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행사 수수료 법제화를 허(許)하라
2020-02-01 09:29:19 , 수정 : 2020-02-02 22:15:02 | 정연비 기자

[티티엘뉴스] 요즘 여행사들은 그야말로 고립무의(孤立無依: 외롭고 의지할 데가 없음), 고군분투(孤軍奮鬪, 외로운 군력으로 대적과 싸우다, 홀로 여럿을 상대로 싸우다)의 상황에 처해있다.

 

기자는 금주에 주요 여행사들의 중국은 물론 홍콩, 마카오, 타이완까지 중화권 여행 상품 취소 수수료 환불 현황에 대한 조사를 했다. 규모있는 패키지 여행사 위주였고 항공좌석이 웨이버(사전에 확보한 좌석을 항공사에 반납)가 2월까지는 패널티 없이 가능하기에 해당 지역들은 대부분 취소 수수료에 대한 부담없이 절차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걷잡을 수 없이 여행 예약 취소가 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재난에 여행사들은 체념에 가까운 태도다. 그마저도 중국 외 지역은 취소수수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여행사와 고객 간 마찰이 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의 고객 입장에서는 개인 의지가 아닌 불가항력의 환경에 의해 이뤄진 취소이기에 수수료를 무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여행사 역시 미리 현지의 호텔 객실과 항공 좌석을 확보해놓은 상황에서 판매했던 만큼 심각한 손해를 감수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지역에 관계없이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특히 중소여행사들일수록 그 정도는 폐업을 논할 정도로 심각하다.

거기에 당장의 여행 취소보다도 당장 봄부터의 신규 예약 건이 없는 점이 여행사들의 더 큰 걱정이었다. 패키지의 스테디셀러라 할 수 있는 장가계 상품이 당장 시즌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모객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아직 기미가 없는 일본은 물론 홍콩과 마카오, 태국, 싱가포르 등 단거리 한국인 단골여행지들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2월까지야 중국 지역의 비수기였기 때문에 관계없다 쳐도 신규 예약에 타격을 받게 되면 사실상 여행사들의 상반기 영업은 날아간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 가운데 정부는 중국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등을 이용한 개별관광 강력 지원에 나서는 것도 모자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에 총 500만 달러 상당의 지원을 긴급 제공하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이번 여파로 손해를 겪을 여행사들에 대한 지원은 없다.

 

이는 명백히 역차별이 아닌가. 정부 차원에서 북한 개별 관광이 적극 지원될 경우 지금까지 남한 여행사 중 북한 관광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곳은 없었기에 고스란히 중국 여행사들의 수입으로 이어지게 될 상황이다.

이건 나중 문제이니 차치하고 여행상품에 포함돼있던 호텔, 차량, 투어 등의 제반 비용을 물어내야 하는데 해외 현지는 한국 여행사의 약관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라 취소 수수료마저 받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여행사 선에서 마이너스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 산업이라는 특성에 고려되어야 할 부분마저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그 규모가 작더라도 여행업은 국내 근간을 이루는 하나의 산업이다. 해외여행 인원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여행사들은 갈수록 수익난에 시달린다. 그 와중에 마주한 국가적인 재난에 여행사들의 고난은 가중되고 있다. 여행사들 역시 우한 폐렴의 피해자며 대한민국의 일원이다. 적어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도 효율적인 구제 방안이 심각하게 고려되야 할 시점이다.

 

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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