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 전경
그땐 그랬다. 두려웠다. 친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응원석으로 난 바이에른 뮌헨 응원석으로 입장하였다. 나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인데 혹시나 관람중에 무의식에 사로 잡혀 환호를 질러 구타를 당하는 상상을 했다. 알리안츠 아레나에 들어섰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입장객들로 어수선한 가운데 선수들은 몸을 풀고 있었고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솔직히 놀랐었다. TV에서 바라보던 것과 비슷한 모습이긴 한데 요동치는 함성과 진동은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게 사람인지 개미 떼인지. 이들은 매일, 2004년의 대한민국 축구장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자유롭고 알 수 없는 긴장감으로 살벌하기까지 했다.

▲경기 시작 전, 긴장이 감도는 알리안츠 아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어디에서 왔냐?"가 첫 질문이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박지성 응원하러 왔구나. 이 자리가 맞냐?"고 물었다. 장난으로 험한 표정을 짓기도 했고 같이 즐기자며 맥주를 권하기도 했다. 반강제적으로 바이에른 뮌헨의 축구 타월을 목에 걸어주며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정이 많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경기가 임박하였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TV에서만 바라보던 광경을 직접 경험하게 될지 누가 알았을까? 일어서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참여했다. 반강제적으로 바이에른 뮌헨의 응원가를 주변에서 가르쳐주었고 알아듣는 부분만 크게 불렀다. 나중에는 립싱크를 했는데 걸려서 맞을까봐 두려웠다.

▲알리안츠 아레나에는 열띤 응원의 함성이 가득하다
경기는 시작되었고 얼마 되지 않아 루니가 골을 넣었다. 저 멀리서 노란색과 초록색이 뒤섞인 옷을 입은 사람들이 환호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나는 가슴으로 환호했다. 그리고 끙끙 앓았다. 눈치를 봤다. 그랬더니 주변에서 어깨를 두드려주는 것이 아닌가. 기분은 좋았는데 지옥과 같았다. 어딜 가나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뒤통수가 뜨거웠다.
전반전이 끝나고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같이 봐도 되겠단다. 자기 옆에 자리가 있다고 한다. 짐을 모두 챙겨서 화장실에서 친구와 만났다. 엄청 웃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과 엄청 즐기고 있었단다. 난 맞을 뻔했으니 조용하라고 했다. 축구에 죽고 사는 사람들이 맞았다. 함께 경기장에 입장하는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진영에서 티켓 검사를 하고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 팬들이 유입되어 충돌을 막으려는 의도였다. 당당하게 입장하니 박지성 팬이라고 생각한듯 티켓 검사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침묵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
경기는 다시 시작되었고 중간은 생략하고 싶다. 지옥과 같은 날이었다. 내가 오고 2:1로 바이에른 뮌헨이 역전승을 거두었다. '개 같은 날의 오후'라는 영화의 제목이 생각났다. 처음 살갑게 맞이해주던 주변 팬들도 심기가 불편해졌는지 "FUCK YOU"를 심심하지 않게 경기장을 향해 뱉어주었다. 저 멀리 경비들이 삼엄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마음은 시들어 갔다. 환호 한번 질러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동점 골을 넣었던 리베리와 종료직전 골을 넣은 올리치가 원망스러웠다.
우울하게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하루의 추억은 그렇게 지고 있었다. 뮌헨의 맥줏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험난했다. 아무것도 없는 경기장 주변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몇 대의 지하철을 보내야 했다. 한산했던 평소의 지하철과는 달랐다. 몸도 마음도 무거웠다. 지쳐갔고 기다리는 것도 일이 되었다. 사람의 마음은 이런 것이다. 만약 이겼다면 어땠을까? 바이에른 뮌헨 팬들처럼 모든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 지는 날도 있지.”
여행 칼럼니스트 김지훈_ tripadviser.xyz
◆김지훈 칼럼니스트는…
“죽음, 그 순간을 경험한 후 삶이 달라진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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