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저축은행·동원제일저축 전경. [사진=각 사]](https://cdn.ttlnews.com/news/photo/202511/3053829_595274_3453.jpg)
부산에 위치한 흥국저축은행과 동원제일저축은행의 소홀한 리스크 관리에 금융당국이 제재에 나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 30일 동원제일저축은행이 기업 대출 과정에서 실제 차주의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실행한 사실을 적발했다.
구체적으로 2022년 5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약 2년간 타인 명의를 이용해 총 120억원의 불법 대출을 실행했다.
이에 금감원은 임원 2명에게 중징계인 '주의적 경고'와 직원 1명에게 조치를 내렸지만, 금융권에서는 최고경영자의 관리·감독 실패를 문제 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대출사고는 고객 실명 확인, 대출 심사, 신원 검증 등 가장 기본적인 절차가 모두 동시에 무너진 중대한 규정 위반으로, 단순한 실무자의 실수로 보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함께 PF 대출의 사전 검증과 사후 관리 역시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나, 권 대표 체제에서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 기능이 지속적으로 약화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불법 차명 대출의 배경엔 유명무실한 여신심사 시스템이 있었다. 여신심사위원회가 실제로는 여신영업부서 인사들로만 구성, 사실상 대출을 실행하는 영업부서가 셀프 심사를 하는 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PF대출 연장·만기 결정 역시 부서장 전결로 이뤄졌고, 사업성이 악화된 12개 사업장도 검사 대상 기간인 2022년 1월 1일∼2025년 3월 21일 사이 위험관리위원회 승인 없이 절차가 무시됐다.
은행의 부동산 대출 편중은 부동산 분야에 법적 한도를 크게 초과해 이뤄졌다. 2024년 말 기준 실차주 부동산업 잔액은 1719억원(총여신 대비 33.7%)으로 부동산업 한도(1530억원)를 189억원, 총 부동산 및 PF, 건설대출 합산 한도(2549억원)는 719억원이나 초과(총여신 대비 비중 28.2%)했다.
담보물 감정평가도 90% 이상이 특정 감정평가법인 한 곳에 쏠리는 등, 매년 재협약 시 법인 재평가 원칙도 무시됐다. 감정평가 적정성 심사 기준도 마련하지 않았으며, 독립감사 없는 영업부서 전담 사후관리로 경매·공매 대상인 6개 부실 PF사업장(281억 6000만원)이 방치됐다.
금융권에서는 타인 명의 대출은 저축은행에서 가장 기본적인 통제 절차가 무너졌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면서, 대표이사의 통제 리더십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우려를 나타낸다.
흥국저축은행의 경우 최근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검사에서 타인 명의를 이용한 신용공여, 여신취급을 부적절하게 한 사례를 확인하고 임원 1명에게 주의 조치하고 이미 퇴직한 직원 1명에 대해 주의상당의 위법·부당사항을 통지했다. 또 4건의 경영유의사항도 고지했다.
상호저축은행법에 의하면 타인의 명의를 이용한 신용공여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는 실제 자금을 빌리는 사람(차주)과 서류상 명의를 빌려준 사람(명의 대여자)을 다르게 하는 차명 대출을 통해 대출 한도를 우회하거나 부실을 숨기는 행위를 막기 위한 핵심 규제다.
그런데 흥국저축은행은 A사 명의로 2024년 4월 대출 25억원을 취급하면서 실제로는 B사에 대한 대여 또는 B사의 기존대출을 상환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A사 명의를 이용한 신용공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흥국저축은행은 이러한 금지 규정을 위반함으로써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해당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은행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감원 검사에서는 타인 명의 대출 외에도 여신취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드러났다.
여신 취급시 차주의 신용위험, 차입목적 및 상환능력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한 신용리스크의 평가 등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여신심사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흥국저축은행은 차주 C사에 대한 2020년 3월 31일 물류창고 신축을 위한 토지 매립공사 관련 190억원 PF대출을 주간하면서 투입 자기자본에 대한 증빙서류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주의를 기울였다면 해당 서류의 진위 여부가 의심되는 문서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PF대출을 실행했다.
이 외에도 금감원은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를 위해 ▲유가증권 투자 및 운용 리스크관리 강화 ▲기업 신용대출 여신심사 강화 ▲ PF대출 관련 이사회 심의·의결 강화▲여신 감리기능 강화 등 4건의 경영유의사항을 통지했다.
또한, 흥국저축은행은 2021년 1월 D사에 대한 신용대출 15억원을 취급하면서 차주의 재무상태가 부실함에도 대출의 기한이익 상실 시 차주의 실경영주 겸 관계사 대표이사인 E씨의 채무인수를 조건으로 15억원의 신용대출을 취급했고, 이후 차주가 자본잠식에 이르는 등 재무상태가 더욱 악화되고, 신용등급이 CCC까지 하락하는 등 신용상태가 열위함에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5억원의 신용대출을 추가로 취급하는 등 총 45억원의 신용대출을 취급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에 대해 기업 신용대출을 취급하고, 대출제한 신용등급 기준 및 신용등급별 대출한도 등 객관적 기준을 내규에 마련해 차주의 신용위험과 상환능력을 충실히 반영해 적정한 규모로 취급하도록 여신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흥국저축은행은 이외에도 유가증권 투자와 PF 대출 관리 등에서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가증권 투자와 관련해서는 손실 한도를 정하지 않고 78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PF 대출 조건이 악화됐음에도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여신심사위원회에만 부의하는 등 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흥국저축은행에 대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여신 감리 업무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직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특히, 감리 업무가 여신 승인 및 사후관리 조직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저축은행권 전반의 타인 명의 대출 및 부실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실태를 점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강도 높은 감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