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유럽 유랑] 6화▶ 스위스 뮈렌, 영화 007 촬영지를 가다
2016-03-21 08:50:16 | 김지훈 칼럼니스트

그땐 그랬다. 눈뜨면 새로운 여행이 기다리고 있는 유럽의 아침은 언제나 상쾌했다. 벌떡 강시처럼 일어나 돌아다니기 바빴다. 어떤 난관에 부딪히면 높은 턱을 만난 강시처럼 제자리를 헤매기도 했지만 열정도 체력도 인생의 최고를 찍는다는 남자의 군 전역 후, 그렇게 난 초인이 되어갔다.


▲스위스 뮈렌으로 향하는 길의 아름다운 풍경


영화 때문에 시작된 유럽여행이었다. 베를린 영화제는 무슨 배짱이었는지. 친구의 도움을 받아 영어로 양식을 작성하고 프레스 요청 메일을 베를린 영화제 운영국에 보냈었다. 결과는 비참했지만 당연한 결과라 생각했다. 그러나 가슴 한구석에 남은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친구는 수화기 너머로 받은 메일을 번역하며 안됐다고 깔깔 웃고 있었다. 우리 관계의 깊이를 보여주는 대목이었지만 들리지 않았다. 베를린 영화제는 그렇게 배신감에 가지 않았다. 나만의 소심한 복수였던 것이다. 


유럽의 영화 촬영지를 즐기다가 한국 입국 전 칸 영화제에 들릴 계획이었다.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스위스에서 찍은 영화는 많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사운드 오브 뮤직’일 것이며 본 시리즈의 원조 ‘저격자’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얼마 전 수려한 영화 속 배경으로 화제가 된 ‘유스’ 역시 스위스에서 촬영된 영화다. 그러나 난 비운의 작품 '007 제6탄 여왕 폐하 대작전' 촬영지는 꼭 들리고 싶었다. 정보를 수집했고 뮈렌(M?rren)으로 향했다.

  
산악레일을 타고 뮈렌으로 향하다.
 

가는 길, 아름다운 광경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이전에 봤던 스위스 풍경과는 달랐다. 취리히와 루체른이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면 뮈렌은 웅장하고 거칠었다. 레일을 타고 뮈렌으로 향했다. 종착지가 가까워졌는지 레일의 끝이 보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니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주연작 '독수리 요새'가 떠올랐다. 어떤 끝 지점에서 오는 두려움과 긴장이 강했던 영화였다. 물론 영화 속에서는 레일이 아닌 케이블카였다. 두텁게 쌓아올린 콘크리트 덩어리가 영화의 삭막함을 이미지화 시켰던 것은 아닐까? 



▲케이블카에서 바라 본 스위스의 아름다운 마을


다시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고 돌아온 길을 돌아보았다. 생각지도 않은 광경과 마주하게 되었는데 미니어처 같은 귀엽고 아름다운 마을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뮈렌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끝은 존재했다. 드넓은 세상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었다. 스키가 눈에 들어왔다. '007 제6탄 여왕 폐하 대작전'의 주인공 조지 라젠비가 영화 속에서 스키를 타고 이곳 어느 장소를 누볐기 때문이다. 스크린 속 세상을 현실로 만난다는 것은 마법과 같은 일이었다. 언제가 내가 꿈꿔왔던 세상이 펼쳐졌다.


“내가 간절하게 원하던 세상과 마주한다는 것. 그것은 또 다른 현실이었다.”

 

여행 칼럼니스트 김지훈_  tripadviser.xyz

◆김지훈 칼럼니스트는…
 “죽음, 그 순간을 경험한 후 삶이 달라진 여행자”

 

#스위스 #스위스여행 #뮈렌 #티티엘뉴스 #스위스관광청 #김지훈 #칼럼니스트 #유랑 #자유여행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