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뮌헨, 챔피언스리그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축구팬들
그땐 그랬다. 유럽 축구가 좋았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시기였고 좋은 성적으로 팬들을 만족시켰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전 경기에서 대활약을 했다는 기사를 접했는데 이 날 출전은 했지만 활약이 미약했다. 그러나 유럽 내 박지성이란 사람의 인지도를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유럽이 부러웠다. 어린 시절 '제리 맥과이어'라는 영화를 보고 스포츠 에이전트를 꿈꿨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스포츠 시장 규모를 느끼고 놀랐었다. 그것보다 사람들에 놀랐다. 축구가 삶의 일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승부사이지만 흐트러지지 않는 그런 중후한 느낌의 독일인들이었다.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 가는 길, 축구 열기로 가득했다. 암표를 구하기 위해서 일찍 들렸던 때와는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명문 두 구단의 힘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바이에른 뮌헨 팬들을 자극하였지만 뮌헨 팬들은 웃으며 반격하였다. 할 것은 하되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많이 배려하는 거 같았다. 이게 독일인의 축구 문화인가 싶었다.
경기장과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많아졌고 볼거리는 풍부했다. 축제라는 것이 이런 것은 아닐까 싶었다. 응원가가 저 멀리서 들려오고 자유롭게 거리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리는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에 도착하였는데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도 큰 실망감 없이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나중에 그들은 주변 술집으로 흩어졌다.
▲독일 뮌헨, 챔피언스리그 티켓
친구가 들떠있는 모습을 보고 다가갔더니 영국에서 온 父子를 소개했다. 50유로짜리 챔피언스 티켓을 같은 가격에 팔았다는 것이다. 복사본인가 싶어서 보고 또 봐도 진짜 표였다. 그들은 우리가 경기를 볼 수 있게 도움을 많이 줬다. 열정적으로 전화를 걸어 티켓을 수소문해주었으며 결정적으로 130유로에 나도 암표를 구할 수 있었다. 친구가 50유로에 샀기 때문에 우린 결국 싸게 해결한 셈이다. 암표는 바르지 못한 방법이지만 먼 타국에서 이런 빅매치를 놓치고 가는 것이 더 어리석다는 생각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200유로라도 보고 왔을 것이다.

▲ 독일 뮌헨, 붉은 빛을 내는 알리안츠 아레나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다. 빨간 등이 알리안츠 아레나를 밝혔고 우린 맥주를 마시며 들뜨기 시작했다. 흥분의 도가니였다.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숨기지 않고 발산했다. 소리도 지르고 방방 뛰기도 했었다. 다소 엄격한 보안대를 통과해서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우리에게 티켓을 팔았던 니키와 아버지는 무사히 입장했는지 궁금했다. 이베이에서 두 장의 표를 구입했다고 했는데 우리가 입장하기 전까지 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많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기를 당했던 것은 아닐까?...
“유럽인들의 축구에 대한 애정은 어떤 약속과 같았다. 하나가 되는 시간….”
여행 칼럼니스트 김지훈_ tripadviser.xyz
◆김지훈 칼럼니스트는…
“죽음, 그 순간을 경험한 후 삶이 달라진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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