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립무원의 여행사…순진한 믿음의 댓가는 '유죄'
2021-02-09 16:35:58 , 수정 : 2021-02-10 01:21:35 | 정연비 기자

[티티엘뉴스] 고용유지지원금과 여행업 현장과의 괴리로 억울하게 된 여행사들의 상황을 다룬 기사(회사도 직원도 살리려 신청한 고용유지지원금…폐업의 덫으로 돌아왔다)를 쓴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고용유지지원금 부정수급으로 고발된 한 여행사의 사례를 기사로 접하게 됐다. 

해당 내용을 보도한 매체에 따르면 기사 속 여행사는 서류를 위ㆍ변조해 직원들을 휴직인 것으로 꾸며 일을 시키고 고용유지지원금 부정수급을 했다는 것이다. 지원금 전액과 더불어 추가 징수액이 붙은 억단위의 범칙금을 토해내야 한다. 

현재 이런 사례는 여행업계 전반에 심심치않게 발생하고 있는데 단순히 부정수급의 사례가 아니라 업의 특성을 품지못한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발생된 안타까운 피해인 경우도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코로나19 발생부터 여행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이 제로인 상황에서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직원과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다. 이 제도를 처음 신청하는 업체들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무심코 넘겨버린 휴업과 휴직의 조건이 이와 같은 상황의 발단이 됐다.

당장에 밀려드는 여행 취소 처리를 해결할 궁리에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도 취소처리업무 행위 자체가 위법이라고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애초에 부정수급이 목적이었다면 불시에 적발될지도 모르는 사무실에서 일을 했겠냐는 것이 대다수 여행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어찌됐든 여행사들이 법을 어긴 것은 맞지만 여행업 특성을 이해받지 못하고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정상참작없이 일방적인 잣대로만 위법으로 낙인찍히는 상황에 매우 유감이다. 

물론 고용노동부는 위반 적발시 관할청 담당 수사관이 고발된 여행사의 상황을 다각도로 검토해 정상참작이 되는 부분을 가려내고 최대한 공정한 판단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결코 그렇지 않다. 

여행업의 특성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예약 취소와 환불 처리 업무는 잠시라도 중단될 수 없지만 일부 대형여행사들이나 휴업을 선택해 최소 인력을 남겨 필요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뿐 중소규모의 여행사들에게 최소인력은 언감생심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고객들의 여행 환불 요청은 수천 혹은 그 이상 달하는데 전 직원 휴직 상태에서 대표 혼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고객들은 자신의 여행예약을 처음부터 담당했던 실무자가 취소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선호하고 그것이 일의 진행에서도 매끄럽기 때문에 부득이한 출근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환불 처리 업무는 매출이 일어나는 업무가 아니지 않냐는 항변에도 고용노동부 측은 출근 자체가 회사에 이익을 주는 행위로 간주한다고 못박고 있다. 심지어 직원이 업무가 아닌 개인적인 짐을 가지러 잠시 들렀던 경우도 출근으로 간주된 사례도 있다.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다수의 상황들은 여지없이 위법으로 치부된다. 더구나 기존에 불가피하게 사내에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서 휴직이나 휴업을 변경해야 할 경우 직원이 출근하게 될 3일이나 최소 1일 전에 신고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어떠한 이야기도 통하지 않는 것이다. 

한 여행사 대표는 기자에게 "고용유지를 하라고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일을 하지 않아야 지원이 된다는 것부터 제도의 앞뒤가 맞지 않다"고 반문했다. 그의 말처럼 해야 할 일이 있고 직원 고용도 유지하고 있는데 휴직이나 휴업이 지원의 전제조건이 된다는 것이 어불성설 아닐까. 

게다가 부정수급이란 명목으로 내부고발을 당한 사례 중에는 회사에서 받는 지원금보다 고발로 인한 포상금이 더 많다는 계산 하에 있는 사실을 부풀려 허위신고한 경우도 없지 않아 있었기에 보다 면밀한 조사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업주 입장에서는 힘겹게 일궈온 회사였기에 폐업을 막고 적지 않은 시간 함께 일해온 직원들의 고용유지를 위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는데 오히려 직원들은 뿔뿔히 흩어지고 결국은 폐업 문턱까지 와버린 셈이다.

 

취재 도중 마주한 또하나의 안타까웠던 점은 고발된 여행사 대부분이 영세하기에 법이나 행정적인 도움을 받을 네트워크가 전무해 홀로 외로이 싸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비록 억울하게 고발됐다고 해도 좁디 좁은 여행업 바닥에서 업체와 대표 개인의 평판과 신뢰도까지 타격을 입었기에 피해 사실을 감춰 전전긍긍할 뿐이다. 동일한 피해를 본 업체들이 뭉쳐 한 목소리로 호소하는 타 업종의 경우와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1년 가까이 강제 영업 정지 상태에서 국가가 처한 재난 해결이 우선이었기에 정부를 믿고 정책에 성실히 따랐지만 정부로부터 여행사들이 받은 지원은 당장 사무실 임대료 감당도 힘든 100만원뿐이다. 제일 큰 피해를 받은 업종임에도 집합금지업종이 아닌 일반 업종으로 분류돼있고 업종별 지원 정책에서 늘 배제되는 중이다. 

 

모든 업종에 같은 프레임으로 제도를 적용하고 있는데 여행업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고 말하며 제도적인 허점이 있다면 별도 건의하고 법 개정시 충분한 개선이 가능하다는 고용노동부의 마지막 답변에서 시원함보다 허탈감이 컸던 건 비단 기자 개인의 지나친 감정논리일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닌 유독 특정업종에서 동일한 상황들이 반복돼 다수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배경을 감안해 줄 수 있는 유연함을 발휘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매출없이 고정 비용 감당에 고객 환불 처리까지 3중고를 겪는 여행업에 대한 실질적 영업환경 보장은 커녕 난데없는 수억의 범칙금은 영세한 여행사에게 너무나 가혹하다. 

 

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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