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유럽 유랑]7화▶ 스위스 뮈렌, 산속에 숨은 동화 속 마을
2016-03-28 08:07:22 | 김지훈 칼럼니스트

그땐 그랬다. 유럽 여행 중 눈 덮인 산과 마주하면 처음 눈을 본 강아지처럼 뛰어 다녔다. 어린 시절을 부산에서 지냈던 나에게 눈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군대에서는 망할 어떤 것이 되었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출근길 발걸음을 무겁게 만드는 족쇄와 같은 것이 되었다. 나에게 눈의 존재는 그런 것이다. 


▲스위스 뮈렌의 설산


영화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의 촬영지인 뮈렌은 모든 것이 그림처럼 느껴지는 곳이었다. 예쁘고 웅장했으며 소리를 지르면 메아리는 거대한 산봉우리를 때려 우리 앞으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

 

마을로 진입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조용한 마을은 스키를 타는 사람들 때문에 활력이 넘치는 곳이었다. 길을 걸으면서 아름답고 낯선 풍경을 향해 셔터를 누르고 있을 때 두 아이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장난기가 충만했던 남자아이들은 형제였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란다. 눈의 문학적 의미처럼 그들은 짙은 순수함으로 나를 매료시켰다.

 

마을 구석구석을 누볐다. 어느 여행서처럼 구석구석이란 말을 쓰는 것은 조심스럽다. 빈틈없이 다녀야 한다는 말인데 이게 가능한가 싶다. 걷고 또 걸었다. 마을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었다.

 

“Hi”


▲스위스 뮈렌, 견고한 바위산의 위용


마을 앞에 위치한 산은 토르가 망치로 내리치더라도 견고함으로 버텨낼 것만 같았다. 뮈렌에 있는 동안 나를 압박했던 산이었다. 마치 감시하는 거 같았다.


  
찍은 사진을 보며 길을 걷고 있는데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중년의 부부였다. 손을 번쩍 들었고 손을 흔들었다.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렌즈를 당겼다. 손은 어느새 집 쪽으로 바뀌어 있었다. 들어오라는 소리였다. 우리 일행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가 엄지를 치켜세웠다. 허리를 굽히는 동양식 인사로 ‘No thanks’를 대신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중한 거절이었다.


▲동화 속 마을, 뮈렌


뮈렌은 산속에 숨은 동화 속 마을 같았다. 비밀 장소에 있는 느낌이었다. 나무에 속삭이면 문을 열어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무는 지도에 없는 마을의 문지기였다.”

 

여행 칼럼니스트 김지훈_  tripadviser.xyz

◆김지훈 칼럼니스트는…
 “죽음, 그 순간을 경험한 후 삶이 달라진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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