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유럽 유랑]14화▶ 뮌헨 호프브로이, 세계에서 가장 큰 호프집
2016-05-23 23:42:46 | 김지훈 칼럼니스트


▲마이클 잭슨의 죽음을 애도하는 뮌헨 사람들
 

아침에 눈을 뜨면 몽유병에 걸린 환자처럼 걷기만 했다. 돌아다니지 않으면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다시는 오지 못할 것으로 느꼈나 보다. 뮌헨에서는 유독 일찍 눈이 떠졌다. 마이클 잭슨이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안 되어서였을까? 한 동상 아래는 그를 추모하기 위한 물품들로 가득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물건들이었다.


유럽여행을 떠나기 전에 지인으로부터 <론리 플래닛: 유럽 편>을 선물 받았었다. 당시에는 영어판으로 출판되었기 때문에 밤새도록 준비를 했었다. 모르는 부분은 누나에게 해석을 부탁했었다. 그렇게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갔는데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스위스 이후에는 눈 뜨면 직진하여 걸었다. <꽃보다 청춘>의 쓰리 스톤과 같은 여행 방식이었다. 유럽여행 이후 나만의 여행에서 치밀한 계획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오지에 갈 때는 진지하게 준비한다. 혼자 갔다가 시체로 돌아오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호프브로이를 만나다
 

뮌헨 거리를 걷다 보니 엄청나게 큰 맥줏집이 보였다. <론리 플래닛>에서 봤던 호프브로이였다. 간판이 반가웠고 그 규모에 또 놀랐다. 세계에서 가장 큰 호프라는 수식어가 붙는 곳이다. 얼마나 큰지 화장실에 갔다가 좌석을 못 찾아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서 1층에서 술을 마셨다. 재미있게도 남녀노소 1L 맥주 잔에 술을 즐기고 있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에 등장하는 선술집과도 같았다. 마치 그곳을 상세히 묘사한 것 같았다. 게임 속 혹은 소설 속 액자 구성의 주인공이 우리였다. 특유의 음악과 호탕한 웃음소리는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중세 유럽으로 숨어들었다.”

 


▲호프브로이 내부 전경
 

오리지널 다크를 두 잔 시켰다. 망설임도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마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갈색의 맥주로 유명해진 곳 아닌가. 들이키고 또 들이켰다. 맥주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많은 양을 소화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분위기가 고조되고 우리는 조용히 마시고 싶어서 위 층으로 안내받았다. 텅 빈 공간을 우리를 맞이하였지만 왕족이 되어 식사를 하는 거 같았다. 끝없이 늘어져 있는 식탁은 또 다른 볼거리였다.


독일인에게 호프브로이는 일상의 종착역이었다. 해가 질 무렵 분주해져 밤새도록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슬픈 일도 있겠지만 그 슬픔을 표현 해내기에는 너무 밝은 곳이다. 너도 나도 친구가 되는 곳이기도 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여행객들은 배낭을 바닥에 놓고 맥주를 즐기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왜 더 즐기지 못했을까?"라는 후회가 남기도 한다. 말을 걸어오는 자체가 두려웠던 시기였다. 내 약점을 드러내기 싫은 시기였다.

“좀 더 적극적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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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칼럼니스트는…
 “죽음, 그 순간을 경험한 후 삶이 달라진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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