는 게임 부스도 있다.

 

 

2일차>> 이시노마키 사이클링 및 미야기올레

 

 

이시노마키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상쾌하게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 가는 도중 구름(?)이 산에 걸려있다. 달리면서 참 예쁜 풍경을 많이 봤는데 카메라로 다 담아내진 못했기에 아쉬운 마음이다. 도호쿠 지역으로 바이크 타러 오시는 분들이 많다는데, 사이클링 하면서 풍경을 보니 대충 이 맛에 놀러오시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야기를 한적하게 여행하고 싶다면 미야기올레를 추천한다. 게센누마(気仙沼)&가라쿠와(唐桑), 오쿠마쓰시마(奥松島) 등의 코스가 있는데, 나는 미야기올레 도메(登米) 코스를 여행했다. 

 

 

미야기올레 표지판을 보면 간세(조랑말) 색깔이 제주도 올레와 달리 파란색이 아니라 붉은색이다. 코스를 걷다 보면, 어디 달력 그림에나 나올 것 같은 오래된 기찻길이 마음을 정겹게 한다. 가끔 열차가 지나가는 걸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올라가다 보면 사찰도 볼 수 있고 아름다운 석양의 정취도 감상할 수 있다. 뵤우도우누마 후레아이 다리(平筒沼ふれあい橋) 옆에 오리들은 괴롭히지 않는다는 걸 아는 건지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오래 걷다보니 해도 점점 내려가고 있었고, 석양이 지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 뒤로 보이는 풍경들이 단풍과 어우러져 더욱 멋지게 보였다.

 

 

 

3일차>> 미치노쿠 바닷바람 트레일

 

이와테현 남쪽 연안에 위치한 오후나토시에는 멋진 해안 트레일 코스가 있다. 아나토시이소부터 고이시까지 이어지는 해안 코스. 


 

아나토시이소 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위치한 약 6km 가량의 해안선은 '고이시(바둑돌) 해안(碁石海岸)'이라고 불리는데, 약 1억 3천년 전 바다에서 모래 입자층과 진흙이 굳어진 층이 서로 축적되어서 암반이 밀려 올라와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지금의 아나토시이소 바위는 그 약해진 지층이 파도에 의해 깎여나가 3개의 구멍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리아스식해안 답게 매우 복잡하고 특이한 지형을 마주할 수 있었다. 바위가 거칠게 깎여나간 이곳은 밀려들어오는 파도소리로 유난히 요란했다. 

 

 

트레일 코스에는 계단이나 오르막길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구간이 몇 번 있다. 숲속을 걷는 느낌이다. 중간중간 쉬어가며 해안선도 바라보고, 천천히 올라가면 초보자도 충분히 올라갈 수 있는 코스이다. 일반 주민들이 이용하는 샛길도 있기 때문에, 올레처럼 트레킹하는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게끔 리본으로 코스 표시가 되어 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일본 3대 종류동굴 중 한 곳인 류센도 석회동굴(龍泉洞)이다. 이 동굴은 이와테 이와이즈미에 있다. 알려진 부분만 3100m 정도이지 실제로는 5000m 이상 되는 거대한 동굴이라고 한다. 

 

 

동굴 내부는 관람하기 좋게끔 라이트가 주욱 펼쳐져 있다. 가끔 이벤트로 동굴 내부에서 음악 연주회를 열기도 한다고. 

 

 

류센도 석회동굴은 지저호(地底湖)로도 유명하다. 내려다보면 저 아래는 정말 까마득하게 깊다. 물이 맑아서 바닥 깊은 곳까지 다 비친다. 제4지저호는 120m나 되는데, 일본 동굴 중에서는 가장 수심이 깊은 지저호라고 한다. 

 

 

4일차>> 아오모리, 오이라세, 히로사키성

 


4일차는 네노구치(⼦ノ⼝)부터 쵸시 대폭포(銚⼦大滝)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는 것부터 시작했다. 오이라세 계류(시냇물)는 네노구치부터 북동쪽으로 흐른다. 총길이는 14km.

 

한국에서 보는 자연환경과 좀 다르다. 그래서 더 색다르고 걷는 즐거움이 있다. 사이클이나 바이크 타러 오는 사람들도 간간히 있는 모양이다. 도호쿠 지역은 레저로 방문하는 사람들도 꽤 많으니 이렇게 자연이 우거진 코스를 시원하게 달려도 상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 후에 도착한 장소는 오이라세 모스볼 공방이자 램프 공방이다. 

 

모스볼에 눈알만 붙였을 뿐인데 옹기종기 귀엽다. 이곳에서는 귀여운 모스볼도 볼 수 있지만 표주박 램프도 만들 수 있다. 

 

나만의 표주박 램프를 만든 다음, 히로사키(弘前)시에 위치한 히로사키 렌가 소코 미술관(弘前れんが倉庫美術館, 히로사키 현대 미술관)으로 이동했다. 

아오모리 지역은 사과 산지로 굉장히 유명한데, 그 영향으로 이 미술관 부지에는 사과즙을 발효시켜 만드는 사과주인 시도르(シードル, cidre) 양조장 겸 창고가 있었다. 때문에 미술관 곳곳에서 당시의 흔적을 희미하게나마 찾아볼 수 있다. 설립 자체는 1907년, 전시공간으로 간간히 사용되기 시작한 건 2002년부터라고 한다.


 

미술관 관람을 마친 후 히로사키성(弘前城)으로 향했다. 살짝 언덕을 올라오면, 히로사키 성을 볼 수 있다. 생각보다 작아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꽤 높이감이 있다.



원래는 돌로 된 토대 위에 올라가 있어야 하는데, 돌로 된 아랫쪽 보강 공사 때문에 성을 약간 옆으로 통째로 옮겨서 잠시 모셔두었다고 한다. 즉 지금 성이 있는 위치는 임시로 서 있는 위치이다. 성 뒤쪽으로 돌아가면 성 안으로도 직접 들어갈 수 있다.

 

 

5일차>> 세이비엔, 아오모리 사과, 다치네푸타 박물관, 산나이마루야마 유적, 아오모리 현립 미술관

 

 

히라카와시에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루 밑 아리에티>의 배경지가 있다. 5일차에는 그곳 세이비엔(盛美園)으로 이동했다. 어릴 적부터 지브리를 좋아해서 극장 개봉하자마자 보러갔던 기억이 있다. 
 


세이비엔은 교토의 무린안(無鄰庵), 세이후소(清風荘)와 함께 메이지 시대의 3곳의 유명한 정원 중 하나로 꼽힌다. 세이비엔은 츠가루반 (津軽藩)을 중심으로 에도 말기에 흥했던 무학류(武学流)의 회유식 정원으로, 1902년에 만들어졌다.


 

세비이칸은 일본식(1층)과 서양식(2층)을 절충한 스타일이다. 서양식의 2층은 정교한 동판으로 덮여져 있다. 일본에도 이처럼 동서양 양식이 상하로 합쳐진 건물은 드물다고 하며, 굉장히 특이한 건축양식이다. 관람객들에게는 건물 관리 측면상 1층만 공개하고 있다. 

 

아오모리에 왔으니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아오모리 사과 따기 체험도 해야 하지 않나. 쓰가루 유메 링고 팜(꿈의 사과 농장)이라는 관광농원에 방문했다. 

 

 

전통적인 '사과' 이미지의 빨간 사과는 '후지'라는 품종인데, 과육이 단단하고 적당히 달콤한 맛이다. 노란 사과는 품종이 2종류 있는데 이름을 까먹었다. 오우린(王林) 품종이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신맛이 적고, 아까 후지 품종보다 훨씬 달다. 


사과가 나는 곳이 손상되지 않게(무턱대고 힘으로 꺾으면 그 자리에서 사과가 안 자라게 된다고 한다) 손목 힘으로 살짝 꺾어서 따면 된다. 높은 곳에 있는 사과는 이런 식으로 사다리에 올라가서 따면 된다.

 

5일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는 고쇼가와라에 있는 타치네푸타 박물관(⽴佞武多の館)이다. 고쇼가와라 지역에는 매년 8월4일~8일에 고쇼가와라 타치네푸타 마츠리가 열리는데, 이 타치네푸타 박물관은 마츠리 때 사용되는 23m짜리 거대 캐리어 구조물 타치네푸타를 보관할 겸 박물관 형태로 공개하고 있다. 
 

관내로 들어가면 불이 켜진 타치네푸타를 볼 수 있다. 사진으로 실감이 잘 안 갈 수 있는데, 진짜 목 아플 정도로 올려다봐야 끝이 보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정상에 올라가면 관람 루트를 빙글빙글 돌며 내려오는 코스로 되어 있다. 

 

역대 타치네푸타 디자인을 그려둔 그림들도 있다. 레이와 (令和)2년, 2020년 제작 타치네푸타라는 설명인 듯하다. 코로나19 때문에 마츠리를 못 연 적도 있다 하니 약간 안타까웠다.

 

다음으로 세계문화유산 산나이마루야마(三内丸⼭遺跡) 유적을 보기 위해 마루야마로 향했다. 1992년부터 발굴 조사가 시작되어 굉장한 규모의 조몬 시대(기원전 3~5세기) 취락터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

 

 

대형 굴립주(堀立住)를 재현한 모형이 있는데, 실제 기둥 위치가 발굴된 포인트를 보면 훨씬 더 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발굴 당시 기둥 자리에선 그을린 목재기둥이 발견되었는데, 보존성을 강화하기 위한 건축의 지혜라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박물관에서는 당시 출토된 기둥 등도 볼 수 있다. 
 

 

산나이 마루야마 유적 근처에는 '아오모리 현립 미술관(⻘森県⽴美術館)'이 위치한다. 미술관 자체도 이 발굴 현장에서 착안해 설계가 진행된 모양이다. 조몬 시대와 현대가 융합한 독특한 공간설계를 지향한다고 한다. 

 

 

4박 5일 간의 도호쿠 여행, 모처럼 여유없던 일상 속에서 조금이나마 숨돌리기를 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참 좋은 여행이었던 것 같다. 특히 도호쿠의 풍부한 자연 속에서 많이 힐링이 되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일정이었기에 아쉬움 반, 더 여유롭게 또 놀러가고 싶은 마음 반이지만 그런 감정 느끼면서 딱 돌아가는 게 여행 아닐까 싶다. 누구든 도호쿠로 여행올 기회가 있다면, 자기가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들을 여유롭게 즐기면서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 한재현 (동북대학 유학생)

정리= 김성호 기자 sung112@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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