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Talk] '증인' 정우성 "나를 돌아보고 옆에 있는 이들을 안아주게 하는 영화"
극 중 '순호'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
2019-02-24 21:42:27 , 수정 : 2019-02-24 22:23:48 | 이민혜 기자

[티티엘뉴스] 묵직한 울림과 잔잔한 감동으로 극장가를 따뜻한 온기로 채워주는 영화 '증인'(감독 이한)이 13일 개봉했다. 현재 개봉작 중 뜨거운 입소문 열기로 실시간 예매율 역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 '증인'은 신념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을 위해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정우성)가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수 있는 큰 기회가 걸린 사건의 변호사로 지목되자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순호'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과 티티엘뉴스가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 극 중 '순호' 역을 맡은 배우 정우성

 

 

Q. '증인'에 출연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시나리오 전체가 내포하고 있는, 큰 주제일 수 있지만 그거를 너무 강요하려고 하지도 않고 소소하게 담으려고 하는 것, 소소함의 여운이 길다는 부분에서 선택했다. 배우로서는 정우성이 지난 몇 년간 드센 캐릭터를 많이 했다. 시대적으로 주제가 변한 것이지만 나도 모르는 피로도도 있었다. 증인이 가지고 있는 시나리오는 나를 툭 놓고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요소도 크게 작용을 했던 것 같다.

 

Q. '순호'는 흔들리면서도 신념을 지키고자 한다.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A. 영화의 시작이 '순호'의 현실적 타협에서 시작된다. 그 타협에 '순호'는 맘편히 타협에 확신을 가지고 흘러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운명적인 '지우'라는 아이를 만나면서 그 아이를 통해 거울을 보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듯이 '지우'가 던지는 질문을 깊이 받아들이면서 성장하는 사람 같다. 그 전에 가졌던 타협 이전에 가졌던 마음, '지우'를 통해서 그게 틀린거는 아닐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는 생각을 했다.

 

 

Q. 박근형 배우님의 인생연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좋았다.

 

A. 선배님이 '순호' 아버지를 연기해주신다는 얘기를 듣고 반가웠다. 단 한 번도 같이 연기를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렇게 근사하신 분이 저의 아버지를 해주신다니까 기대도 됐다. 현장에서 뵀는데 박근형 선배님뿐 아니라 많은 선배님들이 현장에서 오래된 선생님 같은 대접을 받는걸 부담스러워한다. 똑같은 동료처럼 젊은 날에 본인이 연기했던 한 배우 중의 한 명으로써 현장을 임하시려는 모습이 아주 건전한 에너지로 내게 또 다가왔다. 연기할 때는 '순호의 아버지'가 어떤 목소리로 어떻게 연기할까 했는데 말의 속도라는게 어울림이 될 수 있다. 나의 기본적인 말의 속도와 비슷한 말의 속도를 가지고 얘기를 해주시니까 마치 아버지의 숨결에 툭 기대서 같이 툭툭 뱉을 수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Q. 과거와 태도가 달라지는 사람을 보고 변했다고 한다. 사람의 가치관은 어떨까?

 

A. 변한다는건 성장한다는 걸 수도 있다. 우리는 늘 변해야하고 잘 변해야 한다. 자기의 본분과 가치관을 갑자기 홱 바꿔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늘 잘 변해야하고 성장하는 차를 발견하고 이끌어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성숙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Q. 촬영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A. 촬영 전체가 다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첫 촬영이 광화문에서 촬영이었다. 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소통의 터가 되고 그러면서도 쉽게 다가올 수 없는 배우 정우성에게는 섞일 수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 안에 섞일 수 있는 짜릿함이 있었다. 광화문에서 연기할 때 들뜬듯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Q. 잘 나이들고 있다고 느껴졌다. 주름도 그대로 드러나는데 광고 촬영 등 평소 수정 원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A. 영화 색보정할 때 스탭들이 배우를 아끼는 마음에 얼굴 처리를 해주려고 한다. 나는 이한 감독님한테 유분끼만 없애기 위해 기본 메이크업만 하고 촬영을 했다. 머리도 아무것도 안 바르고. 주름 같은거 잡지 말자니까 이한 감독님이 그래도 되냐고 좋다고 하셨다. 어떻게 보면 주름이라는 거는 삶의 흔적이다. 잘 받아들였을 때 그 나이에 맞는 사람의 표정이 되는 거다. 그거 하나하나가 소중한거라고 생각한다. 나이듦을 감추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펴가면서 작용을 만들어내는건 캐릭터를 온전히 전하는 순수함을 없앨 수 있다. 남녀 배우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내 선택이 맞다는 것이 아니다. 어떤 캐릭터에는 자연스러운 주름이 하나의 드라마의 여지로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잘 나이 먹어야지 했던 것 같다. 아름다운 것만 내꺼가 될 수는 없다. 나를 성장시키고 완성 짓는 요소이기 때문에 소중한 거라고 생각한다.

 

 

Q. 영화를 할 때 내내 감정이 어땠나?

 

A. 너무 시나리오를 읽고 정우성이 느끼는 감정에 도취되서 그 감정 표현이 어느 정도 선을 표현이 되는지 잊어버리면 안된다. 3자 입장에서 감정을 교감할 때 그 대상은 전혀 그걸 모를 수도 있지만 거기서 만들어지는 감정은 또 다른 감정이 될 수 있다. 제 3자로써 '순호'와 아버지와 '지우'의 감정을 보면서 받은 큰 느낌을 줄이고 순호로써의 덤덤함으로 대했을 때 그 여백에서 관객들이 이입이 되면서 가져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거다. 어떤 씬에 있어서 내가 충만하게 느꼈던 감정을 다 표현해야하지 하는 것을 경계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A. 많은 걸 나에게 준 작품은 '비트'(감독 김성수)였다. 파급력이 워낙 컸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선생님 없을 때 비디오 켜두고 봤다. 백 번 클럽도 있다. 나레이션부터 모든걸 외우는 친구들이 많았고 나를 만나면 흥분해서 나 때문에 오토바이 배우고 다치고 그런 얘기를 들었다. 편하진 않았다. 내가 인기가 있다는 것보다 그 얘기가 더 불편했다. '똥개'(감독 곽경택)도 밖에 나와서 담배 피려고 불을 붙이는데 애들이 숨어서 지켜보다가 "와 멋있다"라고 말하는데 손을 갑자기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겠었다. '비트' 이후에 한참 조폭 영화들 나오니까 함부로 영화하고 선택하는거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런 캐릭터를 지양했고 '똥개' 때 확고해졌다.

 

악인을 그릴 때는 악인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둘 수는 있지만 저렇게까지 살아야되나라는 한 인간의 삶에 있어서 처연함도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걸 미화해서 인생 멋스럽게 살 수도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가지면 미화가 되는 거다. 그런 영향이 어느쪽으로 캐릭터나 얘기가 지향되는지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해야할 것 같다.

 

 

Q. 2019년에 영화 '증인'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A. 여러분들 많이 지치셨잖아요. 워낙 많은 뉴스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많이 나오고 있고 걱정과 불안에 싸인 소식들이 과하게 전달되다보니 내가 시나리오를 읽고 나도 모르게 한숨 푹 쉬었다. 극약처방으로 치유가 되는건 아니지만, 담담하게 영화 한 편을 통해 쉬고 나를 돌아보고 내 스스로를 보듬어줄 수 있고 옆에 있는 사람을 안아줄 수 있는 마음의 전이가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담은 영화이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민혜 기자 cpcat@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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