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부거리 옹기가마...전통이 살아 있는 곳
선조들의 슬기로움을 직접 보고 체험도 가능해
안시성 전통 옹기장에게 듣는 옹기 이야기도 재미 더해
2020-09-26 18:55:01 , 수정 : 2020-09-26 23:54:08 | 이상인 선임기자

[티티엘뉴스] 김제에는 다양한 관광지가 있지만, 김제 여행 시 꼭 들어볼 만한 곳으로 옛 옹기의 모습을 그대로 만날 수 있는 부거리 옹기가마가 있다. 

이곳에서는 뚝심 하나로 200년이 넘는 옹기가마를 지키고 있는 전통 옹기의 달인, 안시성 옹기장도 만날 수 있으며, 옹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어 관광 및 체험과 함께 생활 교육 증진에도 안성마춤이다.  


최근에는 많은 생활 도자기가 있지만,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옹기가 건강에 매우 좋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옹기 그릇을 사용하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김제 여행 시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으로 손꼽히는 부거리 옹기가마를 다녀왔다. 




▲부거리 옹기가마를 지키며 옹기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가는 안시성 옹기장 모습 


옛것을 지켜나간다는 것은 사실 많은 노력과 정성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이라 생각된다. 돈과 출세가 양반이 되어버린 이 시대를 살면서 돈벌이도 잘 안 되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일에 매달려 옛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사실 아집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깊은 내면에는 사명감이란 존재가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부거리 옹기가마 모습. 우측 가마가 대한민국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국내에서 제일 오래 된 가마 모습 


김제 부거리 옹기가마 옆에서 200년 된 가마를 지키며 34년간 옹기장이로 살아가는 안시성 옹기장의 마음은 어떨까. 약간 마른 체격에 고집은 있어 보이지만, 고집 하나로만 옹기가마를 지키고, 옹기장이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성싶다. 




▲부거리 전통 옹기가마 옆에 뚫린 창의 모습. 화구에 불을 지핀 후 이곳 창을 통해 전체 온도를 유지해 균일한 품질의 옹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도자기 전공을 하던 대학교 3학년 때 경기도 광주로 실습을 나가 전통 옹기를 접하면서 도자기의 한계를 벗어난 옹기의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오게 됐다는 안 옹기장은 지금도 옹기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가마 속에서 바라 본 전통 가마의 불을 넣은 앞쪽 화구 모습. 화구 쪽에 있는 옹기가 열을 똑같이 받을 수 있도록 벽돌 칸막이가 되어 있다


김제 부거리 마을에 있는 부거리 옹기가마는 직접 장작을 피워 사용하는 조선시대 전통 방식대로 만들어진 가마다. 가마를 잘 보존하기 위해 슬레이트 지붕 아래 보존된 옹기가마 모습은 다리를 위쪽으로 하고 드러누운 듯한 형상으로 길게 뻗어져 있다. 




▲부거리 옹기가마와 함께 대한민국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작업장(초가집) 모습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를 피해 이주한 신자들이 포교와 생계를 위해 옹기를 빚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졌던 부거리 옹기가마는 200년 전 원래 6개가 있었으나 현재는 1개만이 보존되어 있다. 구릉지 경사면에 흙벽돌로 쌓아 만든 이 가마의 특징은 가마 옆면에 있는 구멍을 통해 불을 땔 수 있게 만들어 저 가마 전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이런 구조로 가마가 긴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균일한 품질의 옹기 제작이 가능하다. 




▲작업장 내 모습. 당시 쓰던 도구와 물레가 그대로 남아 있다


옹기가마는 구릉지를 파내서 옆면은 큰 벽돌로 쌓고 위는 황토로 덮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옹기가마는 옆으로 사람이 들어갈 수 있게 문이 있고, 가마 속은 15도 정도의 경사각이 있어 가파르게 되어있다. 불길이 위로 가는 습성에 따라 불길 때문에 이런 구조로 만들게 됐다. 길이는 22.5m이며, 주로 소나무를 사용한다. 현재는 인력 소모가 많아 자주 이용하지 않지만, 연간 약 2~3회 정도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1911년도에 보수가 이뤄졌는데 가마는 보수에 상태에 따라 평생 쓸 수도 있다. 




▲작업장 내 있는 전통 물레에서 안시성 옹기장이 옹기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 물레는 다른 나라와 달리 땅을 파서 편한 자세로 옹기작업을 할 수 있게 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가마 길 건너편 대형 느티나무 아래 있는 100여 년이 넘은 작업장은 짚으로 이어 만든 초가집으로 이번 장마에 비가 많이 와 엮어 놓은 초가 위로 벼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내부로 들어가면 옹기 물래 3대와 깨끼칼, 긁갱이, 따개 등 100년 전에 쓰던 작업 도구가 그대로 벽에 보존되어 있다. 아궁이 일부가 파손됐지만, 대체로 원형보존이 잘 되어있다. 




▲김제 부거리 옹기가마가 문화재청으로부터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403호로 지정됐음을 알려주는 인증패가 가마 앞에 부착되어 있다


앞쪽에 있는 현대식 건물에는 전시실과 체험실로 꾸며져 있다. 옹기에 대한 설명과 함께 여러 형태 중 한 가지를 골라 옹기로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장이다. 이곳에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옹기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옹기를 만들기 전에 옹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준비된 재료를 가지고 안시성 옹기장의 지도에 따라 옹기를 만들어보는 체험은 누구에게나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경험이다.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는 다양한 옹기들의 모습. 용기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우리 조상들의 품격을 느끼게 한다 


옹기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가마가 있었다는 것은 주위에 황토와 나무가 주위에 풍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흙, 유약, 불 등 세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백자와 청자를 자기라고 하고, 옹기나 토기는 도기라고 한다. 도기와 자기를 합쳐서 도자기라 부른다. 옛날에는 그릇을 나무, 가죽, 돌멩이, 나뭇잎 등으로 사용하다가 신석기 시대 불이 나오면서 좋은 토기가 많이 만들어지게 됐고, 고려시대 이후 유약이 개발되면서 백자, 청자, 분청, 옹기, 토기 등이 많이 만들어졌다. 




▲김제 부거리 전통 옹기가마 앞을 지키고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가마와 함께 오랜 세월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백자와 청자 등 자기는 흙의 알갱이가 작은 자기만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자기토를 사용하며, 흰색과 청색의 유리질 유약을 사용해 약 1300도에서 구워낸다. 옹기는 흔히 황토를 재료로 사용해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황토를 사용하지 않고, 모래와 같이 굵은 입자가 섞인 옹기토를 사용한다. 잿물 유약을 발라 1200도에서 구워 만든다. 




▲안시성 옹기장이 체험장에서 관광객들에게 옹기 만드는 방법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직접 시연해 보이고 있다 


옹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먼저 옹기토를 채취해 물과 반죽해 밟은 다음, 흙 속에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깨끼질을 한다. 다음은 곤매질로 흙 속의 공기를 빼내고 흙이 찰기 있게 만든다. 이런 과정을 거쳐 그릇 빚을 흙 준비가 완료되면, 옹기그릇을 빚어 그늘에 말린 다음 잿물을 입히고 그림 또는 문양을 그리는 환치기를 한 다음 햇볕에 말려 가마에 구우면 옹기가 완성된다. 




▲김제 부거리 전통 옹기가마는 옆에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큰 문이 있다. 성인이 약간 고개를 숙이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옹기를 굽는 과정은 먼저 문을 통해 큰 항아리들을 위에서부터 차례차례 쌓고 다 쟁겨지면 문과 창구멍 모두를 막는다. 앞쪽의 화구에서 불을 때기 시작하면 불이 뒤로 나간다. 불이 약 370도가량 되면 앞에 불구멍도 막고 창구를 통해 유약이 녹는 과정을 보면서 차례대로 창구를 통해 1200도를 유지하며 불을 때며 올라간다. 항아리가 크면 옹기가마도 크게 된다. 




▲옹기가마 앞에서 불을 지피는 화구 모습. 열이 직접 닿지 않도록 밑부분은 벽돌로 쌓은 뒤 황토를 발라 차단했고, 윗부분은 벽돌을 얼기설기 쌓아 열이 뒤로 이어지도록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옹기가마 형태를 보면, 뺄불통 가마는 한반도 전역에 걸쳐 널리 분포된 가마로 앞과 뒤가 뚫려 있어 일명 대포가마라고도 불린다. 조대불통가마는 앞부분이 ㄱ자로 휘어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가마구조로 충남 홍성에 남아 있는데 주로 바닷가에서 바닷바람을 피하기 위해 사용됐다. 칸 가마는 도자기를 굽는 사기가마와 유사한 가마구조로 경사진 언덕에 10여 개의 조그만 가마를 연결시킨 구조로 되어있다. 




▲전시실과 작업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별채 내부 모습 


옹기는 주로 음식을 담기도 하고, 약을 달일 때 사용하기도 했으며, 굴뚝을 만들어 사용했다. 옹기의 장점은 공기가 통하는 통기성이 있고, 보관한 음식이 잘 썩지 않는 방부성, 그리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환원성이 있다. 부거리 옹기가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가마로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08년도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403호로 지정됐다. 




▲안시성 옹기장의 무형문화재보유자인정서 모습. 지난 2015년 12월 28일 부거리 옹기장으로 인증받았다


최근 옹기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유는 선조들의 지혜가 가득 담긴 옹기가 건강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됐기 때문이다. 간장 및 된장 항아리는 물론 건강을 위한 식생활 용기로도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안시성 옹기로 직접 주문하는 숫자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체험장에서 관광객들에게 옹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안시성 옹기장의 모습 


안시성 옹기장의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나라 전통 옹기의 세계화다. 과학적으로 우수성이 입증된 우리나라 전통 옹기에 우리나라 고유의 간장, 된장, 고추장이 담겨 전 세계로 나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을 때까지 안시성 옹기장의 힘찬 활동은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 같다. 이것이 우리의 전통과 문화가 사는 길이라 생각하는 그의 소신이기도 하다. 


▶위치 : 김제시 백산면 옹기가마길 13



김제 부거리 옹기가마 = 이상인 선임기자 lagolftime@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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