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야기현 겨울여행, 즐거움과 감동이 가득한 보물창고
가성비가 뛰어난 매력적인 스키장과 온천여관 등
2022-03-03 14:56:19 , 수정 : 2022-03-03 15:34:24 | 김현철 칼럼니스트

[티티엘뉴스] 미야기현 센다이시는 일본 동북지방의 중심 도시이다. 약10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센다이시 근처에는 스키와 스노우보드를 즐길 수 있는 스키장이 여러 곳이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미야기자오 에보시 리조트(宮城蔵王えぼしリゾート)’는 시내에서도 가깝고, 스노 파우더로 유명하다.

 

▲주차장이 너무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 있어서 스키장의 첫인상부터 너무 좋았다.

 

센다이역에서 자동차를 타고, 1시간정도 달리면 에보시 리조트에 도착한다. 원래 일본 동북지방은 2월달이 스키장 성수기 시즌이다. 하지만 최근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에 눈이 별로 쌓여 있지 않다는 뉴스가 자주 보도되어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점점 스키장이 가까워지면서 풍경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산 아래와 달리 산 속의 스키장은 새하얀 눈으로 완전히 뒤덮여 있었다. 

 


▲에보시 스키장은 어린이들을 위한 휴게실, 슬로프, 스키 교실 등이 잘 갖춰져 있다. 

 


▲간단한 설문지 조사에 참여하면 파격적인 외국인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에보시 스키장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리프트・곤돌라 정액권, 장비 대여 50% 할인 등을 파격적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대여해주는 스키와 스노보드의 장비도 너무 잘 관리되어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스키장도 전체적으로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깨끗하고 밝은 분위기였다.

 


▲곤돌라의 내부 상태도 아주 깨끗하고 잘 관리되어 있었다.

 

혹시 오랜만에 에보시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고 피곤함을 느끼더라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에보시 스키장에서 자동차로 10분정도 거리에 유명한 도갓타 온천(遠刈田温泉)이 있기 때문이다. 도갓타 온천(遠刈田温泉)은 옛날부터 토오지(湯治)로 유명한 곳이다. 일본에서 토오지(湯治)는 온천수를 직접 마시거나 장기간 온천 입욕을 하면서 병을 고치는 온천 치료방법이다. 특히, 도갓타 온천수는 황산염(硫酸塩泉) 온천으로 혈액순환, 고혈압, 요통, 피로회복 등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각 방에는 휴식도 가능하고, 업무도 가능한 다목적 데스크가 설치되어 있다.

 

▲전통적인 여관 분위기도 잘 유지하면서 고객의 의견까지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번 1박2일 스키 여행의 숙소는 ‘여관 산사테이(さんさ亭)’인데, 이곳은 일본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잘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여관으로 유명하다.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방마다 다용도 업무공간까지 마련하였다. 방 안에서 노트북을 꺼내 놓고,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업무 처리를 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낮에는 신나게 스키를 즐기고, 저녁에 여관으로 돌아와 간단한 업무까지 처리해야할 분이 있다면 산사테이 여관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설상차를 타고 수빙(樹氷) 체험과 노포(老舗) 견학

: 스미카와 스노우 파크(すみかわスノーパーク), 자오주조(蔵王酒造)

 


▲오오모토 두부점(大本豆腐店)은100년이상의 역사를 가진 노포(老舗)이다.

 

다음 날 아침, 온천욕 덕분에 어제의 피로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여관 산사테이에서 맛있는 아침을 먹고, 셔틀 버스를 타기 위해 도갓타 온천의 관광 안내소로 걸어서 이동했다. 오늘은 설상차를 타고, 아름다운 수빙(樹氷)을 보러 가는 날이다.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도중에100년도 넘은 두부집을 발견했다. 이름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낡은 간판이 이 가게의 오래된 역사를 말해 주고 있었다. 이렇게 일본 온천가를 산책하다 보면, 기대하지도 않았던 멋진 만남을 갖게 된다. 휴일이라 문이 닫혀 있어서 가게 안까지는 들어가 보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관광 안내소 옆에 있는 정류장에서 셔틀버스를 탔다. 센다이역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스미카와 스노우 파크(すみかわスノーパーク)는 산 중턱에 있기 때문에 겨울에는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안전하고 편리하다. 왜냐하면 자동차로50분정도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눈길 운전에 익숙하지 않으면 꽤 위험한 코스이기 때문이다. 같은 코스를 매일 운행하는 셔틀버스 기사님도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으며, 중간 지점에 버스를 세우고 타이어에 스노우 체인을 갈아 끼웠다. 
 


▲2월은 성수기라서 디럭스 클래스의 요금은 1인당 1만엔이었다.

 

 

셔틀버스의 종점은 수빙(樹氷)투어 안내소. 이곳에서 ‘디럭스 클래스 티켓’을 구매했다. 디럭스 클래스 티켓은 라운지 무료이용권, 무료음료및 기념품 증정, 방한용 부스 무료대여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왕복 2시간의 투어에 1만엔이라는 금액이 너무 높다고 생각했지만, 투어가 끝났을 쯤에는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다. 

 

무료로 대여해 주는 방한용 부츠를 신을 때만 해도 이런 장화까지 신을 필요가 있을까?하고 의문을 가졌다. 스키장의 날씨가 너무 화창하고 좋아서 산 위의 날씨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창 밖으로 멋진 고드름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햇빛이 눈부시게 빛나는 날이었다. 라운지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투어 준비하고 있을 때만 해도 험난한 날씨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장갑차와 비슷한 커다란 설상차는 어린아이처럼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출발 시간이 되자, 마치 장난감처럼 생긴 15명 정원의 커다란 설상차에 탑승했다. 소풍이라도 떠나는 어린아이처럼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설상차에 타자마자 운전기사가 개인용 담요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차 안이 꽤 추울 것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역시 일본인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차의 디젤엔진은 엄청난 굉음을 뿜어냈다. 설상차는 스키장을 가로질러 산 정상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스키장을 벗어나 산 위로 점점 올라가자 날씨는 급변했다.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멋진 수빙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라던 기대와 달리 점점 창 밖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눈보라가 불기 시작했다. 변화무쌍한 산 속의 날씨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었다. 눈보라 때문에 1미터 앞도 보이지 않아서 목적지까지 제대로 도착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30-40분간 눈보라를 헤치고 달려서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수빙 투어는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무서움을 동시에 느낀 멋진 체험이었다.

 

 

설상차가 ‘산책 포인트’에 도착하자 20분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완전히 새하얀 눈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열심히 추억을 남기기 위해 여기저기서 기념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눈보라가 조금 약해졌지만 사진을 찍어보니, 모두가 하얗게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사진 배경으로 적당한 수빙을 찾아서 이동하려고 하자 눈 속에 발이 푹푹 빠져서 걷기조차 힘들었다. 역시 방한 부츠를 신지 않았더라면 발이 꽁꽁 얼어버렸을 것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장갑을 잠시 벗었을 때도 눈 깜빡할 사이에 손이 꽁꽁 얼어버렸다.

 

20분간 눈보라 속에서 산책을 했더니 체력이 완전 방전되어 버렸다. 설상차 투어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무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아이처럼 새하얀 눈을 보고 설레고 두근거리기도 했지만, 순간적으로 엄습해오는 추위에 대자연의 냉혹함도 느꼈다. 투어를 마치고 설상차가 스키장 쪽으로 내려오자 날씨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맑고 화창하게 변해 있었다.

 

▲날씨가 좋으면, 이렇게 환상적인 풍경도 체험할 수 있다.

 

설상차 투어를 마치고, 14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주식회사 자오 주조(蔵王酒造)를 견학하러 갔다. 1873년에 창업한 이 회사는 자오산(蔵王山)에서 흘러 내려오는 맑은 물과 찬바람을 이용하여 품질 높은 술을 만들고 있었다. 

 

 
▲1993년부터 전시실을 설치하여 주조 과정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자오 주조(蔵王酒造)의 견학 코스는 니혼슈(日本酒)를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면 꼭 방문해보아야 할 곳이다. 보통 일본의 주조 회사 견학 코스는 매우 단순하다. 공장 안에서 술을 만드는 과정을 밖에서 보고 있으면 해설자가 간단히 설명을 하는 정도에서 끝낸다. 시간적으로 10〜15분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자오 주조는 오래된 노포의 노하우를 일반인들에게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직접 신발을 갈아 신고 공장 안까지 들어가서 모든 주조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쌀에 수분을 흡수시키는 공정, 누룩을 만드는 과정, 좋은 효모균 배양 방법 등을 상세히 알려 주었다. 직접 가공된 쌀을 손으로 만져보고, 발효 과정의 누룩향기까지 맡아볼 수 있게 하였다.  
 

▲주조용 쌀을 직접 만져 볼 수 있고, 술이 발효되는 과정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견학을 막 시작했을 때, 회사의 노하우를 일반인들에게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을까?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30분이 넘도록 공장 내부를 여기저기 돌아보면서 자세히 설명을 듣고 났더니 니혼슈 자오(蔵王)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이미 대기업이 되어 버린 니혼슈 브랜드들은 대량생산이 가능한  기계식 설비로 바꾸었고,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른 타협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오 주조는 전통적인 맛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묵묵히 전통적인 방식을 지키고 있었다. 전통적인 방식을 유지하려면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생산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성실하게 그리고 묵묵히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면서 이렇게 열심히 만들고 있구나 하는 감동이 밀려왔다. 역시 오래된 노포가 가지고 있는 세월을 견디는 힘이란 정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조 과정의 견학을 마치고 시음해 보면, 깊고 오묘한 맛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자오주조(蔵王酒造)의 견학은 일본의 장인정신을 다시 한번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혹시 미야기현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이 견학 코스도 체험해 보고 맛있는 니혼슈(日本酒) 자오(蔵王)도 음미해보시길 추천한다. 

 

 

자료제공= 이정임 일본 동북지역 여행전문가

글/사진= 김현철 동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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