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여행업계가 보는 네팔 안나푸르나 사고 "이상 고온에 빨라진 해빙기로 발생한 자연재해"
늘어난 히말라야 자유여행으로 사고위험 높아져
2020-01-23 14:52:08 , 수정 : 2020-01-28 12:21:39 | 정연비 기자

[티티엘뉴스] 지난 1월17일 발생한 네팔 안나푸르나 눈사태 산악 사고를 두고 여행업계 트레킹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트레킹 여행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여행업자들은 일부 언론을 통해 나오는 뉴스 중 잘못되거나 현지 상황과 다른 몇가지 부분들을 지적하며 각사의 현지 인프라를 통해 전달받아 파악한 사고당사자들의 사고 전후 상황을 본지에게 공유했다.  

히말라야 트레킹 여행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는 이미 수십가지가 개발되어 있는 상태로 상품이 개발이 오래된만큼 현지 인프라가 잘되어 있고 현지인들도 한국어를 잘하는 이들도 다수있다. 

광활한 안나푸르나 국립공원 내에서 이번 사고 발생 구간은 여러 코스 중 하나일뿐 눈사태와 상관없는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루트도 많지만 현재 여행사들은 고객 의사에 따라 취소나 연기, 대안 루트를 제시하고 있다. 

 


히말라야 트래킹 코스 

 

 

■ 3000m 이상 고지대를 무리한 일정으로 진행했을 가능성

 

충남교육청은 공식 브리핑에서 “날씨도 너무 좋았고 사고 지점인 트레킹 코스는 초등학교 2·3학년 학생도 평범하게 다니는 트레킹 길이어서 사고가 날 것으로 생각지 못했다”고 밝혔고 실제로 해당 내용처럼 상품을 광고하는 여행사들의 문구를 제시하는 기사도 노출된 바있다. 더욱이 사고 지점은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경우도 없었기에 사고 당사자들이 무방비상태였음이 강조됐다. 

 

현지 상황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해당 내용에 대해 초등학생은 현지에서 나고 자란 네팔인일 경우에 걸맞는 표현임을 지적했다. 숙련된 전문 산악인들만 다닐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3000m를 훌쩍 넘는 고산을 충분한 사전 준비와 경험없이 무작정 뒷동산 산책할 수 있는 수준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산은 시시각각 날씨 변덕이 심하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현지인 가이드와 동행해 그의 조언에 전적으로 따라야 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일부는 “쉽사리 단정하기 어렵지만 무리하게 빠듯한 일정을 진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특정 팀을 위해 트레킹 일정을 꾸리는 경우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켜 고객의 구미를 맞추기도 해 이 같은 일정으로 진행됐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기도 했다.

 

사고 일행이 예정된 5박6일 안에 안나푸르나의 베이스캠프에 등반한 후 귀국 비행기 시간까지 맞추기 위해 7박8일로 구성된 일반적인 상품에 비해 행군에 가까울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 이상 고온으로 인한 해빙기 빨라져

 

무엇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고온 현상으로 빨라진 해빙기를 사고 발생 원인으로 꼽는 의견도 있다. 

 

수십년 간 해당 사고 현장을 트레킹으로 다녔던 해외 트레킹 전문가 채경석 TNC 여행사 대표는 “실질적으로 히말라야 트레킹 여행 적기는 2월까지로 온라인 상에서 통용되는 정보이지만 수년간 지속되온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고온으로 히말라야의 해빙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자사의 경우 2월에는 행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는 만큼 해빙기 역시 빨라지고 있는데 올해는 1월 등반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으로 설명했다. 

적설량이 낮아지고 과거 평균보다 따뜻해지는 겨울로 히말라야 트레킹 적정시기가 점차 당겨지고 있지만 수십년간 행사를 진행하며 최신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업자들과 달리 일반적인 커뮤니티의 다녀온 후기에서는 실질적인 정보를 얻기가 어려운 탓이다. 

 


 

■ 영웅담처럼 떠도는 등반 후기…여행사보다 커뮤니티 정보만 맹신하는 고객

   

온라인 커뮤니티 발달과 등산 인구 증가로 히말라야의 트레킹 인기는 높아졌지만 이로인한 부작용(사고위험 및 뒷처리 부재) 역시 커지고 있다. 히말라야 등반 후기는 영웅담처럼 포장돼 여러 커뮤니티에 퍼지고 광활한 히말라야의 산맥 사진은 초보여행객들에게마저 히말라야 트레킹 도전의식을 더욱 부채질한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개별적으로 여행하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전문 여행사를 통한 안나푸르나 상품 문의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대신 안나푸르나를 몇번 갔다 온 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소위 '대장님'이라고 불리며 팀을 꾸려 무작정 현지로 떠나는 상황이 안나푸르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히말라야 트레킹 재방문자 중심으로 증가한 트레킹 자유여행으로 인해 사고 위험은 언제나 있지만 이에 대한 대처는 개인이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상담시 상품 이용객의 트레킹 경험과 이용 수준을 고객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정보로만 전달받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예약 당사자가 다수의 트레킹 경험을 주장해도 그게 어느정도 수준인지, 예약하려는 상품 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체력이 되는지 세밀한 판단이 어렵기에 현지의 실질적인 정보와 이전 이용객의 사례를 토대로 최대한 제공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다.

 

30여 년 간 트레킹 테마상품을 판매중인 혜초여행사 측은 "히말라야에 대한 개개인의 이상과 여행 의도를 존중하며 너무 겁낼 곳이 아님을 알지만 그렇다고 얕잡아 볼 정도의 코스는 아니다"라며 "사고가 날 경우 여행사 역시 난처해지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에 만전을 기할 수 밖에 없으므로 상담시 현지에 대한 충분한 사전 지식을 어필하며 고객에게 맞는 루트를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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