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투어] 고성 바다와 안토니 곰리의 언아더플레이스
2022-02-17 11:01:53 | 이린 아트칼럼니스트

파도와 시간이 빚어낸, 한적 하지만 깊은 고성 바다에서

안토니 곰리의 작품, 언아더플레이스가 떠올라

찰라의 인간, 평범한 당신도 고귀한 예술품
 


▲대진항

 

[티티엘뉴스] 요즘처럼 코로나로 인한 거리 두기로 육체적 자유를 제한할 때, 우리의 정신은 더 멀리 나아간다. 이것은 인간이 가진 커다란 패러독스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동해안 제일 끝에 하얀 등대가 서 있는 고성 대진항에 가 보자! 대진항은 1971년 12월 국가어항으로 지정된 곳이다. 동해안 휴전선 남쪽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어항으로 동해안 항구 중에는 큰 편에 속하는 항구이다. 이 항구는 1920년 어항으로 축조되었다고 한다. 동해안에서 많이 잡혔던 명태 등을 잡는 항구로 일제강점기에는 부설되었던 철도와 함께 어항으로서 크게 번성했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부서지는 햇빛, 해안을 따라 길게 펼쳐진 그림같은 풍경을 뒤로 한 채 친구와 나는 서로를 따라 걷고, 마주선 채 웃으며, 나란히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본다. 



태양아래 윤슬로 빛나는 바다가 마음에 빛을 채워주고, 멀리 보이는 하얀 등대가 외로운 인생길의 동반자가 되어 준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푸른 에너지의 감동이 밀려온다. 겨울바다는 여름바다보다 짙고 무겁다. 


 

검푸른 바닷물 덩어리가 출렁대며 부서지는 풍경은 번잡한 일상을 잊게 한다. 한적하고 한가로운 고성의 바다에서 두 발을 딛고 바람과 파도를 견뎌낸 등대를 마주하면서 한 작품이 떠올랐다.  안토니 곰리가 영국 크로스비 해변가에 설치해 깊은 통찰과 여운을 선사한 인체형상 조각작품 ‘또다른 장소(Another place)’다. 

 

△안토니곰리(또다른 장소(Another place, 2005-6) 100개의 인체조각이 장장 3KM에 걸쳐 해변에 설치된 작품, 밀물이 들어오면 물속에 잠겨 있다가, 썰물이 지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은 가희 장관이다.

 

 

과거 전통 조각은 권력과 부를 거머 진 왕과 귀족들의 전유물이었고, 재현적 요소나 서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본인의 몸을 실제로 캐스팅한 곰리의 인체 형상 작품은 다르다.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영국 트라펠가 광장의 넬슨 제독 같은 영웅을 조각하지 않는다.

 

모두가 영웅이 되기 위해,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사투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온통 상처투성이다. 상실과 절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서로가 기대어 따듯한 위로가 되는 그런 작품이다. 여기엔 평범한 당신도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이 아닐까? 

 

안토니 곰리는 인간의 신체와 공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가다. 그는 공간을 살리는 예술 즉 예술로 공간을 아름답게 바꾸기도 한다. 그의 작품이 놓인 공간은 사색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재현이나 표상이 아닌 공간, 자연과 관계를 모색한다. 영국 크로스비의 바닷가에 설치된 100개의 인체 조각작품은 밀물과 썰물의 시간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인간존재의 찰라성을 보여준다. 

 

예술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한순간에 녹이기도 하고, 주체할 수 없는 감동으로 눈물도 흘리게 한다. 명작을 보고 신체에 이상 징후를 느끼는 ‘스탕달 증후군’도 있지 않은가.

 

여느 바다보다 짙고 깊은 고성 바다에 이런 작품이 놓여있다면 해질 무렵 홀로 해변을 걸어도 결코 외롭지 않으리라! 소중한 내 영혼이 숨을 수 있는 곳, 성스러움이 충만한 곳, 동해의 끝에서 한층 더 자유함을 느낀다. 

 

첫번째 사진에서 보이는 대진등대는 ...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유인등대이다. 1973년 1월20일 무인등대로서 항로표지 업무가 시작되었지만, 91년 유인등대로 새롭게 단장했다. 등탑의 모양은 백색으로 8각형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되어있고, 높이는 31m이다.

 

대진등대는 두 가지 업무를 병행한다. 대진등대 관리와 더불어 동해안 북방어로한계선을 표시하고 있는 저진 도등과 거진 등대를 원격 제어시스템으로 운영한다.

 

등대의 불빛은 360도 돌아가면서 위치를 표시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만 움직이지 않는 등대불빛이 있다. 바로 저진 도등이다. 이 도등은 일직선으로 빛이 나아갈 뿐 돌아가지도 주기적으로 번쩍거리지도 않는다. 저진 도등은 분단된 우리 국토의 북방어로 한계선을 표지하여 주는 것이다. 등대의 모양도 높은 곳과 낮은 곳에 각각 2개의 등롱이 있어 한 개의 등탑에 두 개의 불빛이 나와 철조망처럼 바다에 선을 그어 놓았다. 어부들은 그 불빛을 보고 조업을 한다. 

 

 

이린 아트칼럼니스트 art-together@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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