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불어넣는 힐링의 도시 ‘낭트’
2023-04-10 09:12:08 , 수정 : 2023-04-10 21:55:46 | 정연비 기자

[티티엘뉴스] 프랑스관광청이 2023년도 지속가능한 여행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면서 프랑스 소도시들의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한 준비와 움직임이 더욱 활발하다. 그중에서도 요즘 프랑스에서 제일 핫한 도시를 꼽으라면 브르타뉴의 수도 낭트(Nantes)다. 


▲ 낭트가 낳은 인물 중 하나인 장 줄리앙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여행지로 낭트가 더할 나위없는 점은 과거 영광에 취하지않고 자신만의 르네상스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18세기와 19세기 초 조선업의 중심지였던 항구도시 낭트는 이제는 그 흔적만 남아 떠들썩했던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도시 재건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각종 진귀한 즐길거리들을 낳아 이 도시만의 매력을 창조해냈다. 인구 소멸, 지방 도시 붕괴 등이 전세계 이슈로 떠오르는 이때 그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다면 낭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풍부한 즐길거리와 역동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이 도시만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낭트는 파리에서도 에어프랑스 국내선이나 TGV를 타면 두어시간이면 다다를 수 있어 부담스럽지 않은 근교여행으로 안성맞춤이다.

 

파리를 잠시 경유해 에어프랑스 국내선으로 낭트에 방문했다. 차량을 이용하면 낭트 아틀랑티크 공항에서 도심까지 20분만에 이동가능하다. 

 

분주하고 정신없던 일상에서 벗어나 도착한 낭트는 그야말로 여유가 넘치는 도시였다. 바쁜 일정에 쫓기듯 다녀야 하는 일반적인 유럽의 도시들에서 느낄 수 없던 여유였다. 거기에 2023년 지속가능한 여행을 본격화한 프랑스에서 낭트는 지속가능한 여행의 시대에 적합한 곳임을 재확인했다. 도시 곳곳 초록빛의 공원과 정원을 100여 개 이상 보유하고 있고 르와르 강변에서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 달릴 수 있다.

 


▲ 낭트의 랜드마크인 브르타뉴 공작의 성

 

낭트는 하나의 특징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멀게는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수세기 동안 브류타뉴의 수도였던 낭트는 여전히 브르타뉴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이국적인 분위기의 브르타뉴 지방은 지방색이 강해 여타 프랑스 지역들이 가지지 못한 이색적인 느낌이 강하다. 13세기부터 굳건하게 낭트를 지켜온 브르타뉴 공의 성, 구 가옥들, 15~16세기의 대표 건축 유물 등이 위치한 구시가지에서는 과거와 현대가 사이좋게 공존한다. 특히 18~19세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그라슬랭(Graslin) 지구 거리에는 상점들과 테라스, 부티크숍, 문화유산 기념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 낭트에서 쇼핑을 해결할 수 있는 파사주 폼브레

 


▲ 낭트 섬의 다양하면서 이색적인 현대 건축물들. 건축 여행지로도 안성맞춤이다. 
 

 

여유가 넘치다고 지루하거나 마냥 루즈하기만 것은 아니다. 르와르 강 지류로 둘러싸인 낭트 섬에는 장 누벨, 라카통과 바살, 드포르트잠바르크, 프랭클린 아지 등이 선보이는 새로운 도시 건축 형태들이 놀라움을 선사한다. 기계섬에서는 12m 로봇 코끼리가 중앙홀을 걸어다니거나, 3층짜리 스팀펑크 스타일의 회전목마 등 스팀펑크의 기계들에서 충만한 감성을 만끽하고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모두 폐조선소에 남겨져있던 것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 낭트 기계섬의 기계코끼리 
 


▲ 회전목마는 쥘베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이 모든 관광스팟들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22km의 녹색선에 한데 묶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낭트에서만 볼 수 있는 이 녹색선만 따라가면 공공장소에 설치된 120점 이상의 설치 예술품들을 상시 감상할 수 있다. 녹색선은 매년 새로운 전시회, 거리 쇼, 설치가 추가될때마다 업데이트된다. 

 

2일이면 넉넉하게 도보로 도시의 대부분을 살펴볼 수 있는데 도시 곳곳에 위치한 예술 설치물들과 공원 및 정원, 시장, 레스토랑에서 프랑스 소도시민들의 활기를 엿볼 수 있다. 단지 다양한 지역 유산을 둘러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 명소나 잊혀진 장소 또는 아직까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감각적인 장소들을 경험할 수 있다. 

 


▲ 낭트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인 카르토자 건물 전경

 

광장 중심부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는 100년 된 낭트의 가장 오래된 영화관인 카르토자와 오세아니아 호텔 드 낭트가 있는데, 오세아니아 호텔 드 낭트는 18세기의 개인 저택이었던 이곳은 낭트에 머물고 싶은 여행객들을 위해 지역 중심부에 우아하면서 고급스러운 숙소를 제공한다. 

 


▲ 라 시갈레 내부 벽 장식

 

광장 또다른 한켠에는 이국적인 프레스코화와 타일이 있는 아르누보 브라세리 라 시갈레(La Cigale) 레스토랑이 있다. 건물 자체부터 19세기 도예가 에밀 리바우디에르가 만든 독보적인 인테리어로 역사적인 가치가 어마어마하다. 파란색을 머금고 장식된 거울,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밝은 무늬의 타일로 내부가 장식돼있다. 자크 데미 감독, 아누크 아이메가 주연한 1961년 영화 '롤라'가 이곳에서 촬영되었고, 초현실주의 작가 앙드레 브르타뉴가 자주 들렀을 정도로 유서깊은 레스토랑이다.

 

낭트박물관은 파리를 제외하면 프랑스에서 가장 큰 미술 박물관으로 꼽힐 정도다. 6년간의 재정비 이후 완전히 새롭게 개조되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 의해 1801년에 설립된 이 미술관은 13세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집품들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어 예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조르주 드 라 투르,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잉그레스, 바실리 칸딘스키, 타마라 드 렘피카, 피에르 술라쥬 등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의 여러 걸작들이 전시돼있고 현대 작품들도 주세페 페노네, 크리스티안 볼탄스키, 아니시 카푸어의 작품들을 포함하여 컬렉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낭트 = 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취재협조 = 낭트관광사무소, 프랑스관광청, 에어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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