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랭이 요동(堯洞)마을과 화암사(花岩寺)··· 바람도 쉬어 가는 완주 여행 
짚신이 많은 마을, 싱그랭이 요동마을과 생태관광지로 떠오르는 싱그랭이 에코정원
바위 위에 핀 꽃, 화암사 ... 특별하게 잘 익은 절, 다른 사찰과 구조부터 달라 
2022-11-07 14:02:33 , 수정 : 2022-11-07 19:17:33 | 이상인 선임기자

[티티엘뉴스] 바람 따라 완주 따라 감성여행도시 전라북도 완주군 관광에는 9개의 완주를 대표하는 관광명소완주 9경이 있다. 그중에서 제 7경에 들어 있는 화암사와 화암사를 이어주는 싱그랭이 요동마을은 힐링과 스트레스 해소에 안성맞춤인 명소다.  잘 알려진 관광명소지만 숨은 명소같은 관광지다.  호젓이 한가롭게 혼자도 좋다. 사랑을 가득 머금고 있는 가족, 연인, 친구와도 잘 어울리는 여행지, 완주 싱그랭이 요동마을과 화암사를 소개한다.  



▲완주의 잘 알려진 관광명소 화암사와 싱그랭이 요동마을 및 에코정원 모습 



#짚신이 많은 마을 ... 싱그랭이 요동마을


▲싱그랭이 요동마을 가운데 위치한 신그랭이 쉼터 모습. 이곳 부근이 옛날 원님이 행차 때 쉬어 갔다는 원님터로 현재는 지명 이름만 남아 있다


붉은 감들이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가득 달려 있고, 길가까지 늘어진 대추나무에는 가을 햇볕에 익어가는 빨간 대추가 가득하며, 짙푸른 콩잎 사이로 누렇게 여문 콩들은 주머니를 박차고 나가기 위해 살포시 얼굴을 내밀며 웃고 있는 듯하다. 가을의 풍요로움이 가득한 계절, 고즈넉한 분위기의 싱그랭이 요동(堯洞)마을은 이런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싱그랭이 요동마을의 입구에서 들어 오는 길의 모습 


싱그랭이 마을, 옛날엔 신거랭이라 불렀었다. 싱그롭다 란 뜻 같이 들리지만, 잘 이해가 안 된다. 교통 요충지였던 교동마을 주민들이 시무나무에 짚신을 걸어 놓고 팔았는데 여행객들이 새 짚신을 갈아 신고, 헌 짚신을 시무나무에 걸어 두어 ‘짚신이 많은 마을’이란 뜻으로 짚신 신자를 써서 신거랭이 마을로 불리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부르기 쉬운 말로 변화되었고, 현재는 싱그랭이로 부르게 됐다.  




▲싱그랭이 요동마을에서 많이 생산되는 콩으로 두부로 음식을 만들어 직접 판매하고 있는 싱그랭이 콩밭식당 모습 


싱그랭이 마을 편백숲 입구에는 당시에 심었던 약 700년 된 시무나무 한 그루가 마을을 지키는 듯 우뚝 서 있다. 시무나무는 느릅나뭇과에 속하는 큰키나무로 20리목(二十里木)으로도 불린다. 시무란 순수 우리말로 이십(20)을 뜻하며, 20리마다 심었다고 해 시무나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옛날 길을 가던 행인들은 시무나무를 보고 얼마쯤 왔고, 갈 길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보는 거리 측정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싱그랭이 쉼터 옆에 있는 마을 보호수. 수령 약 500년된 느티나무 모습 


싱그랭이 마을 앞을 지나는 740번 국도는 조선시대부터 전주에서 대전으로 이어지는 군사도로였다. 한양으로 가는 지름길로 지역과 지역을 잇는 중심지였고, 여행객들이 하룻밤을 묵었던 중간 기착 마을이었다. 원님 일행이 묵었던 객사가 있었으나 지금은 원터라는 지명만 남아있다. 원님을 수행하던 수행원, 장사꾼, 한양으로 가는 호남 내륙 선비, 여행객 등이 잠시 쉬어가는 쉼터였던 싱그랭이 마을은 열 두 집 중 열 집이 술을 파는 주막이었을 정도로 주막이 밀집했었다. 일제강점기까지 주막뜸이라 불렸다. 




▲싱그랭이 콩밭식당 바로 뒤에 있는 넓은 콩밭 모습


싱그랭이 요동마을은 약 800년 전 신 씨 성의 가족이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 형성의 시초가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을의 특산품으로는 곶감과 두부를 꼽을 수 있다. 싱그랭이 두리종 곶감은 자연 건조시켜 당도가 뛰어나 진상품으로 사용됐었다. 가을이면 마을 곳곳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이 멋스런 아름드리 풍경을 만들고, 넉넉한 인심과 정성으로 만든 두부는 영양만점의 별미로 손꼽힌다. 




▲싱그랭이 요동마을 쉼터인 싱그랭이 쉼터 모습


마을 앞 싱그랭이 쉼터 옆에는 높이 25m, 둘레 5.8m의 규모를 자랑하는 수령 약 500년 된 마을보호수인 느티나무가 마을을 품어 안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넓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 느티나무는 당산목으로 정월보름제를 올리고 당산제를 마친 후 전 주민이 음식을 가지고 마을 느티나무 아래서 술과 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며 마을의 화합을 다지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위치 : 전라북도 완주군 경천면 경가천길 474



#야생화의 천국, 생태관광지 ... 싱그랭이 에코정원 



▲싱그랭이 요동마을에서 화암사 가는 길 우측에 있는 싱그랭이 에코정원 입구 모습 


싱그랭이 요동마을에서 화암사 가는 길 우측에 자리 잡고 있는 싱그랭이 에코정원은 싱그랭이 요동마을 홍성태 대표와 마을 주민들의 정성이 모아진 곳이다. 싱그랭이 에코정원은 요동마을에서 화암사로 이어지는 지역이 전라북도 생태관광지로 선정되면서 본격화됐다. 마을 주변은 예로부터 노루귀, 복수초, 엘리지 등 다양한 야생화가 자생하는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던 마을이다.  




▲싱그랭이 에코정원 내 모습. 다양한 식물들이 가득 자라고 있다 


생태관광지로 좋은 환경을 가진 싱그랭이 요동마을에서는 내년에 싱그랭이 에코정원(이하 에코정원)을 재 오픈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커다란 유리 온실 같은 모습을 가진 에코정원은  지난 2020년 7월 오픈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폐쇄됐었다. 에코 정원은 자생하는 야생화를 비롯한 마을의 자연 생태와 역사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싱그랭이 에코정원 내 모습 


두 개의 온실형태로 구성된 에코정원 내부의 우측은 씨를 뿌려 키워 내는 육모장이며, 좌측은  전시용 분재 및 관상수와 판매용 야생화 및 다육이 등의 식물이 전시되어 있다. 에코정원은 지역민들이 식물을 키우는 방법을 배우면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마을의 생태 다양성도 알리고, 마을 특산품을 이용한 두부 만들기, 마을 숲을 통해 숲 체험과 인근에 위치한 화암사 문화재 탐방 및 체험 등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생태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해 운영된다.

 


▲싱그랭이 에코정원 입구 우측에 있는 미니분재들의 모습 


에코정원은 유지관리를 위해 관람료(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아동 3,000원)를 받고 있지만, 커피, 음료, 미니화분 중 하나를 선택해 가져갈 수 있어 실제로 관람은 무료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석부작 체험(체험비 12,000원, 소요시간 60~90분), 하바리움 체험(체험비 12,000원, 소요시간 60~90분), 숲 체험(체험비 5,000원, 소요시간 90~120분) 등 3종이 있으며, 5인 이상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홍성태 싱그랭이 요동마을 대표(에코 매니저 겸 농촌체험지도사)가 마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체험은 에코 매니저, 농촌체험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싱그랭이 요동마을 홍성태 대표가 직접 진행한다. 마을 대표지만,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크며, 마을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마을을 지키며, 마을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오고 있다. 마을과 정원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열성적으로 마을 자랑과 정원에 대해 설명하며 싱그랭이 요동마을을 알리고 있다. 홍성태 대표와 마을 주민들이 소원대로 재 오픈 이후 싱그랭이 요동마을의 관광 명소로 도약해 지역관광 거점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숨어서 잘 익어 누구나 반하는 사찰 ... 화암사(花岩寺)


▲고즈넉한 모습의 화암사 입구 모습. 앞쪽 우측에 보이는 건물이 우화루, 좌측이 문간채다


“어지간한 지도에는 그 존재를 드러내고 밝히기를 꺼리는, 그래서 나 혼자 가끔씩 펼 처보고 싶은, 작지만 소중한 책 같은 절이다. 십여 년 전쯤에 우연히 누군가 내게 귓속말로 알려 주었다. 화암사 한번 가보라고, 숨어 있는 절이라고, 가보면 틀림없이 반하게 될 것이라고”




▲화암사 경내 모습. 앞에 보이는 건물이 극락전이다


안도현 시인의 작품인 잘 늙은 절, 화암사 중에서 나온 대목이다. 시인의 말처럼 작지만 특별함이 가득 채워진 듯 잘 익은 아름다운 절이다. 화암사(花岩寺), 바위에 꽃이 피었다는 뜻을 가진 화암사는 신라시대 연화공주에 대한 전설만이 이어질 뿐 절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없다. 중창비에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이 절에 머물며 수도했다는 기록에 따라 신라 문무왕 이전인 약 7세기 말경 창건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화암사 정문 바로 우측에 있는 약수물 마시는 곳. 약수물은 파이프 관을 따라 내려 오고 있다


반드시 싱그랭이 요동마을을 거쳐야 만 갈 수 있는 화암사는 숙종 37년인 1611년 중건되어 지난 2011년 국보로 지정됐다. 싱그랭이 요동마을에서 화암사로 가는 길은 그리 녹녹치 않다. 옛날에는 거의 다닐 수 없는 외지고 험한 길이었다. 현재 험한 코스에는 인공 데크 및 철재 길을 만들어 오르기 쉬운 편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오를 수 있는 만만한 코스는 아니다. 다른 사찰처럼 넓은 길이 없어 차량을 이용할 수도 없고, 누구나 걸어서만 갈 수 있는 수행의 길이다. 




▲화암사로 올라가는 불명산 숲길 모습 


요동마을 길을 지나면, 불명산 숲길로 이어진다. 작은 다리와 개울을 지나 숲속 사이로 운치 있는 숲길로 이어진다. 작은 개울을 끼고 다리를 건너 더 올라가면 데크 길이 시작된다. 이곳까지는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그리 힘들지 않고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함께 걸을 만하다. 더 오르면, 길 폭도 줄어들면서 목제 데크 길이 이어진다. 데크 길 밑으로 개울이 흐르기도 하지만, 물은 그리 많지 않다. 데크 길을 따라 더 올라가면, 화암사 옛길과 급경사에 철재 계단 길로 나뉜다. 




▲화암사로 올라가는 불명산 숲길과 길이 험준한 곳은 데크 길(윗쪽)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서는 벼랑 밑으로 이어진 험준한 옛길을 따라 올라갈 수도 있고, 경사진 철재 계단을 이용할 수 있다. 철재로 만들어진 147계단은 제법 경사가 심해 안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난간을 잡고 올라야 한다. 계단 사이사이로 화암사에 대한 글귀가 보인다. 글도 읽을 겸 쉬엄쉬엄 올라가면 된다. 철재 계단을 다 올라가면, 돌계단과 오솔길이 이어지는데 이곳에서 화암사의 정문 격인 보물 제662호인 우화루의 윗모습이 보인다. 화암사 맞은편에 의자가 놓여 있다. 이곳까지 올라오느라 수고했으니 잠시 쉬었다 가란 배려가 담겨져 있는 듯하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화암사로 들어선다. 




▲경사가 심한 바위 틈 사이로 설치된 철재 길 모습 


극락전을 비롯해 명부전 산신각, 1980년 보물로 지정된 우화루(雨花樓)·적묵당(寂默堂)·철영재(啜英齋)·요사채 등으로 구성된 화암사는 불명산 중턱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 고즈넉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옛길과 철재 계단이 나뉘는 삼거리. 경사진 돌계단을 오르면, 우측으로 철재 계단이 있고, 곧 바로 가면 옛길로 이어진다


많은 사찰 중 화암사 구조는 매우 특이하다. 보편적인 사찰 구조는 절의 이정표인 당간지주부터 시작해 속세와 이별을 뜻하는 일주문, 일주문에서 절까지 가는 사이에 속세의 번뇌를 다 씻어 버리라는 뜻을 지닌 시내가 흐르다. 시내를 지나면 네 명의 험상궂은 장수들이 서 있는 천왕문, 부처님 나라 땅으로 들어간다는 불이문 등의 구조로 되어 있는데 화암사는 이 모든 게 몽땅 생략되어 있다.  




▲화암사 우화루 모습. 단청도 없이 자연 나무를 기둥으로 삼아 2층 형태로 지어졌다. 경내에서는 1층 모습이다


화암사 정문과 같은 성격의 누인 우화루는 1611년 조선 광해군 3년에 세워 그 뒤로 수차례 수리한 것. 우화루는 정면, 측면 각 3칸에 옆면에서 볼 때 사람 인자 모양을 한 맞배지붕으로 되어 있다.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해 만든 공포는 기둥 위와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 양식이다. 2층으로 되어 있는 우화루 1층은 기둥을 세워 바깥과 통하게 했고, 2층 마룻바닥은 땅과 거의 비슷하게 놓아 화암사 외부에서 볼 때는 2층이지만, 경내에서 보면 1층으로 된 구조다. 그 흔한 단청도 되어 있지 않지만, 귀품이 있어 보인다. 




▲철재 계단을 오르면 화암사 입구인 우화루가 보인다


화암사는 타 사찰과는 다는 점이 많다. 절에 문간채가 있는 것도, 문간채 옆칸에 출입문이 있는 것도, 사찰 경내가 입구(口)자 형태로 되어 있는 점 등이 특이하다. 우화루 좌측 작은 돌계단을 오르면 문간채가 있고, 3칸으로 된 문간채 옆칸을 문으로 사용하는 것도 특별하다. 출입문을 들어서면 좁은 골목 사이로 화암사 경내 앞마당과 적묵당과 극락전이 보인다. 화암사 경내는 고즈넉한 모습에 조용해 엄숙한 분위기마저 느끼게 한다. 화암사는 우화루와 극락전(보물 663호)이 남북으로, 불명당과 적목당이 동서로 마주보고 있어 다른 사찰과 내부 구조도 확연히 다른 형태로 되어 있다.




▲극락전(좌측)과 불명당(정면) 모습 


경내에 들어서면 사방이 꽉 막혀 있어 속세와 완전히 결별한 듯하며, 요세같은 형상에 부처님 나라의 비밀스러움을 감추고 있는 듯하다. 분명 막힌 듯하지만, 답답하거나 갇힌 것 같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나만이 홀로 이곳에 있는 듯 자유롭고 편안해 진다. 답답했던 마음이 홀연히 사라지며, 속세의 모든 스트레스가 단번에 날아가는 듯 상쾌함이 감돈다. 작은 규모의 절이지만, 심신이 안정되며, 안도현 시인의 글귀와 같이 반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절이다. 




▲화암사 극락전 왼쪽에 있는 철영재. 철영재는 사육신의 한사람인 성산문의 조부 성달생의 위폐가 있는 곳이다 


극락전 왼쪽에는 입을 놀리는 것을 삼가라는 철영재가 있다. 철영이란, 꽃부리를 깁다란 뜻인데, 불교에서는 입을 삼가란 뜻을 담고 있다. 그 뒤편에는 산신각, 우화루 앞 좌측에는 병부전이 자리하고 있다. 이밖에도 지방문화제인 동종(지방유형문화재 40호)과 중창비(지방유형문화재 94호) 등이 있으며, 중창비에는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수도했다는 기록이 뚜렷하게 적혀 있다. 자연적인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 건축양식은 선조들의 슬기로움을 새삼 느끼게 한다. 




▲화암사 우화루 모습, 화암사 경내에서 보면 우화루는 마당과 이어진 1층 구조로 보인다


분위기만으로도 심신이 편안해지며 안정되는 곳으로 웰리스 휴양 명소로 추천해도 좋을 것 같은 화암사, 다른 사찰에서 느끼지 못하는 특별함이 많은 화암사, 또 다시 찾아오고 싶은 절이다. ▷위치 : 전북 완주군 경천면 화암사길 271 





싱그랭이 요동마을 · 화암사 = 이상인 선임기자 lagolftime@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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