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유럽 유랑] 4화▶ 스위스 루체른 배에서 생각하다
2016-03-07 17:21:53 | 김지훈 칼럼니스트

그땐 그랬다. 스위스의 청정함이 좋았다. 왜 그렇게 스위스에 열광했는지 모르겠다. 자연이 좋았다. 언제나 여유로운 삶을 꿈꿨다. 지금도 변함이 없는데 학생 때는 치열한 도서관이 싫었다. 직장인이 되어서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사무실이 싫었다. 그래도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삶의 무게를 느끼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스위스 루체른 선착장


루체른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배를 타는 것이다. 그리고 케이블카를 타고 산으로 가는 것은 세계 각지에서 모인 여행객들에게 정석처럼 자리했다. 약속이라도 한 거 같았다. 남들 하는 거 똑같이 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물 흘러가듯 몸을 무리에 맡길 때 큰 즐거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나는 선착장을 방문해서 배에 몸을 실었다. 점점 도시와 멀어져 갔다. “다시 이곳에 들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여행지에서는 아쉬움을 남겨 두고 오기 나름이다. 어디에 머물다가 떠나는 것은 미련으로 남는다.


▲설산에 둘러싸인 루체른의 풍경


루체른 호수를 감싸고 있는 설산은 매력 포인트다.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면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뱃놀이를 즐기다 보면 소소한 마을과 마주하게 된다. 누가 올라타고 내리는지 서다 가다를 반복한다. 누구 하나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이도 없다. 그럴 일이 없다. 너도 나도 시선은 선착장이 아닌 자연과 사람에 심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맑고 깊은 호수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깊을까? 내가 바라보는 것이 끝일까?


많은 사람이 호수 아래를 바라본다. 프로펠러는 그렇게 호수를 휘저으며 잔잔하게 멀리 자신의 그림자를 남긴다. 


▲루체른 호숫가의 작은 마을


루체른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풍요'가 아닐까? 풍요롭다. 초록, 푸른빛은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그렇게 소박하고 아늑한 마을들과 인사했다. 나는 배에서 바라보고 너는 육지에 서서 본다. 그렇게 침묵을 지킨 우리는 서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렀다. “아름답다.”
 

카메라에서 손을 떼기가 힘들었다. 여행 중 가장 많은 사진을 남겼던 곳이 아닐까? 뷰 파인더로 스위스 루체른을 바라봤고 한번 걸러진다는 것은 불행이었을까? 아니면 행운이었을까? 눈으로 담는 것은 같지만 커피망에 걸러진 찌꺼기처럼 그 순간이 서글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목적지에 다와 가는 것일까? 이제 땅을 밟을 수 있을까? 지속된다는 것은 때론 따분함과 갈망으로 이어진다. 평범했던 것을 되찾으려는 욕구는 아니었을까? 왜 영원한 것은 없다고 느꼈을까? 영원함도 따분해질 거라는 이른 판단은 아니었을지?


여행 칼럼니스트 김지훈_  tripadviser.xyz


◆김지훈 칼럼니스트는…
 “죽음, 그 순간을 경험한 후 삶이 달라진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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